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창밖으로 보이는 낙동강과 유슬이 유난히 아름답다.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새로운 경험으로 매일 신바람 나게 추억을 만든다. 신바람 나는 일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건 나의 오만과 착각으로 이루어진 망상과 같았다. 이제는 신바람 나는 일들을 환영하며 내 것으로 만들 용기가 생겼다. 충분히 자격 있다며 나를 칭찬하고 위로한다. 그래서 그럴까? 요즘 좋은 일들이 빵빵 터진다. 좋은 일들 가운데 좋지 않은 일들도 터지지만 그것도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 더 성장하라는 우주의 속삭임이라고 여기니까..
우연히 티브이를 본 후 사연을 쓰는 나를 발견한다. 예전에 나라면 사연을 보내는 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지기로 했기에 되든 안되든 사연을 보내게 된다.
되면 좋고 안 돼도 손해 볼 거는 없다 라는 생각으로 편안하게 사연을 보낸다.
그리하여 2019년 10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2019년은 별거를 선택하고 4개월 정도 친정집에 머물 때였다. 힘들고 고단함을 잊을 수 있었던 건 글쓰기뿐이었기에 엄마의 말 한마디에 카톡으로 사연을 보냈다.
구구절절. 내가 아픈 것과 엄마 아픈 사연들을 적고 끝으로 김수미 선생님의 음식을 먹고 올해 더 힘차게 살아보겠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남겼고 며칠 후 제작진에게 연락이 왔다. 휴대폰 번호로 전화가 왔기에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전화를 받았고 역시나 제작진이었다. '이때부터 뭔가가 되겠구나'라는 느낌이 확 들어왔다.
제작진은 위로하는 말과 함께 다른 분들과 의논 후 연락 주겠다는 말을 남기고 전화는 종료되었다. 연락이 올 거라는 확신과 믿음으로 한 달을 보낸 후 어느 날 제작진으로부터 연락이 온다. 10월 중순쯤 서울 촬영지로 올 수 있냐는 전화였다. 이게 웬일... 공중부양을 하듯 몸이 하늘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나를 떨어트린 건 엄마였다. 10월 중순 제주도 여행을 가기로 한 날이라는 거였다. 제작진과 통화를 하며 11월에 다시 스케줄 잡기로 한 후 전화가 종료되었고 엄마는 자신의 여행에 신경을 쏟고 있었다. 엄마가 야속했지만 어쩌겠는가? 운을 믿는 수밖에.. 한 번 어긋난 스케줄은 11월과 12월 중순까지 어긋났고 포기할 때쯤 작가에게 전화가 왔다.
김수미 밥은 먹고 다니냐 출연 장면(단톡방에서 찍어준 멤버들 감사합니다)
김수미 밥은 먹고 다니냐 출연 장면(단톡방에서 찍어준 멤버들에게 감사합니다)
12월 말쯤 촬영하자고 했고 그날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촬영을 해야만 했다. 그건 내 안에 무언가가 꼭 해야만 한다고 말을 걸었기 때문이다. 무의식이 시키는 대로 무작정 약속을 하고 서울로 상경을 했다. 일을 해야 하는 엄마를 설득하고 설득해 서울로 가는 SRT를 탄다. 그러나 엄마는 썩 내키지 않았는지 잔소리와 함께 투정을 하며 촬영장 장소에 도착한다. 기차 안에서 아이가 잠들어버렸고 지하철을 타고 촬영장까지 갈 수가 없어 막히고 막히는 도로 사정을 모르는 채 택시를 탔다. 약속시간을 지켜야 했기 때문에....ㅠㅠㅠ
주말이라 차는 어찌나 막히던지.. 택시 요금이 오를 때마다 오금이 저렸다. 결국 이만 원이라는 값비싼 차비를 지불한 끝에 촬영장에 도착했다. 내가 본 광경은 티브이에서나 볼 수 있었던 것들을 직접 보고 느끼고 체험하니 실감이 났다. 5시쯤 촬영을 해야 하는 우리는 점점 시간이 미루어졌고 밤 8시에 촬영을 했다. 추운 겨울 배고픔을 달래며 드디어 촬영을 했다. 연예인 촬영을 끝낸 메인 MC 김수미 선생님은 다친 관계로 우리 촬영 때는 함께 못했지만 윤정수와 이진호 개그맨과 즐겁게 촬영을 마쳤다.
촬영을 끝내고 아쉽다며 연예인과 사진 찍기
[우리 모녀보다 더 슬퍼했던 이진호 님. 너무 감사합니다. 환대와 위로 가슴에 새기며 살아갑니다. 촬영 내내 밝게만 했던 저를 미워하지 않고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윤정수 님의 밝은 미소에 행복했습니다. 언젠가는 또 만나겠지요. 인연을 맺었으니 또 한 번 만나기를 바랍니다. 윤정수 님 이진호 님 건강하게 그리고 원하는 모든 일 다 이루어지기는 바라요.]
