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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버팀글 Aug 24. 2021

당신의 글쓰기는 안녕하십니까?

비록 저는 아닙니다만


  궁금하다. 다른 사람들, 다른 브런치 작가님들의 글쓰기는 잘 있는지 말이다. 물론 내 것이 그렇지 못하다 보니 혹시 나만 그런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약간의 기대 섞인 궁금함이기도 하다. 설마 다들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쓰며 항상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내놓는 건 아니겠지? 오늘은 무슨 내용을 쓰나 고민만 하다 어느새 잠들기 일쑤겠지? 글 좀 써보려 마음먹고 앉았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웹서핑에 빠져 허우적대는 자신을 발견하는 그런 하루들의 연속이 아닐는지?


  전업작가도 아니고, 격주로 밤낮을 바꿔가며 하루 11~13시간을 공장에서 보내야 하는 본업 탓에, 그리고 맞벌이를 하는 부부로서 퇴근 후 집안일도 당연히 내 몫이 있기에, 모든 일과를 마무리하고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가 않다. 그 짧은 시간조차 제대로 앉아있기가 힘든 이 저질 체력은 얼마 없는 그마저도 더 줄여버린다. '노력'이 필요함에 있어 글쓰기도 예외는 아니다. 잘한다고, 좋아한다고 저절로 되는 건 없는 것이니 말이다.


  문제는 그런 노력이 동반된다 해도 반드시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건 아니라는데에 있다. 여기서 고민이 깊어진다. 아, 이 새벽 늦은 시각 지금 내가 써 내려가는 이 글이, 수면부족으로 인해 힘들게 일해야 할 일터에서의 내일과 맞바꿀 만큼의 수준 높고 훌륭한 것인가? 노력해서 잠을 물리치고 글을 완성하더라도 그만큼의 성과가 따른다는 건 또 다른 문제인 것이다.


  잘 쓰고 싶고 많이 쓰고 싶다. 늘 머릿속 한 구석에 '글을 써야 해'가 자리하고 있다. 올해 개인적으로 세운 목표랍시고 글 좀 써 보겠다는 다짐은 1월을 넘기지 못했다. 속이 텅 비어버린 느낌. 꺼내서 쓸 게 없다. 미숙하게 살아온 인생의 경험 부족은 금세 글쓰기의 밑천을 드러냈다. 있는 힘껏 팔을 뻗어 구석구석 휘저어봐도 손에 잡히는 건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도가니 같은 내 속, 내 일상.


  이 글 역시 야간 근무 중 틈틈이 공장 한편에 쪼그려 앉아 끙끙댔지만 결국에는 '딱히 쓸 말이 없구나'에서 출발한다. 일종의 넋두리인 셈이다. 나의 글이 내 가족의 생계에 도움이 되는 그날을 꿈꾸지만 현실은 매번 제자리만 맴돌 뿐, 내일의 나는 오늘 이 밤을 지새운 노동의 고단함을 핑계 대며 아무것도 하려 들지 않을게 뻔하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탄식만 하는, 그저 한숨 섞인 넋두리 말이다.


  깊은 , 밖은 내리는 비로 소란스럽고  마음은 이런  마침 우산을 잃어버린 아이처럼 초조하고 불안하기만 하다. 흠뻑 젖을 옷과 책가방이 걱정되고, 우산을 잃어버린  알게  엄마의 호된 꾸지람이 무서워 빗속으로 뛰어드는  걸음을 망설이는 아이처럼,  역시 오늘 밤도  얘깃거리도 없이 마냥 헤매다 결국에 못나고   없는 글이 될까  전전긍긍한다. 그렇게  개의 문장들썼다 지우기반복한다.


  당신의 글쓰기는 안녕한가? 오늘의 나는 겨우 이 정도, 고작 이 만큼이다. 어떻게 하다 보니 빗속으로 뛰어들기는 했다. 주절주절 쓰다 보니 저 위에 있는 '발행'을 곧 누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비에 젖어 축축한 옷가지처럼 축 늘어진 글이지만, 볕에 빨래 말리 듯 널어놓고 두고 보면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엄마도 어떤 날은 별말 없이 그냥 넘어가기도 하듯, 허전하기 짝이 없는 이 글을 어쩌다 다 읽은 이들도 오늘만큼은 왠지 너그러이 넘겨주리라 기대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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