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흰머리 염색을 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는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가? 늙음을 감추고 변화는 내 모습을 숨기기 바쁘다. 나 역시 만찬 가지. 30대와 40대 보다 피부 노화가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다. 장기 기능들이 떨어지고 있다. 피부 노화로 우울한 기분이 들다가 바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가르마를 탄 곳에 몇 년째 흰머리 가닥이 나를 지켜주고 있다. 흰머리를 볼 때마다 '너 힘들구나! 스트레스를 엄청 받아 그렇구나!' 이해하려고 했다. 뽑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자연의 섭리가 그렇다고 익히 알고 있기에 저항하지 않고 무던히 받아 들었다. 이런 마인드가 고잉 그레이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나 역시 하얀 머리카락으로 우아하고 아름다움 미를 창조할 거라고 생각했다. 백발 되는 과정이 수치스럽지만 그들은 새로운 관점으로 도전을 했다.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어볼까 한다.
불안, 망설임, 두려움....,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을 때 용기를 내어 문을 열면 그 앞에 희미하지만 다른 길이 우리를 안내한다.
마흔 초반, 살기도 바빴던 시절, 어느 날인가 오랜만에 쳐다본 거울 속 내 얼굴에 놀란 적이 있다. 삶에 지쳐 표정이 없어진 얼굴, 희로애락이 사라져 버린 생물이 날 보고 있었다.
언젠가 '때'가 오기 마련이죠. 그 '때'가 오면 남들의 시건이나 말들은 개의치 마세요. 자연스럽게 나이 듦을 받아들이세요. 온전한 나를 받아들이면 그것이 나만의 개성이 되거든요.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만큼 마음에 여유가 생기자 인생을 더 즐기고 싶었다. 그래서 느지막이 다시 일을 시작했다. 자기 다운 게 가장 편하다는 생각에 흰머리도 주름도 감추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
p33
염색을 그만둔 것 자체로 기분이 한결 가벼워지며 해방감을 느꼈다는 그녀는 다시 흰머리를 길게 기르고 좋아하는 세상의 반팔 셔츠를 입게 됐다. 메이크업도 원래 스타일로, 그제야 진짜 자신을 되찾은 것처럼 기뻐서 그레이 헤어에 더 애정을 품게 됐단다.
p34.36
계절의 변화에 나를 이입해보면 사람도 자연의 일부임을 실감한다. 한 발짝 더 다가서면 건강하고 활기찬 삶이 펼쳐진다.
"입으로 들어가는 것, 몸에 걸치는 것은 가능하면 내추럴하게 하려고 해요. 몸이 원하는 걸 고분고분 받아들이면서 내면을 위로하고 싶어요."
일출과 함께 눈을 떠서 햇빛을 받으며 움직이고, 일몰과 함께 잘 준비를 하는 일상. 이런 식으로 자연과 하나 되어 생활 리드를 짜면 심신이 건강해지고, 더불어 평온한 일상을 보낼 수도 있다고 한다.
"바로 교과를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라서 매일 꾸준히 반복하는 게 중요해요. 그렇다고 필요 이상의 룰을 만들고 싶지는 않고 참을 필요도 없어요. 자기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끼면 그만둬도 좋아요. 바쁠 때는 쉬어도 좋고요. 가끔은 자신을 풀어주는 것도 중요해요.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작은 변화에도 민감해지고, '아, 이 정도는 내게 맞는구나'하는 순간도 늘어간답니다."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흘러가는 계절을 보고 거기에 자신을 겹쳐보는 일 등은 안나 씨가 언제까지나 소중히 하고 싶은 순간들이다.
p40
자기답다는 것은 현재의 자신을 제대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 흰머리는 물론이고,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스레 생기는 주름이나 그에 따른 변화를 오히려 매력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인생은 훨씬 즐거워진다.
안나 씨가 이렇게 긍정적인 것은 항상 자신을 이해해주는 가족이 있기 때문, 좋은 일도 나쁜 일도 함께해온,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p87
나이를 먹는 게 꼭 나쁘지만은 않아. 오히려 기뻐해야 할 일, 충분히 즐기면 그만
p95.97
"나이 드는 건 슬프고 짠하고 쓸쓸해요. 하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찾아오는 것이니 받아들이는 게 마음 편하지 않겠어요?"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을수록 얼굴도 마음도 똑같이 주름져요. 그런데도 겉모습만큼은 젊어 보였으면 하는 건 어쩐지 이상하잖아요? 주름도 흰머리도 다 받아들이고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어요."
p135
아름다움은 내면에서 우러나는 것인 만큼, 매일의 삶 속에서 기뻐하거나 슬퍼하거나 혹은 화를 내면서 마음의 결을 조금씩 쌓아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p147
큰 시련을 헤쳐오면 굳은 삶의 의지를 몸에 익힌 요시오카 씨는 이제 삶의 한가운데에서 작은 행복에도 눈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단다.
p155
자연스럽게 자기 다운 시간을 줄기며 그만이에요. 진심을 다해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려 한다면 나이와는 별개로 새로운 싹이 반드시 돋아날 거랍니다.
흰머리로 그녀들의 새로운 삶의 방식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나에게 가장 와 닿는 구절만 발췌했다. 그녀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의 변화에 너그럽게 받아들였고 그로 하여금 새로운 세상에 눈을 떴다고 한다. 그리고 더 멋있는 그런 여성이 되었다. 자신이 하는 모든 일들에 자신감과 생기가 엿보였다. 머리 색깔은 한 사람의 인상을 책임진다. 요즘은 일부러 탈색하는 경우가 많다. 그레이 색이나 노란색으로 물들이기 위해서이다. 나 역시 매번 브라운 색상으로 부드러운 인상을 남기려고 애쓰다 머리카락 손상으로 마음이 아팠다. 염색하지 않겠노라고 검은색 머리카락 색을 사랑하겠노라고 다짐했다. 고잉 그레이 책을 보는 순간 내가 다짐한 그대로 적여 있어 신기했다. 자기 다운을 찾아 떠나는 시간 여행 책이었다.
우연히 온라인 서점을 보다 구입한 책. 먼 훗날 하얀 머리카락으로 세상을 다시 살아간다면 고잉 그레이의 소소한 그녀들이 팁 따라 노년에는 근사하고 멋스러운 나를 찾아갈 것이다.
인후염으로 고생 중이지만 시간이 아까워 읽은 책은 오늘 반나절에 다 읽어버렸고 지금 이렇게 서평 한다.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책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나에게도 도움이 된 책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