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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Apr 03. 2021

호텔 카페를 가는 이유는 육아를 즐기기 위해서다

바다가 보고 싶어 영도에 위치한 호텔 카페에 갑니다

천안이나 아산, 충청남도에 살면서 바다가 그리웠다. 바다만 보면 답답한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는 유일한 나만의 스트레스 푸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5년 동안 살아온 도시는 바다를 볼 수 없었다. 도시라고 하기에는 부족했고 시골이라고 하기에는 도시다웠다. 남편이 운전해주면 잠시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이 아산이었다.


답답함을 스스로 만들기도 했지만 주위에 있는 가족들이 힘들게 했기에 기댈 수 있는 곳은 부산 뿐이었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 그리고 사회생활과 결혼 또한 부산에서 했다.


그러다 김해에서 신혼생활을 했고 이혼 역시 김해에서 이루어졌다. 그 후로 김해는 더 이상 갈 수가 없다. 아이와 생활했던 도시였기에 가슴이 미어져 김해와 장유는 갈 수가 없다.


더 이상 부산과 경남에서 살아가지 않겠노라고 다짐했다. 그 후로 충청남도라는 도시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갔다. 새로운 삶은 새로운 삶이 아니라 어지러운 삶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어김없이 찾은 내 고향, 부산을 찾았다.


답답함,

억울함,

분노,

슬픔,

아픔 등 다 떠나보낼 수 있었던 건 바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2019년,

부산 생활을 이어가면서 가장 가까운 바다를 찾기 시작했다. 친정집과 아주 가까운 송도 바닷가, 영도 바닷가를 찾으며 아픈 가슴을 쓸어내렸다.


2020년,

어느 날

영도에 위치한 호텔을 찾았다. 바다 뷰를 바라볼 수 있는 그러나 친정집과 가깝고 엄마 직장과 가까운 그곳.


라발스 호텔은 탁월했다.

영도 바닷가는 어선들이 많다. 유조선도 많다. 그 이유는 조선소가 있기 때문이다.

영도에는 한진 조선소와 각종 하청 업체들이 있고 감천으로 가면 해운 선박들이 가득하다.

해운대와 또 다른 매력이 있는 영도 바닷가는 유일한 안식처가 되었다.


"엄마, 라발스 호텔 카페 가자. 거기서 바다도 보고 맛있는 커피도 마시고 엄마 출근 시간 맞춰 나가면 되잖아!"


"그래, 가자"


호텔 카페라고 해서 해운대 카페만큼 비싸지 않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가격대라 자주 이용하게 되었다.


오후 햇살을 맞으며 따스한 커피를 마시다 보며 마음속 깊은 곳에서 한숨이 나온다.

시원하게 한숨을 쉬고 나면 무거웠던 생각들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천안 가기 전,

찾은 라발스 호텔.


영도 다리와 대교 다리가 보이는 영도 바닷가.

해운대 부럽지 않을 만큼 아름답다.

사람 사는 곳이기에 생동감이 있었다.




라발스 호텔에서 바라보는 전경




아직은 쌀쌀한 바람.

아직은 쌀쌀한 날씨.


하지만 그 풍경만큼은 따스했다.


바닷바람은 늘 매섭다. 춥다고 하는 아이를 위해 실내로 들어와 창문 너머로 보이는 바다를 벗 삼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엄마는 출근할 시간이 다가왔다.


히잉.. 아쉬워!!!






너는 바다 여왕



화장은 둘째치고 세수했다면 다행이다.

마스크를 쓰고 다니니 과감하게 세수 조차 하지 않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

세수하지 않았다는 건 나 혼자 아는 비밀.



이날은 백화점 일도 있었다. 겨우 세수를 하고 눈곱 때고 민낯으로 뚜벅뚜벅 걸었다.

내가 모자를 쓰는 이유, 단 한 가지.


전날 머리를 감지 않았기에~~~

두피가 건조해서 그런지 하루만 지나면 기름이 진다.

오히려 건조해 지성으로 기름 진다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건조하는구나! 인지 했다.


세수를 하지 않건 머리를 감지 않건 나는 존재만으로 사랑스럽고 영롱하다는 걸 잊지 말자.


오늘은 꼭 씻어야지~~!!





라발스 호텔


남포동을 나오면 꼭 들리는 곳이 있다.

설빙 매장..


아이가 먹고 싶다고 하니 인절미 빙수를 먹어야 했다.

빙수를 먹은 후 이것저것 구경하다 라발스 호텔 카페에서 또다시 휴식을 취했다.

저녁 먹기에는 이른 시간.

