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저는 아닙니다만
궁금하다. 다른 사람들, 다른 브런치 작가님들의 글쓰기는 잘 있는지 말이다. 물론 내 것이 그렇지 못하다 보니 혹시 나만 그런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약간의 기대 섞인 궁금함이기도 하다. 설마 다들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쓰며 항상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내놓는 건 아니겠지? 오늘은 무슨 내용을 쓰나 고민만 하다 어느새 잠들기 일쑤겠지? 글 좀 써보려 마음먹고 앉았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웹서핑에 빠져 허우적대는 자신을 발견하는 그런 하루들의 연속이 아닐런지?
전업작가도 아니고, 격주로 밤낮을 바꿔가며 하루 11~13시간을 공장에서 보내야 하는 본업 탓에, 그리고 맞벌이를 하는 부부로서 퇴근 후 집안일도 당연히 내 몫이 있기에, 모든 일과를 마무리하고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가 않다. 그 짧은 시간조차 제대로 앉아있기가 힘든 이 저질 체력은 얼마 없는 그마저도 더 줄여버린다. '노력'이 필요함에 있어 글쓰기도 예외는 아니다. 잘한다고, 좋아한다고 저절로 되는 건 없는 것이니 말이다.
문제는 그런 노력이 동반된다 해도 반드시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건 아니라는데에 있다. 여기서 고민이 깊어진다. 아, 이 새벽 늦은 시각 지금 내가 써 내려가는 이 글이, 수면부족으로 인해 힘들게 일해야 할 일터에서의 내일과 맞바꿀 만큼의 수준 높고 훌륭한 것인가? 노력해서 잠을 물리치고 글을 완성하더라도 그만큼의 성과가 따른다는 건 또 다른 문제인 것이다.
잘 쓰고 싶고 많이 쓰고 싶다. 늘 머릿속 한 구석에 '글을 써야 해'가 자리하고 있다. 올해 개인적으로 세운 목표랍시고 글 좀 써 보겠다는 다짐은 1월을 넘기지 못했다. 속이 텅 비어버린 느낌. 꺼내서 쓸 게 없다. 미숙하게 살아온 인생의 경험 부족은 금세 글쓰기의 밑천을 드러냈다. 있는 힘껏 팔을 뻗어 구석구석 휘저어봐도 손에 잡히는 건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도가니 같은 내 속, 내 일상.
이 글 역시 야간 근무 중 틈틈이 공장 한편에 쪼그려 앉아 끙끙댔지만 결국에는 '딱히 쓸 말이 없구나'에서 출발한다. 일종의 넋두리인 셈이다. 나의 글이 내 가족의 생계에 도움이 되는 그날을 꿈꾸지만 현실은 매번 제자리만 맴돌 뿐, 내일의 나는 오늘 이 밤을 지새운 노동의 고단함을 핑계 대며 아무것도 하려 들지 않을게 뻔하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탄식만 하는, 그저 한숨 섞인 넋두리 말이다.
깊은 밤, 밖은 내리는 비로 소란스럽고 내 마음은 이런 날 마침 우산을 잃어버린 아이처럼 초조하고 불안하기만 하다. 흠뻑 젖을 옷과 책가방이 걱정되고, 우산을 잃어버린 걸 알게 된 엄마의 호된 꾸지람이 무서워 빗속으로 뛰어드는 한 걸음을 망설이는 아이처럼, 나 역시 오늘 밤도 별 얘깃거리도 없이 마냥 헤매다 결국에 못나고 볼 품 없는 글이 될까 봐 전전긍긍한다. 그렇게 몇 개의 문장들을 썼다 지우기만 반복한다.
당신의 글쓰기는 안녕한가? 오늘의 나는 겨우 이 정도, 고작 이 만큼이다. 어떻게 하다 보니 빗속으로 뛰어들기는 했다. 주절주절 쓰다 보니 저 위에 있는 '발행'을 곧 누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비에 젖어 축축한 옷가지처럼 축 늘어진 글이지만, 볕에 빨래 말리 듯 널어놓고 두고 보면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엄마도 어떤 날은 별말 없이 그냥 넘어가기도 하듯, 허전하기 짝이 없는 이 글을 어쩌다 다 읽은 이들도 오늘만큼은 왠지 너그러이 넘겨주리라 기대해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