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동네 작은 커피숍에 앉아
아침부터 커피숍을 찾았다. 아내가 직장 일 때문에 외근을 나간다길래 운전기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야간 근무를 마치고 퇴근해 후딱 샤워만 하고 아침 식사도 거른 채 아내를 미팅 장소에 데려다준 뒤, 나는 근처 커피숍에 자리를 잡았다. 사십 대 경상도 남자치고는 혼자 커피숍에 앉아 음료를 마시는데 별 어려움이 없는 편이다.
배가 고파 커피와 함께 케이크까지 주문한 뒤 자리에 앉았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매장은 한산했다. 스마트폰을 열어 어제 일하는 중에 조금씩 썼던 글을 다듬다가, 문득 지금 이 상황을 글로 남겨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 새 창을 열었다. 마침 음료와 케이크가 나왔고 그것들을 들고 와 일단 사진부터 한 컷 찍었다.
창 밖으로는 며칠째 내리는 가을 장맛비가 촉촉이 날리고, 스피커에서는 알 수 없는 피아노 연주곡이 흘러나와 운치를 더한다. 글쓰기는 창작활동으로 넓게 보면 예술의 영역에 포함될 수 있으려나? 뭐랄까, 예술하기에 좋은 환경이다. 잠시 풍경과 분위기를 감상하다 포크로 들어 케이크를 조금 떴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너무 맛있다. 프랜차이즈 커피는 특별할 것 없지만 이만하면 됐다.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괜히 일부러 의자에 등을 기대어 본다. 야간 근무의 피로가 살짝 더해지면서 노곤해온다. 목과 어깨를 돌리며 다시 자세를 고쳐 앉는다.
집보다는 확실히 밖으로 나와서 글을 쓰는 게 훨씬 낫다. 요즘은 커피숍 천국 아닌가? 어느 매장으로 가야 할지 정하는 게 일일 정도니. 이렇게 괜찮은 커피숍에 앉아서 내가 쓰고 싶은 글만 쓰며 살면 참 좋겠다. 괜히 있어 보이는 척 허세 부리기 좋아하는 내 인격에도 나름 부합하니 말이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종종 이렇게 아침을 보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