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한복판이 태평양의 시작점과 만나는 텐노조 아트 콤플렉스!
이곳에는 바다를 닮은 하늘과 파도 모양의 구름이 있다. 행복한 맛이 나는 최고의 수제 맥주 T.Y Harbour와
수상 호텔, 그리고 도쿄 최대 규모의 상업 갤러리인 마키 갤러리 MAKI GALLERY를 비롯하여 도쿄의 1군 갤러리들도 여럿 자리를 하고 있다.
집에서 도보 30분, 동네 산책 가듯 가볍게 찾는 곳에 폼 나고 맛나고 멋진 것들이 모여있으니 고마울 따름.
지난주 요즘의 가을 하늘만큼 화창한 전시가 열리고 있어, 서둘러 텐노조를 찾았다.
명품 마니아는 아니지만, 이런 멋들어진 전시를 경쟁적으로 열어주는 명품 메이커들에게 감사~
이번 전시는 구찌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렉산드로 미셀 Alessandro Michele이 최근 6년 동안 광고에 사용한 콘셉트를 활용하여 기획한 전시로 구찌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이벤트 중 하나로 열리고 있다.
전시 공간을 13개로 구성하여 각 전시실마다 구찌의 화보, 동영상, 커머셜 필름 등을 제작할 당시의 아이템들을 재현, 이를 재구성하여 또 다른 작품으로 탄생시켰는데 40여 분간의 관람 시간이 아쉬울 정도로 볼거리가 넘쳐흐른다.
첫 전시실은 컨트롤 룸으로 아날로그 분위기가 풍겨 나는 미디어 & 설치 작품이다. 실제 구찌의 광고에 사용된 영상들을 음향과 함께 무작위로 반복시키며 각 전시실의 콘셉트를 모니터에 담았다.
after 백남준의 작품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짙은 블루 야광 조명의 전시실을 나오면 강한 형광색 조명의 구찌 컬렉터라는 전시실로 이어지는데 인형, 뻐꾸기시계, 곤충 채집처럼 구찌를 컬렉션 하는 마니아들을 콘셉트로 한 2018년도에 등장한 광고를 재현한 곳
곤충, 그림 혹은 명품 핸드백... 컬렉션의 대상은 참 다양하구나~하는 생각을 하다 보니 문득 '나는 왜 그림을 컬렉션 하는 걸까?'
유명 아트페어에 출품이 되어도 손색이 없을 멋진 설치작품.
큐비즘의 팔등신 미녀를 가까이서 들여다보는데 갑자기 기다란 머리털이 말꼬리 마냥 푸드득 흔들려 깜짝!
아~ Of course a Horse구나~
"도심 낭만주의"
공간이동을 한 듯 전시는 도심의 전철 속으로 이동한다.
2015년에 제작된 구찌의 광고 영상 속의 공간을 재현한 곳으로 3D 실사를 통해서 2개월간 제작하였다는 마네킹 여성이 멋진 구찌 원피스를 입고 전철의 움직임과 박자를 맞추고 있는 LA의 풍경을 창 너머로 바라본다.
마네킹 옆에 다가가기가 쑥스러운 이 느낌은 머지?
로맨스로 가득 찬 낭만 열차, 멋지다!
"우와~" 하며 들어서게 되는 전시길은 도쿄의 다운타운 어디인 가로 이어진다.
테크노 뮤직과 파친코, 자동차들의 엔진음이 요란하게 울려 퍼지고, 음향의 파장을 따라 점멸을 반복하는 현란한 조명이 분위기를 압도한다.
대형 컨테이너 트럭 안에서 도쿄의 젊음과 화려함을 담고 그 안에 파친코의 잭팟 경품 마냥 놓여있는 구찌 핸드백과 코트가 몽환적이다.
#그라피티를 멋지게 그려 넣은 낡은 건물의 복도가 길게 뻗어있는데, 프랑스에서 1968년에 일어난 5월 혁명이라는 것을 모티브로 제작했다고 한다.
저항, 혁명, 반항 이런 단어들에서 구찌 디자인의 영감을 찾고자 했다는 알렉산드로 미셀의 기획이었다고...
내게는 불편하게만 들리는 단어들이 아티스트에게는 영감이 되기도...
미래, 과거의 어딘가에 구찌를 입은 할리우드 영화의 인물들
알렉산드로 미셀이 처음으로 선보이 향수 시리즈인 Gucci Bloomd의 공간, 온실이 아닌 시골 꽃길 같아 좋았던 곳
그냥 화려할 것으로만 생각했던 명품 브랜드 전시가 전율을 선사할 줄이야~
80년대 베를린의 한 클럽, 타일 벽에 걸러져 흘러나오는 클럽 뮤직이 둔탁하게 울림을 만들어내는 화장실,
한 남자가 여자의 손을 잡고 어디론가 가려한다.
남자의 긴장된 표정과는 달리 담담한 여자의 표정...
그리고 반항의 로맨스에 다급한 그들과는 달리 여유 있게 밀회를 즐기는 화장실 속 남녀 or 남남 or 여여, Whatever!!
13개의 전시실 중 가장 좋았던 10번 방, 반항의 로맨스
작년 광고에 사용되었다는 하모니 코린 감독의 2020 크루즈 컬렉션!
크루즈 내부 키친 속에 관람자의 모습이 스크린에 비치는 설치 작품
자신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고 상품이 아트임을 알리기 위해 명품들은 부지런히 전시를 기획한다.
적지 않은 이런 유의 전시를 가보았지만, 브랜드를 드러내고 부각하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상품과 홍보 수단의 예술성을 넘쳐흐르는 비주얼로 세련되게 끄집어낸 멋진 전시다.
사실 이런저런 설명과 해설이 불필요한, 그냥 가서 보고 즐기기에 발걸음과 시간이 아깝지 않은 전시다!
패션은 생활이고 아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