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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il Choi Apr 10. 2016

별거 없는 미국 직장인 수다

회사는 나와 같은 사람들이 있는 곳

시끌 벅적한 점심시간


미국에서 미국인들과 이야기할 때 주된 수다의 주제는 스포츠 + 티브이이다. 한국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언제든지 하기 쉬운 공통의 이야기이다. 물론 이는 별로 안 친한 사람과도 그냥 보편적으로 하기 좋은 주제이다. 하지만, 원래 수다의 주제는 약간 더 개인적인 게 섞여야 흥미롭게 된다. 그 대표적인 주제는 아마도 정치와 종교일 것이다.


한국에서 미국에 오기 전에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미국에서는 정치와 종교이야기는 아무데서나 하면 안 된다 였다. 물론 미국 사람들과 이야기해보면 그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 하지만 동시에 생각보다 많이 하기도 한다. 물론 서로 친하고, 정치나 종교성향을 잘 알고 있을 때는 쉽게 하게 된다. 하지만 여기에는 룰이 있다. 자기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것이고 그와 동시에 상대방의 취향과 생각을 존중 혹은 비난하지 않을 자신을 가지고 시작해야 한다. 그렇기에 친한 사이 아니고는 절대로 하지 않나 보다 한다.


회사에 있는 각 나라의 인사말 낙서기둥...


내가 다니는 회사에는 여러 나라의 사람들이 있다. 당연히 미국인을 비롯 유대인, 중국인, 아랍인, 쿠바인, 인도인.... 그리고 나 한국인. 이러다 보니, 정치나 종교를 주제로 이야기하면 더 흥미진진해진다.


이 작은 공간에 이 많은 문화를 담고 있다 보니. 입사 초기에는 정말 조심스러웠다. 그냥 누군가가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혹은 한국에서 쉽게 문제시하는 아랍의 문화가 어떤지, 또 사회주의를 정치의 기본으로 하는 쿠바는 어떤지, 또 경제와 정치가 혼란스러운 러시아는?... 하지만 지금은 그냥 나와 같은 외국인 근로자이며 회사 동료일 뿐이다.  


물론 나와 함께 일하는 그들은 모두들 교육을 잘 받고 미국을 선택하여 미국으로 온 사람들이기에, 정치적 문화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잘 맞는 편이다. 즉 미국이라는 환경이 이 모든 문화의 섞임을 쉽게 만들어주는 것은 인간과 인간으로 대하는 것 즉 그냥 친해지는 것이다. 태생이나 국적, 종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잘 친해지는 사람인지 얼마나 더 적극적인 사람인지가 더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나와 같은 외국인 근로자이며 회사 동료일 뿐이다.  


우리 팀에 있는 아흐메드는 전형적인 아랍인이다. 당연히 이슬람의 문화에서 나고 자라서 어렸을 때 전쟁도 겪었고 자기 나라를 떠나서 살다가, 어른이 되어서는 미국까지 왔다. 이제 막 3년 차 정도 되었으니 영어도 서툰 부분이 많다. 하지만 친절하고 적극적이다. 미국의 자본주의와 자유주의를 사랑하는 점은 다른 팀원들과 같다. 단지 다른 점은 생김, 국적, 그리고 본인의 문화권에서 몸에 밴 식성. 그것들 뿐일 것이다. 아마도 태생에 대한 편향이 심한 나라에서 살게 되었다면 더 고생했을 수도 있으나 그의 적극적이고 친절한 성격은 호감을 가게 하는 중요한 것들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에게 맥주는 마실 수 있으니 이제는 베이컨이라며 장난처럼 놀린다.


좋은 면에서의 개인주의 혹은 자유주의를 잘 실천하는 미국이라 그런지 (물론 나쁜 면도 아주 잘 실천한다.) 종교나 문화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회사에서 사람을 뽑을 때도 거의 모든 회사는 인종 성별 나이 종교를 기준으로 보지 않는다고 하여 서류상에 기록조차 하지 않는다. 물론 면접에서 나타나는 인종 차별마저 완전히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다행히도 한국인인 나는, 면접 중에 인종차별을 느껴볼 기회(?)는 없었다.


그렇다면 오늘 나는 회사에서 어떤 수다를 했을까? 

금요일, 누구나 기다리는 그날에.


아무리 십여 개의 문화가 섞였다 하더라도, 충분히 예상 가능한 그런 대화들이 오갔다.


내일이 생일인 헥터에게는 생일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니, 그 말을 들은 헥터는 그럼 생일 선물로 3 천불짜리 마소의 홀 로렌즈 디벨로퍼 팩을 사주는 건 어떻냐는 농담을 했다. 그래서 나는 좋다며 일단 사고 회사에 청구하자는 농담을 했다. 
요즘 아내가 아파서 덜 적극적인 아흐메드에게는 아침에 네가 조용하니 심심해라는 푸념 섞인 농담을 했더니 점심쯤에는 다시 조금 더 활기를 찾았다.
내일 친구가 결혼한다는 닉에게는, 결혼식 파티에서 죽지 말고 살아서 월요일에 보자고 했다. 이 세상의 모든 맥주를 마셔 버릴듯한 그는 "아마도.."라고 대답했다. 
거의 항상 진지함을 유지하다가 최근에 좀 더 가까워진 중국인 샤오에게는 주말에 뭐하냐고 물었더니, 더블데이트가 있다고 한다. 완전 신혼인지라 칼퇴를 중요시하는 그 다운 대답이었다.
금요일이라 그런지 우리 팀에 잠시 방문(혹은 시찰) 온 빅 보스 미스터 힐. 우리 모두 일을 잘해주고 있어서 고맙다는 칭찬반 압박 반의 이야기를 하길래, 우리들의 반응은 그렇다면 점심이라도 사주던지라는 진심 80%의 농담을 했다. 아마도 조만간 한번 쏠 계획이다. 뭐 법인카드가 사겠지만, 그래도.


이런 아주 시시 콜콜한 예상 가능한 그런 이야기가 오간다. 이런 게 아니면 그냥 IT부서 답게 Geek들의 이야기가 오갈 뿐이다. 이게 새로 나왔다. 어디가 싸지? 애플이냐 안드로이드냐 따위의 그런 이야기들. 


좀 더 적극적이고 서로에게 매너를 지킨다면 금방 친해질 수 있고. 그렇다면 그의 겉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 이후부터는 시시콜콜하고 별 다를 것 없는 이야기다. 단지 마음을 열고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

아마도 월요일의 우리 팀 대화는 이렇게 시작될 것이다. 


주말에 뭐했어?
팀원 들간의 의견을 주고받는 레트로 미팅중









미국의 한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직장인입니다. 

제가 쓰는 이야기는 그냥 제 관점의 개인적인 의견임을 이해하고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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