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즈 런던에서 아트바젤 파리로 2편

까르티에 현대 문화 재단 전시회 1

by 도쿄 미술수첩


지난 파운데이션 카르티에 1편에 이은 전시회의 10명 작가를 소개하는 포스팅


전시명 : Exposition Générale (엑스포지시옹 제네랄)

기간 :2025년 10월 25일 ~ 2026년 8월 23일

장소 : 파운데이션 카르테에(까르띠에 현대 미술 재단)

Fondation Cartier pour l’art contemporain. 2, place du Palais-Royal, 75001 Paris, France

입장료 : 15유로


최고의 아방가르드 전시

프리즈 런던을 보고, 프랑스로 넘어가 아트바젤 파리을 체력을 짜아내며 관람하고 나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파리여행인지 전지훈련인지!

이제 웬만한 전시는 다 본 것 같다. 이러다가 그림이 지겨워지겠어”


그러던 즈음 마지막으로 파운데이션 카르티에의 전시를 보고 나서, 그림과 예술은 내게 다시 한번 오감을 자극하는 본연의 위치로 돌아왔다.


이곳은 부스 번호도, 동선도, 빨리 넘어가야 할 이유도 없다. 그냥 걷다가 멈추고, 다시 돌아가고, 마음에 걸리는 작품 앞에서 시간을 내려놓으면 된다.

또한 이번 전시는 특정한 주제를 강하게 밀어붙이지 않는다. 대신 서로 다른 작가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쌓아온 시간을 한 공간에 조용히 풀어놓는다. 유명한 이름도 있고, 처음 접한 작가도 있지만, 이곳에서는 그들의 작품은 다른 수많은 작품과 그들을 함께 품어놓은 환상적인 공간과 함께 하나의 거대한 프로젝트성 작품처럼 녹아있다.


미술관 내부의 유리 너머로 들어오는 빛, 바깥의 나무, 그리고 작품 사이의 여백이 적당히 숨을 쉬게 만든다. 이 전시는 “이해해야 할 전시”라기보다는, 천천히 산책하며 마주치게 되는 나무나 작은 물줄기 혹은 그냥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을 보는 그런 느낌의 전시다.


그래서 이 글은 작품 목록을 정리하기보다는, 나의 산책길에 만난 장면들을 기억하듯 정리해 보려 한다. (10명의 작가 중 첫 편으로 5인)



1. 론 뮤익(Ron Mueck)의 Woman with Shopping, 쇼핑하는 여인 (2013) - 어머니의 찬라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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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e realistic than reality itself. 사실보다 더 사실적인이라는 수식어가 딸아 다니는 하이퍼리얼리즘의 정수, 론뮤익. 1958년 호주 출생 작가로 글로벌 미술계의 스타다.

실리콘과 섬유 등 현대적인 소재를 실제 머리카락 등과 함께 사용하여 인간의 신체를 소름 끼칠 정도로 정교하게 재현한다.

일본에는 아오모리의 토와다 미술관(Towada Art Center)에 4미터의 대형 작품((Standing Woman, 2007)이 상설 전시되어있어 유명하다.


이번 카르테에 파운데이션의 전시작품, Woman with Shopping 은 의도적으로 인물을 작게 축소한 작품으로 양손 가득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고 가슴팍에는 갓난아기를 품은 채 서 있는 여인의 모습이 가히 실제 인간의 모습보다 사실적이다.


지친 삶의 무게마저 느껴지지 않는듯한 한 어머니의 찰나의 순간은 자신과 가족의 존재 그리고 우리 주변의 삶의 무게감을 잠시 생각해보게한다.


오는 4월부터 모리 아트 뮤지엄(Mori Art Center)에서 론 뮤익의 대형 전시가 예정되어 있는데 개인적으로 올해 가장 기대되는 전시이다.




2. 파괴의 도구가 그려낸 아름다움 - 짜이 궈치앙 (Cai Guo-Qiang)의 he Earth Has Its Black Hole Too: Project for Extraterrestrials No. 16 (1993),

《지구에도 블랙홀이 있다: 외계인을 위한 프로젝트 제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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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데이션 카르티에의 가장 낮은 층에는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 옆으로 중국 출신의 짜이 궈치앙의 거대한 화약 드로잉이 전시 중이다.


이미 대중들에게도 잘 알려진 스타작가 짜이 궈치앙은 중국의 발명품인 화약을 매체로 삼아, 폭발의 찰나적 에너지를 평면 위에 정착시키는 독보적인 스타일의 작가다.