김수미 선생님은 없지만 사진으로 달래봅니다.
[엄마 우리 그래도 잘했어! 그지! 신기한 촬영장도 구경하고 촬영하는 스텝들도 보고. 좋은 추억으로 한 페이지 남겨두기를 바라요. 촬영장이라는 곳에서 다시 촬영하는 그날까지 우리 또 인생을 즐기면서 살아가자! 그동안 키워줘서 너무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건강하게 살아요. 내가 유럽 여행과 그토록 꿈꾸던 전원주택에서 살 수 있게 내가 그 꿈을 실행해줄게요.]
신기한 촬영장. 너무 행복했다.
[우리 가족 김수미 선생님 사진 앞에서 찰칵. 배려해준 스텝분들 너무 감사합니다. 화기애애한 촬영장 분위기가 떨리는 모녀를 위로해주었습니다. 김수미 선생님, 언젠가는 꼭 한번 만났으면 합니다. 꼭 뵙기를 소망하며 건강하십시오]
작가님 초상권으로 얼굴 가립니다. 잘 챙겨주고 배려해준 작가님 근황이 궁금합니다
[매시간마다 미안하다며 배려해준 작가님. 작가님의 배려로 촬영을 기다릴 수 있었어요.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고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작가님 잘 지내시죠! 건강하시고 올해는 원하는 일 다 이루는 한 해 되세요. 꼭 글을 읽기를 바라며]
이진호 님이 오래 기다린 우리를 위해 개인기를 보여주다. 이진호 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영상 사용합니다.
[이진호 님이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춤과 노래를 해주셨다. "영상 찍으려고요" "네" 바로 개인기를 보여주신 이진호 님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당신이 있어 위로가 되었고 든든했습니다. 건강하세요]
아주 강렬하면서도 짧게 촬영을 마치고 나니 밤 9시를 향하고 있었다. 기차는 이미 취소를 해버린 상태. 촬영이 언제 끝날지 몰랐기에 기차 예매는 무의미했고 마치는 대로 기차를 예약하려고 했지만 이미 기차는 매진 상태였고 묻고 물어 전철을 타고 공항을 찾았다. 비행기를 타고 부산으로 가려고 했다. 그러나 비행기는 이미 끝난 상태에서 추운 겨울 길바닥에서 헤매야 한다는 생각에 아찔했다. 넋 놓고 있을 수 없었다. 어린아이와 나이 든 노모를 모시고 추억 한번 남겨 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시작한 모험. 그러나 이 마저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공항에 없는 비행기를 붙잡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내 돈 내산 영원히 간직해야 할 나의 첫 번째 티브이 데뷔
내 돈 내산 영상입니다. 감상하시죠!
허기진 가족을 위해 다시 길을 찾아야만 했다. 일단, 폰을 들고 KTX 고객센터에 전화를 한다.
"여보세요. 마지막 기차 혹시 남는 좌석 없을까요? 마지막 기차는 몇 시에 있나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인원이 몇 명인가요?"
"셋 명입니다. 그러나 두 자리만 있다면 예약 부탁합니다. 입석 한자리하고요"
"마지막 시간 11시 50분 세 자리 있습니다. 예약해드릴까요?"
"네. 예약 부탁드립니다. 앱에는 좌석이 없었던 걸로 아는데 전화하니 좌석이 있네요"
"아마 취소한 분들이 계신 거 같아요. 세 자리 예약해놓을게요."
"아참 공항에서 역전까지 어떻게 가면 될까요?"
안내하시는 분은 아주 친절하게 답변해주었고 우리가 원하는 부산행 표를 구할 수 있었다. 이날 촬영을 마치고 매장을 가려고 한 엄마는 체념을 했다. 나 역시 엄마에게 미안했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더 좋은 게 오지 않겠냐며 엄마를 위로했다. 엄마는 현실적인 여자라 차비부터 우리가 기다린 시간까지 계산을 하며 후회를 했다. 거기에 보고 싶던 김수미 선생을 보지 못한 안타까움까지 겹치고 겹친 모양. 매장에는 엄마를 찾는 손님까지 있었기에 이래저래 타산이 나오지 않아 속상해했다.
우여곡절 끝에 부산에 도착하니 새벽 12시 50분.
팔팔한 아이. 늦은 밤거리에 나오기는 처음. 그러나 너에게도 좋은 추억이 될 거라 믿는다.
부산 도착해 택시만 타며 끝나는 고단한 하루 일정이 택시까지 힘들게 할 줄는 꿈에도 몰랐다. 기차에서 내린 많은 사람들 모두 택시를 타기 위해 줄을 서 있었기 때문이다. 매섭게 추운 그날 새벽. 씩씩거리는 엄마와 추운 어린아이를 달래며 택시를 타기 위해 역전에서 한참 떨어진 곳까지 걸어가야만 했다. 그렇게 역전과 먼 거리에서 택시를 탈 수 있었고 모두가 안도에 숨을 쉬며 그날 하루를 마무리 지었다.
