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 Soufflé
파리에서 즐긴 점심 — Le Soufflé, 오직 ‘수플레’의 세계
"너희 이번에 파리에 오면 여기 꼭 가바 야해"라며 파리를 무진장 사랑하는 커플, J&B가 자신들의 파리 맛집이라며 이곳에서 만나자고 한다.
수플레라? 먹어본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프랑스 전통 요리라고 하기에 색다른 경험을 기대하며 식당으로 들어섰다.
파리 1구 Rue du Mont Thabor 골목에 위치한 Le Soufflé! 상호가 심플하다.
설렁탕집 이름이 '설렁탕' 삼겹살집 이름이 '삼겹살' 스시집 이름이 '스시'? 재밌다.
이곳은 1961년부터 수플레만을 전문으로 해온 곳.
프랑스에서도 이제 집에서 수플레를 만드는 사람은 거의 없어서,
'추억의 맛’을 찾는 파리지앵들도 붐비는 레스토랑이라고 한다.
안으로 들어서자 레스토랑의 한 가운데 촘촘한 테이블 사이에 자리를 잡은 J&B가 환하게 웃으며 반겨준다.
내부는 클래식하고 코지 하다.
흰 테이블보, 짙은 톤의 목재, 그리고 평일 점심 두시가 넘은 시간 식당을 가득 채운 사람들의 잔잔한 소음이 어우러져 묘하게 편안하면서도 걸쭉하게 유럽적인 분위기!
'아 지금 파리에 있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나는 굉장히 파리스러운 바이브~ 좋다.
J가 이미 주문해놓은 로제 와인도 좋고 넷이서 '상떼!'
식전 빵으로 나온 꼬마 바게트는 스고이~ 아주 맛난다.
아니 근데 메뉴가 재미나네?
코스 요리의 전식, 메인, 디저트가 모조리 수플레 요리!
흠 그래도 수플레가 세 번 나오지는 않겠지?라고 생각하며 선택한 첫 번째 애피타이저는
'토마토·바질 수플레 + 샐러드'로 조그만 수플레에 드레싱이 거의 없는 샐러드가 함께 나온다.
부풀어 오른 수플레의 표면을 파보면 따듯한 토마토와 바질이 섞여 있다.
맛은 짭잘하면서도 바질 향이 진하게 난다.
거 참 색다른 요리지만 꽤 매력적이군!
그리고 로제 와인과도 잘 어울린다.
다음은 메인 요리!
메인(Plat – Salé Soufflé) : 치킨·버섯 소스 / 소고기 와인 스튜 / 시푸드 수플레 중 하나 선택
내가 고른 건 스튜 소스를 따로 부어 먹는 소고기 와인 스튜, 이번엔 좀 커다란 수플레가 나왔다.
안을 파먹고 그 안에 스튜를 부어서 먹는다.
밍밍한 속은 와인 없으면 잘 넘어가지 않을 텁텁한 맛, 그래도 소고기 슈트를 넣어 함께 먹으면 구수한 맛이 난다.
그래도 중요한 건 소고기 슈트가 메인이 아닌 수플레 자체가 메인 요리라는 점
와~ 수플레가 이런 거구나 충분히 알았어 하고 있을 즘 기대하던 디저트가 나왔다.
그런데 이게 웬걸!
대박!!
야바이!!
또 수플레다!!!
달달한 디저트(Dessert – Sucré Soufflé) 수플레는,,, 초콜릿 수플레 / 피스타치오·초콜릿 조합 / 딸기 베이스의 수플레 중 하나 선택
나는 딸기가 들어간 수플레를 선택, 표면이 딸기 색을 입어 핑크빛이다.
디저트 수플레는 전채나 메인보다 향이 강하고, 속은 더 촉촉한 편.
계란 흰자의 살짝 비린 맛과 딸기의 달콤함이 섞인 기묘한 맛!
인생 처음으로 먹어본 수플레 코스요리! 이런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 못했다. 코스가 전부 같은 요리라니?
수수수플레~
이것은 마치 한성 칼국숫집에 가서
'애피타이저로 야채 칼국수'를
메인으로 '소고기 칼국수'를
그리고 후식으로 '팥 칼국수'를 먹은 기분이다. ㅎㅎ
와이프는 디저트 수플레는 거의 남겼다.
J&B는 세 가지의 수플레를 싹싹 흡입!
나는 예약까지 해주고 우리를 초대해 준 J&B에게 고마워서 최대한 입에 들어가는 만큼 넣어봤지만 조금은 남겼다.
계란의 흰 자만으로 만든다는 수플레!
오늘 이 점심으로 병아리 200마리의 탄생을 막은 듯!
난생처음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수플레로만 구성된 코스 요리를 먹어봤다.
전통 프랑스 요리라니 흥미로웠고, 중간중간 “아 이렇게도 수플레가 나오네?” 하는 재미가 있었다.
아내는 “다음에 파리에 다시 와도 여기 또 올지는 모르겠다"라고 한다.
나는 병아리들한테 미안하긴 하지만, 오히려 오늘의 기억 때문에 다음엔 알라카르트로 가볍게라도 다시 와보고 싶다.
음식이야 어찌되었던,
함께한 친구들과 맛난 로제 그리고 파리스러운 분위기의 르 수플레!
마누라상과 나에게 특별한 파리의 오후를 선사했다.
J&B, 마누라상 그리고 병아리들 아리가또네~
이상 2025 프리즈 런던에서 바젤 파리까지 먹방 1편
다음편은 파리의 허름한 중식당 이야기 <도쿄 미술수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