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은 위대하다.
아주 오래전 일이다. 늦둥이가 태어나고 100일 만에 대상포진이 나에게 왔다. 항상 면역력이 약하기에 나름대로 면역력을 높이려고 노력했지만 늦은 나이에 출산과 육아 그리고 투병생활까지 혼자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버젓이 남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남자는 도와주지 않았다. 내가 한 말을 고이 곧대로 믿었다. 보통 사람들처럼 정상적으로 출근하고 퇴근하는 일이 아니었기에 그를 배려한다며 육아와 살림까지 혼자 낑낑거리며 했다. 주야 근무를 하던 그를 위해 힘든 몸을 끌고 갈 곳도 없는 동네를 배회하며 돌아다녔다. 산후조리원 동기들 집을 다니면서 말이다. 몇 시간만이라도 푹 자라고 배려했던 나의 행동은 나를 죽이고 있었다.
억척스러운 모습이 아마도 그 사람의 어머니 모습과 같았으리라.
결혼생활은 처음이나 두 번째나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몸을 아끼지 않고 사랑하지 않는 나를 질책이라도 하듯 염증으로 인한 병들이 찾아오고 있었다.
블로그에 몇 년 전 모유수유 시 대상포진 오면 우리들 엄마들이 대체해야 하는 방법에 대해 글을 썼고 많은 초보 엄마들과 불청객을 맞이해 힘들어하는 엄마들과 소통을 했다. 오래된 일이었기에 처방받은 약명을 알 수가 없었다. 그 점이 가장 안타까워 다시 글을 작성하기로 했다. 한번 찾아온 불청객 대상포진은 내가 힘들고 지칠 때쯤 또 찾아왔다. 대상포진은 나를 질책했다. 자신의 몸을 돌보라며..
내 나이 마흔한 살에 다시 시작하는 육아는 현실적으로 힘겨웠고 고단했다. 거기에 건강하지 못한 체력으로 아이 한 명을 케어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자신 몸 역시 케어하기도 벅찼을 그때 대상포진이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고통을 알지 못하는 피부가 가렵기만 했다. 피부가 가려워도 참고 또 참아야만 했다. 우는 아이를 달래야만 했기에 아이를 업고 안아줘야 했다. 우는 아이를 달래줄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었으니까. 자는 사람 깨우기라도 하면 미안했기에 '엥' 소리가 나면 얼른 안아 달랬다. 이런 상황 속에서 양쪽 팔은 병들기 시작했고 아프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대상포진이 찾아왔다.
생후 3주가 지날 때쯤 아이는 혼합수유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잘 먹던 분유를 거부했다. 모유 양조차 부족했기에 제발 분유를 먹고 푹 자기를 바라는 엄마 마음을 뒤로한 채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정하고 말았다. 생후 3주 만에..
자연분만으로 출산한 아이는 산후조리원에서부터 영특했다. 소리가 들렸다는 사실을 아무도 믿지 않았다. 산후 조리원에 온 지 일주일 만에 바깥세상의 소리가 들렸는지 큰 소리에 깜짝깜짝 놀라기 시작했다. 두 명의 아이와 다르게 늦둥이 아이는 모든 것이 빠르기 시작했다. 배꼽 역시 태어난 지 일주일이 되기 전에 떨어져 엄마 가슴을 놀라게 한 아이 었다. 기저귀를 갈려는 순간 배꼽이 떨어지고 말았으니까..
세상 구경이 하고 싶었던 아이는 진통보다 앞서 양수가 먼저 터졌고 양수가 터진 상태에서 병원으로 향했다. 결국 유도분만제를 맞으면서 아이를 기다려야만 했다. 이렇게 세상 구경이 하고 싶었던 뱃속에서부터 힘을 주고 용을 쓰기 시작했다. 간혹 힘을 주는 이유는 자궁 속이 좁아 움직일 때마다 배가 뭉치고 힘을 주는 것만 같았다. 급기야 임신 막달 때쯤 다리를 쭉 뻗어 나의 위장을 차는 듯한 태동을 했다. 태어나니 아빠를 닮아 다리가 유독 길었고 자신이 10달 동안 있어야 할 엄마 뱃속은 작았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게 되었다. 마흔 넘겨 태어난 아이는 유독 빠른 발달로 인해 나를 기쁘게 했고 슬프게 했다.
혼합수유를 거부한 생후 3주 아기. 모유만 찾던 아이는 자신이 먹고 싶은 걸 확실히 표현을 했다. 모유는 소화가 잘 되었기에 한 시간 간격으로 울고 보채는 아이와 모유양이 적은 엄마 사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모유양을 늘리는 게 우선이었다. 결국 한의원에서 처방받은 한약으로 모유양을 늘렸고 질 좋은 모유는 아이가 듬뿍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유를 열심히 먹고 자란 아이에게 불행이 닥쳤다. 대상포진이 엄마에게 찾아온 것.
