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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inArt Oct 08. 2021

그림만 잘 그리지 않는 아티스트, Etsu Egami

이머징 아티스트 에가미 에츠


Art for Breakfast with Etsu Egami - Asia Society Japan Center

"The Potentials of the Third Generation Postwar Contemporary Artists in Japan"


"화가가 그림만 잘 그리면 그만!"이라는 얘기는 살짝 옛말이 되어가는 시대가 아닐까 싶다. 물론 화가이니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은 기본이겠지만 가만히 아틀리에서 그림만 그리는 것보다는 밖에서 이른바 "소시얼 네트워킹"을 해야 한다. 컬렉터와 비평가들을 포함한 미술계 사람들과 만나고 SNS 등을 통해 팔로우를 모으며 부지런히 자신과 자신의 작품을 하나의 아이콘으로 만들어야만 한다.

SNS는 없었지만 좋은 예가 엔디 워홀이다. 생전 뉴욕 화류계의 유명 인사였던 그는 파티 보이였으며, 연예인 못지않은 셀러브리티였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앤디 워홀이 인스타그램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팔로워가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그림 솜씨는 기본이고 능숙한 사회 활동에 말솜씨까지 좋고, 여러 사람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것도 즐길 줄 안다면 주목받는 작가로 가기까지의 시간을 훨씬 단축할 수 있는 그런 시대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지난 화요일 이에 꼭 어울리는 작가 에가미 에츠(Egami Etsu)를 만났다.






지난주 도쿄의 독립큐레이터 S 상이 초대장을 보내왔다. Asian Society Tokyo라는 프라이빗 클럽에서 주관하는 "Art for Breakfast 2021"라는 조찬 행사의 초대장이었는데 이 행사에 초빙된 작가는 Etsu Egami라는 작가이다. 일본 미술계에서 꽤 주목받고 있는 젊은 작가인데 그렇지 않아도 지난 8월 긴자 츠타야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할 당시 가나자와 여행 중이어서 가보지 못했기에, 이번에야말로 작가와 작품을 보게 될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 행사에 참석해 보았다.

오전 7:40분부터 시작된 이날 행사에는 Asia Society Japan의 주관으로 일본 국제 문화회관(International House of Japan)에서 열렸는데 마누라상과 나는 운 좋게도 호스트 테이블로 안내되어 에가미 에츠와 이 행사의 대표인 요시히사 카와무라상과 함께 자리를 했다. 요시히사 카와무라상은 일본의 유명 컬렉터이며 미술 애호가로 많은 미술 관련 단체와 작가들을 후원하고 있다. 






행사에 참석한 30여 명은 아시아 소사이어티 회원들 외에 모리 미술관 관계자 등의 미술계 인사들과 기업체들의 타이틀로 참석한 사람들이었다.

카와무라상의 짧은 소개 이후 시작된 에가미의 스피치는 자신의 작품과 주요 전시 및 수상의 내용을 알리고 "일본의 전후 현대 미술 제3세대의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진행되었는데, 행사 시작 전 "긴장되냐요?"라는 마누라상의 농담 반 질문에 "네~" 하던 그녀가 마이크를 잡으니 유명 브랜드의 마케터로 변했다. 4개 국어를 유창하게 한다는 그녀는 영어와 일본어를 번갈아가며 고유명사를 쓸 때에는 중국어와 독일어도 가미하기도 하며 멋진 프레젠테이션을 이어갔다.

물론, 스피치의 전후로 후원자인 카와무라상을 세련되게 추켜세우고 감사를 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인상적인 건 방청객의 질문 시간이었는데 미술 관련 질문부터 그렇지 않은 다소 엉뚱하고 관련 없는 질문들까지도 매우 매끄럽게 하나하나 답하는 것은 놀랍기도 했다. 나는 그녀의 작품이나 창작 과정이 궁금하여 좀 개인적인 질문을 해보았는데 그림이 그려지지 않을 때 영감을 떠올리기 위해 자주 하는 버릇 같은 것이 있는지 물으니 특별한 버릇은 없고 일상에서 자신이 즐기고 좋아하는 것들을 해본다고 한다. 책을 읽거나 가족들과 얘기를 하고 산책을 하는 등의 일상적이고 기분이 편안해지는 일들이 자신의 영감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듣고 보니 "저는 영감이 풍부해서 딱히 걱정이 없어요, 버릇도 필요 없고요 호호" 하는 얘기로 들린다. 

똘똘하고 생기 있는 그녀의 스피치가 마루리 된 후에는 일일이 테이블을 찾아 참석자에게 인사를 하고 사진을 찍기도 하며 아직 미술대학 학생인 자신의 동생을 부지런히 소개한다. 머 일본 소도시의 지방 자치 선거전의 풍경이랄까? 20대의 젊은 아티스트는 이날 조찬 모임을 세련되고 멋지게 마무리했다.


마누라상은 리쿠루터로 오래 일을 해오고 있어 사람을 잘 보고 나는 그림을 열심히 보는 편이다. 그래서 작품을 컬렉팅 하기 전에는 가급적이면 작가를 만나거나 그렇지 않으면 꼼꼼히 알아보고 결정을 하는데, 이 에가미라는 작가는 그냥 사람이 충분히 매력적이어서 그녀를 만나고 작품을 보니 그림이 마음 깊숙이 스며든다.

그녀에게 물었다. 발표하지 않은 작품을 보고 싶고 가능하다면 한 점 컬렉팅 하고 싶다고...

에가미 에츠가 프로처럼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지금은 작품이 없지만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좋은 작품을 꼭 보여드리겠습니다. 사이즈는 어느 정도가 좋으세요?" 마치 수십 년 컬렉터들을 상대해 본 딜러의 모습이다.



긴자 식스 츠타야 갤러리 / 사진 - 작가 인스타그램


이날은 우리 부부의 운이 마지막까지 좋은 하루였다. 카와무라상이 12월 그녀의 작업실을 방문하기로 되어있는데 그때 신작 몇 점을 볼 수 있을 거라며 감사하게도 우리를 초대해 주셨다.


올 겨울, 반짝이는 크리스마스트리 옆에 눈부신 그녀의 작품을 나란히 걸어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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