얼마 전 일본의 뉴 옥션 (New Auction)에 그의 소품 한점이 출품되어 처음으로 짜이 궈치앙의 작품을 실제로 본 적이 있는데, 이곳 파리 전시회에서 마주한 작품은 4미터가 넘는 대작으로 1994년 10월 9일, 일본 히로시마의 중앙 공원(Central Park) 상공에서 실제로 폭발을 일으키며 실현한 의미있는 작품이다.


파괴의 도구인 화약이 순식간에 빛과 열로 변했다가 사라지며 남긴 이 '흔적'들이 멋진 예술 작품으로 둔갑한다니 정말 기발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사전 지식이 없이 이 작품을 보게 되면 그저 큰 종이 위에 먹을 뿌려놓은 작품같이 느껴질 것 같다.


내가 파리에 머무는 동안 짜이 궈지앙이 파리의 미술관, 퐁피두 센터 외벽에 확약을 설치하여 흡사 대형 바람 개비를 돌리는 퍼포먼스를 했었는데 스케줄에 쫓겨 챙겨보지 못한 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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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24일 퐁피두 센터 퍼포먼스




3. 미지의 세계를 향한 인간의 동경 - 파나마렌코(Panamarenko)의 Panama, Spitzbergen, Nova Zemblaya,

《파나마, 스피츠베르겐, 노바 젬블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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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 꿔지앙의 작품 옆으로는 이게 예술 작품이라고? 하는 호기심을 발동시키는 잠수함 한 척이 놓여있다.


벨기에 작가 파나마렌코 (Panamarenko)의 작품으로 매체를 통해서만 보아오다 실제로 처음으로 작품을 보게 되었다. 외관은 철공소에 버려진 쇳조각을 붙여 만든 잠수함처럼 보이지만 내부는 그럴듯한 잠수함 모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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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작고한 벨기에 작가 파나마렌코는 비행체, 잠수함, 자동차 등 이동 수단을 예술적 언어로 재해석하는 작가이다.


파운데이션 까르티에에 전시된 이 작품의 제목에 나열된 파나마, 스피츠베르겐, 노바 젬블라야는 모두 실제 지명이다. 이는 작가가 잠수가 불가능한 이 잠수함을 통해 도달하고자 했던 탐험 경로를 상징하는 걸까?


관람자는 '파나마 운하'를 통과해 인간의 한계 구역인 북극해의 '스피츠베르겐'과 '노바 젬블라야'로 이어지는 여정을 자연스럽게 상상하게 된다. 이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작가의 동경이자, 인간이 가진 기술적 한계에 대한 성찰을 표현한 결과물일지도 모르겠다.


나도 작품 정면에서 녹색 잠수함의 내부를 들여다보며 잠시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탐험을 상상해 보았다.

하지만 비좁고 거친 내부 구조를 보니, 실제로 내가 탑승했다면 하루도 못 가 졸도했을 것이 분명하다는 현실적인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정말 멋진 작품이다.




4. 일본 사진의 살아있는 전설 - 다이도 모리야마 Daido Moriyama

파운데이션 까르티에의 가장 낮은 층을 연결하는 복도를 따라 걷다가 눈에 익은 강렬한 흑백의 사진들이 눈에 들어왔다. 일본 사진계의 살아있는 전설인 다이도 모리야마의 작품들로 도쿄, 파리를 배경으로 촬영한 작품들이 네다섯 점 걸려있다.


80이 넘는 나이에도 카메라 하나를 메고 발품을 팔아가며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다이도 모리야마는 일본을 넘어 글로벌 미술계의 스타이기도 하다.


2차대전 후 일본 사회의 급격한 변화를 여러 관점으로 다루며 전통과 서구화의 갈등과 소외된 도심의 순간들을 거친 흑백으로 표현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아레, 부케, 보케라는 세 가지 기법을 사진에 적용하여 다이도 모리야마만의 사진 기법을 미술계에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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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워낙 인기가 많은 작가라 대형 전시며, 옥션의 프리뷰까지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그의 작품들을 파리의 중심에서 우연치 않게 마주하니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5. 사람보다 그림이 훨씬 좋은 작가 - 데미안 허스트의 Cerisiers en Fleurs / Cherry Blosso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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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요란하게 발표한 데미안 허스트의 벚꽃 시리즈 작품 한 점이 이곳에 걸려있다.


평소 데미안 허스트=비호감이라는 나의 인식 때문에 그의 작품은 한눈으로 보고 흘리기 마련인데,

이 작품은'흠~ 실제로 보니 작품 좋다' 마티에르,터치, 여백, 색...'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날 있는 데미안 허스트의 사꾸라 작품! 하여간 실물은 좋았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참을 머무른 '일반적인 전시!' 이상 기억에 남는 10명의 작가 중 5명의 작가 편.

<도쿄 미술수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