자신의 생각이 확고한 아이는 모유에서 한 발짝 물러설 기세가 아니었다. 반나절 굶기면서 분유 먹기를 바랐지만 아이의 고집은 꺾을 수 없었다. 병원 가기 전 엄마는 포기하고 아이에게 모유를 먹였고 수소문 끝에 모유 수유하며 대상포진 약을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사실 나를 치료를 포기하고 아이에게 모유 먹일 생각으로 병원조차 포기하려고 했다. 그러나 양쪽 부모님은 대상포진이 무섭다는 걸 아셨기에 아이를 고생시키더라도 약을 먹기를 바랐다. 아이 엄마로 아이가 싫어하는 분유를 어떻게 먹이겠냐며 나의 고집 조차 만만치 않다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 남편으로 인해 피부과를 찾았다.
피부과에서 내린 진단은 대상포진, 그리고 단유를 권했고 약을 먹기를 바랐다. 단유 하지 않고 복용할 수 있는 대상포진 약이 분명히 존재할 거라는 믿음으로 다른 병원을 찾았다. 이번에는 내과였다. 이미 대상포진은 사타구니를 통과해 허리를 지나 등으로 번지고 있는 상태였고 아이를 앞으로 띠를 하면 사타구니와 허리가 쓰라렸고 등으로 아이를 업으면 등이 무너지도록 고통스러웠다. 결국 사태가 점점 악화되고서야 병원을 찾았다.
내과 선생님은 아이 상태와 엄마인 나의 상태를 듣고서야 모유 수유하며 대상포진 약을 복용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다. 모유에 약 성분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말하지 못하지만 미세하게 모유에 포함되는 약 성분은 모유 수유하면서 치료를 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서야 아이도 살리고 엄마도 살리는 방법은 엄마가 약을 먹는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아주 약한 약으로 대장에 무리가지 않게 약을 처방해주겠노라고 했다. 그러나 아이를 먼저 생각한 나는 약을 먹지 않게 되면 어떻게 되냐고 했더니 약을 먹지 않으면 대상포진이 어느 신경계 계통으로 번질지 모른다며 위험하다고 말을 했다.
피부과 선생님은 약을 먹지 않게 되면 어떻게 되냐고 물어보니 생으로 참아라는 아주 무책임한 말을 한다. 무책임한 말을 들은 나는 곧바로 생으로 참으려고 했다. 고통은 극심하지 않았기에 참을만했다. 고통을 크게 못 느끼는 나는 여러 번 무서운 고통을 이겼기에 대상포진 고통은 고통이 아니라고 무의식 속에서 아픈 나를 감추고 말았던 것이다.
생으로 참자
말을 남편에게 했을 무렵 시어머니에게 연락이 왔다. 마마보이 기질이 다분한 남편은 어머니에게 말을 우회하지 않고 내가 했던 말을 그대로 했던 모양.
야! 대상포진 그거 참으면 안 되는 거야! 위험하다고 하는데 왜 자꾸 참으려고 하냐. 아이는 배고프면 분유를 먹게 되어있어. 너 몸부터 생각해라
라는 전화가 왔다. 그래 나의 몸부터 챙겨야지. 근데 고통이 심하지 않았기에 참을만해 생으로 참으려고 했다. 산후조리원 동기 단톡 방에서 난리가 났다. 가장 나이가 많은 나를 위해 동생들이 모두 참으면 안 된다며 약을 먹으라는 톡이 수시로 오고 있었다. '언니 모유 수유하며 약을 먹을 수 있어요. 네이버에 검색하니 어떤 사람은 모유수유 포기하지 않고 약을 먹었다고 하니 몇 군데 병원을 다니며 알아보세요'
한 동생이 나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검색하며 알아본 최종적인 결과를 나에게 알려주었다.
정신이 몽롱하고 어지러웠던 그때. 한줄기 빛을 바라보게 되었다. 피부과 선생님 말은 배제하고 내과를 찾았더니 모유수유 시 먹을 수 있는 대상포진 약이 있다고 하는 거.
마음이 놓이는 그 순간 얼굴은 홍당무가 되고 말았다. 안도를 하며 아이를 모유 수유할 수 있다는 안심의 빛깔이었다. 처방받은 약을 들고 마지막인 소아과를 찾았다.
"선생님! 제가 지금 대상포진이 왔어요. 근데 아이가 분유를 먹지 않고 입을 열지 않아요. 반나절을 굶겼으나 분유는 허락하지 않는데 이 약을 먹으면서 모유 수유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제가 그냥 참아볼까요?"
