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백육십여 일만에 찾은 브런치
텅 빈 공장의 바닥을 쓴다. 낡아 빠진 대빗자루 하나로 쌓인 낙엽과 먼지들을 한데 모은다. 우리 회사 부지 내 외주 업체가 빠져나가고 텅 비어있는 건물 보기가 안쓰러웠던 연세 지긋하신 사장님께서, 바닥이라도 치우라며 직접 하달하신 명령이 부장, 반장, 조장을 타고 타고 내려와 현장에서 빈둥거리고 있던 내게 와닿았다.
'에이씨, 잘 있는 나를 하필......'
투덜거리며 빗질을 계속한다. 회사에 일이 많지 않다. 코로나 19에, 반도체 대란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1차 밴더 쪽 공장에 문제가 생겨 우리 공장 라인에 제품 공급이 끊겨버린 상황. 그 덕에 출근은 했지만 할 일이 별로 없다. 드문드문 있는 제품 가공 좀 하다가, 기계도 닦고 주변 청소도 하다가, 그냥 뭐든 하는 척만 하다가, 그것도 안 되면 기계와 기계 틈 사이로 몸을 숨겨 존재 자체를 감춘 채 시간을 흘려보낸다.
어쩌겠나. 회사가 어려우니 나도 연차나 무급 휴가 쓰고 집에서 쉬며 띵가띵가 하면 좋겠으나 그게 어디 쉽나? 내가 원한다면 8시간 근무는 할 수 있는 환경이기에, 나도 처자식 먹여 살려야 할 가장이기에, 이렇게라도 살아남아야 함을 부디 회사가 이해해주길 바란다는 그런 미안한 마음으로 나름 잘 버티고 있었다. 그런데 방심한 사이 그만 나라는 잉여 인간의 존재가 드러나 버리고 만 셈이다.
바닥을 조금 쓸고 그새 힘들어 구석에 자리를 잡고 털썩 앉았다. 어차피 시간은 많다. 서두를 필요가 없지. 그렇게 스마트폰을 열었는데 '작가님의 글을 못 본 지 360일이 넘었어요'라는 알람이 눈에 띈다. 한 번 씩 알림이 올 때마다 '아, 글 좀 써야 하는데.......' 하며 넘긴 게 벌써 1년이 다 되었구나. 시간 참, 정말 빠르다.
하지만 그 빠른 시간도 오늘의 내게는 그저 차고 넘칠 뿐이다. 그래서 브런치 앱을 열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쓰고픈 이야기도, 마음도 딱히 없었는데 불현듯 이렇게 되고야 말았다. 일 년 만에 말이다. 늘 마음의 짐처럼 일 년을 달고 있던 '발행'의 꼬리표를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때어 내버리다니. 홀가분하면서도 왠지 멋쩍어 뒤통수를 긁적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