12월에 방송을 타야 하는 영상은 방송국 사정으로 안될 거 같다는 말을 작가에게 듣는 순간 아주 간단명료하면서도 명확하고 사정을 말했고 방송을 타야만 하는 이유를 말했다. 작가는 알겠다며 제작진과 의논하고 연락을 주겠다는 답변으로 마무리 짓었고 2020년 1월 27일 설 연휴 마지막 날에 방송을 타게 되었다.
만약에 우리 영상이 방송을 타지 않고 유튜브에만 올린 상태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라는 상상을 해보지만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저 그때 상황에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티브이에 나오던 유튜브로 나오던 나는 여러 곳에서 섭외가 들어오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소장용으로 간직하고 싶어 내 돈 내산 영상을 보관 중이다. 탈이 많았던 방송 촬영은 오히려 득이 되었다. 그리고 감사하다. 김수미 밥은 먹고 다니냐! 촬영팀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고 2021년 복 많이 받기를 바란다.
SBS PLUS 김수미 밥은 먹고 다니냐
김수미 선생님과 함께 촬영하지 못했지만 오히려 그것이 소득이라고 생각했고 더 좋은 것이 온다며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기 계발서 책을 읽으며 모두가 말했다. 준비된 자에게 행운이 온다고 그러려면 때를 기다리면서 차곡차곡 준비하라고. 자기 계발서를 1년 동안 읽었던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고 무엇이 되었던 하라는 걸 모두 하게 되면서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준비란? 무엇인가?
나에게는 아주 간단했다. 아픈 몸을 숨기지 않고 나와 같은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그리고 힘을 나누어 주는 거였다. 꽁꽁 숨기고 싶었던 병든 나를, 이혼을 한 이혼녀가 큰 용기를 내고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건 단, 하나 책이었다. 책을 읽고 자신감을 찾았고 성공한 자를 조금씩 따라 하면서 마인드를 세팅했다.
예전 나라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을 마흔을 넘기고 좌절과 고통의 연속이었던 삶을 경험하고서야 나를 찾았다. 그렇다면 그동안은 절실함도 절박함도 없었던 것이 확실했다. 현실에 안주하며 만족했으니까. 이혼을 결정하고 금쪽같은 두 딸을 내 곁이 아닌 전남편에게 보내면서 꿈을 찾으려고 노력했고 두 번째 남자를 만나면서 폭언과 폭력으로 인해 멍든 가슴을 달래려고 돌파구를 찾아야만 했다. 숨을 쉴 수가 없었기에. 숨을 쉴 수 있는 나만의 일을 찾아야 했고 돈을 벌어야만 했다. 그게 바로 책이었고 책을 읽는다고 당장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성공한 자를 조금씩 따라 하면서 때를 기다렸다.
나를 여기까지 오게 했던 남자들이 있기에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들을 나 자신을 찾지 못한 나에게 성장이라는 두 단어를 안겨주었다. 때로는 그들이 미웠지만 지금은 그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던지고 싶다. 그들이 있었기에 내가 지금 여기에 있으니까.
또, 하나의 준비는 글쓰기 었다. 나를 알리는 좋은 도구는 글쓰기 었으니까. 내가 경험했던 모든 일들을 기록했다. 블로그를 시작했고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그렇게 내 삶의 일부분을 공개하면서 새로운 삶을 맛보았고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지금 나는 숨길 것도 비밀도 없다. 오직 내 이름 석자만 있을 뿐. 탈탈 털어서 나와 같은 분들과 나누고 공감하며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아직 나는 새로운 세상에 갈증을 느낀다. 더 많은 분들에게 험난한 인생도 쓸모 있는 인생으로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더 전파하고 싶다. 실패는 곧 성장이라는 비법 중 하나이기에 실패에 굴복하지 않고 다시 시도한다.
방송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촬영하는 그 순간까지 떨렸지만 카메라가 사방천지에 있었도 두려움은 정말 허상이었다. 방송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라 실수도 있을 수 있고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는 걸 알아버렸다. 사람이 하는 일은 두렵지 않다. 우리가 두려운 것은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일이었기에 두려웠다. 그걸 깨달은 후 새로운 도전은 두렵지 않았다. 약간의 긴장만 남아 있을 뿐.
그 후로 방송을 즐기는 나를 발견했고 용기가 생겼다. 사투리와 어색한 말투라도 나를 존경했고 대견스러워했으며 그런 일들로 나의 용기와 사기를 무너트리지 못했다. 또 다른 방송 섭외가 온다면 밀쳐 내지 않고 기껏 이 받아들이기로 한다. 기회는 기회를 알아보고 잡는 자에게만 오는 거라는 걸 직접 체험하고 나니 더 이상 세상은 무섭지 않았다. 더 이상 세상은 두려운 존재가 아니다.
다음 방송 후기 JTBC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다음 편을 기약하며 기대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