약봉지를 보던 소아과 의사 선생님.
"아이가 분유를 아예 안 먹나요?"
"네, 배가 고플 텐데 분유를 입술에 묻혀도 입을 열지 않아요."
"그렇다면 엄마도 살고 아이도 살리는 길은 이 약을 먹어야 하네요. 약 성분이 모유에 섞이지 않는다고 말을 못 해요. 그러나 아이가 모유를 원하면 어쩔 수 없어요. 자꾸 굶기면 탈수될 수 있으니 이 약을 먹으세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까. 아이에게 크게 해롭지 않으니 편안하게 수유하고 약을 먹어요. 이러다 엄마도 아이도 위험하겠어요"
사실 약을 먹기 전이라 원 없이 수유 중이었다. 혹여 자신이 선택한 모유를 주지 않을까 걱정한 아이는 30분 간격으로 모유를 찾았다. 세 곳 전문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가슴을 졸였던 며칠 동안 죽을 맛이었다. 갑자기 찾아온 대상포진은 나와 아이를 더 애절한 사랑을 배우게 했다.
나의 주 특기인 힘겨운 일이 찾아오더라도 거기에 굴복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는 나였다. 대상포진 약을 일주일 복용하면서 이 약은 보약이라며 중얼중얼거렸다. 긍정의 힘으로 현재 아이는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감기라고는 코감기가 전부였고 6년 동안 살아오면서 감기는 열 손가락에 꼽힌다. 지금도 면역체계를 위해 유산균과 초유성분이 있는 건강보조식품과 비타민까지 복용하며 잘 자라고 있다.
그 보다 더 보약은 밥이니 밥은 더욱더 잘 먹고 있다. 스트레스 없는 밥을...
여기서 엄마의 마인드, 엄마의 마음 컨트롤이 가장 중요하다. 엄마가 대상포진 약을 복용하면서 죄인인 느낌으로 모유수유를 한다면 그 모유는 분명히 좋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엄마가 아주 당당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약을 복용하고 이겨냄으로써 아이 역시 모유는 건강한 음식이라고 인식하게 된다. 내 아이가 그랬으니깐.
이날은 우리 아기 백일 며칠을 앞두고 벌어진 일이었다. 이 세상은 마음먹기 달렸다는 걸 매번 인생을 살면서 배운다. 아이가 늙은 엄마를 찾아온 이유는 아무래도 엄마를 더 성장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궤양성 대장염으로 약을 복용 중임에도 불구하고 이 아이는 나를 꼭 잡고 있었다. 두 번의 자연유산 그리고 또 임신된 나. 그러나 세 번째 이 아이는 내 손을 꼭 잡고 세상 밖으로 나온다.
2017년 3월 어느 날 내과에서 처방받은 약명을 공개하겠다.
1. 삼아 아시클로버정
효능효과 : 1. 초발성 및 재발성 생식기포진을 포함한 피부 및 점막 조직의 단순포진 바이러스 감염증의 치료 및 예방 2. 대상포진 바이러스 감염증의 치료, 특히 급성 시의 통증에 효과가 있다. 반면 포진 후 신경통에 대한 표과는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3. 2세 이상 소아의 수두 치료
2. 소론 돈정
효능효과 : 1. 내분비 장애 : 원발성 및 속발성 부신피질 기능부전증, 선천성 부신 이상증식, 암에 수반된 고칼슘혈증, 비화농성 갑상선염
3. 케토티펜정 325미리
전화로 듣기로는 페토펜정 325미리라고 들었지만 검색 결과 케토티펜정으로 나오니 전문의 상담하기를 바란다.
효능효과 : 1. 기관지 천식, 알레르기 기관지염과 관련된 천식 증상의 예방
2. 알레르기 비염, 알레르기 피부질환 습진, 아토피성 피부염, 두드리기, 피부, 가려움증 및 전신 다발성 알레르기 질환의 예방 및 치료
4. 헤프라딘 캡슐 500미리
마지막 약은 아무리 검색을 해도 나오지 않는다. 내가 잘못 받아 적었는지 아니면 이 약이 없어졌는지 알 수 없으니 이 부분은 전문의와 상의하시기를 바란다.
많은 분들이 물어보는 이 부분을 2021년 2월 18일 진료받은 병원에 알아보았다.
전화로 상담받았기에 오타가 있을 수 있다. 몇 번을 물어보고 기록한 약명.
약은 꼭 이 약이 아닐거라 생각을 한다. 그저 참고만 하기를 바라며 전문의와 상의하기를 바란다.
내가 복용한 약은 총 4알이었다.
내가 살고 아이가 살았던 약이기에 더욱더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