그렇다고 점심 먹기에는 늦은 시간.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는 카페를 가야 하는 현실.

어른들만 있다면 구경하며 쇼핑을 했을 텐데..


대통령은 걷기 싫다고 했다. 다리 아프다고 징징거려 결국 호텔 카페에서 바다 보기로 결정했다.


이날만 카페를 두 번 다녔던 기억이 난다.

아이 덕분에 바다를 볼 수 있었고

아이 덕분에 쉴 수 있었다.



엄마는 너를 위해서라면 모든 할 수 있어! 엄마를 지켜봐 줘!


운전을 할 줄 안다면 휴대용 유모차를 태울 수 있었지만 뚜벅이 신세인 모녀는 휴대용 유모차는 장식품이 되었다. 급한 일 마무리되는 대로 운전면허 학원 등록부터 해야지!!


나와 너를 위해.. 운전을 한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힘겨운 뚜벅이 신세를 면하지 않을까 기대를 한다. 운전하면 피곤함이 더 하겠지만 무거운 짐들을 매고 지며 다니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일단, 해보자. 어르신도 하는 운전. 젊은 내가 못할 이유는 없으니까..





손녀와 걷는 엄마.



작년 가을.


우리 대통령은 5살이었다.

지금 대통령은 보니 어느새 커 엄마 마음을 헤아려 주는 속 깊은 딸로 내 곁에 있다.



아장아장 걷던 시절이 엊그제 같았는데 언제 이렇게 컸을까?

사진은 옛 추억하기 참 좋은 도구다.




작년 여름 라발스 호텔 카페



초가을을 향하는 9월.


석양이 아름다운 이 곳을 한번 가보겠노라고 다짐했고 항상 다니는 길만 다니는 엄마를 위해 뚜벅뚜벅 영도다리를 건너 라발스 호텔을 도착했다.


두 다리가 건강해 걸을 수 있다는 것이 감사했다.





대통령님 바다가 좋아요.




대통령님은 바다를 한참 쳐다보며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여기는 영도 다리 중간.


무서운지 꼭 붙들고 있는 귀여운 내 아기.


엄마 믿지! 아가...

우리 영원히 아름답게 지내자!!




엄마 육아는 이렇게 하는거야!



육아는 어렵게 하는 게 아니라며 알려주는 영원한 나의 스승님.


안 되는 일 억지로 하려 했던 지난날을 반성하게 해 준 스승님.


그래! 엄마는 너를 바라보며 배우고 또 배우는구나! 고맙다.. 아가!! 엄마 스승으로 와줘서..


가기 싫다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보내지 않은 거.

아이를 믿고 기다리는 것이 육아였다.


내가 힘들어 아이를 짐짝 취급했던 과거를 회개하며 지금 나는 아이를 믿고 기다리고 있다.


육아는 엄마와 즐기며 세상을 배우는 것이다.


어른 역시 하기 싫은 일은 죽을 만큼 하기 싫다.

그렇다면 아이 역시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면 금방 싫증을 내고 탈이 났다.


첫째와 둘째 아이 역시 바로 탈이 났다. 엄마 욕심에 엄마 편안함을 찾기 위해 보낸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은 아이들에게 탈이 났다.


그래서 막둥이 대통령은 한 없이 기다리며 믿어주고 있다.


육아는 존재만으로 아름답고 기다리며 아이를 믿어주기만 하면 된다. 63개월째 홀로 육아를 하며 깨닫는 것들이다. 기다려주자. 엄마와 함께 즐기며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우자. 세상은 두려운 곳이 아닌 아주 안전한 곳이라고 마음을 키우자. 그건 오직 부모만 할 수 있는 영역이니까.


바다가 보이는 카페를 다니며 소소한 일상 속에서 행복함을 배우고 있다.


맛있는 음식,

자신 입맛에 맞는 음식을 먹을 때마다, 대통령님은 이렇게 말한다.


아~~ 행복해~

아~~ 천국이야~

아~~ 기분이 좋아~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긍정적인 말들을 마구 해댔다.


나 역시 내가 원하는 곳을 가고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먹을 때마다 행복감이 밀려온다.

그렇다면 아이는 더 큰 행복 감정이 몰려올 거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인생은 짧아.

짧지만 짧다고 생각하지 말고 즐기자!


한글이 문제가 아니야.

숫자가 문제가 아니야.

영어가 문제가 아니야.


세상을 배우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배움의 공부는 큰 영감일 것이다.

억지로 하지 않은 배움이 아이를 창의적인 아이로 키울 것이다.

엄마는 그렇게 믿는다.


바다가 보이는 카페는 인생을 배우고 행복을 배우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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