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전 이야기 6
2020년 12월 23일..
나 홀로 이사 준비를 하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 많은 짐은 그의 외로움을 달랬던 걸까?
쉴 새 없이 사들인 옷가지, 그리고 살림, 가전제품.
돈 한 푼 없이 살아가는 그는 뭘 믿고 새 제품들을 사들이고 대형마트에서 사들인 식품을 바라보며 한숨이 절로 났다. 나와 아이에게 모질게 대하면서 자신은 그 빈 공간을 물건과 음식으로 채웠다는 걸 이사 준비를 하며 느꼈다.
체구가 큰 그는 어느 날,
뱃살을 쏙 빼고 부산에 왔다.
'이 남자가 무슨 이유로 뱃살을 뺏을까? 고혈압으로 살을 빼라고 노래를 불러도 끔쩍하지 않던 남자는 나와 아이가 없는 그 시간에 헬스기구를 아이 방에 진열하고 있었다.
천안, 우리 집에 도착하니 헛웃음이 나왔다. 나와 아이가 살기 위한 생활비를 끊고 자신은 자신을 위해 운동기구며 먹거리를 진열한 그 사람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 사람이 없는 그 집에서 이사 준비를 하며 지긋지긋하고 소름이 돋쳤다. 더러워 있을 수 없었고 더러운 곳을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매도는 쉽사리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때, 우주의 소리를 들었다.
'피하지 말고 지금 이 시간을 즐겨라. 한편으로 생각하면 불행한 상황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너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걸 인지해! 네가 바랐던 일들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너의 꿈이 이루지지 않고 있는 건 아니잖아. 인생은 말이야! 굽이 굽이 이어지는 산맥과 같아! 그러니 피하지 말고 허리케이가 오더라도 무섭고 거대한 태풍이 너의 앞에 오더라도 그건 허상일 뿐이야. 미리 겁먹지 말고 그동안 읽었던 책의 한 구절을 암기하며 힘내기를 바란다. 지금 상황을 냉철하고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 아이를 생각하고 너를 생각해봐! 너는 지금 무슨 꿈을 꾸고 있니! 상대가 준 상처, 배신 등으로 힘겨워할 때가 아니야. 상대가 준 불행을 행복으로 바꿀 힘이 너 안에 있어. 가만히 너를 바라봐! 분명히 어디로 가야 할지 너는 알고 있어. 그 꿈을 펼쳐봐.'
힘겨운 일들이 들이닥칠 때마다 우주가 하는 말을 듣게 되었다. 우주가 하는 말은 내 안의 마음 소리였다. 좌절하기 싫었고 불행하다고 생각하기 싫었다. '전화위복' 고사성어가 떠올랐다.'화가 바뀌어 오히려 복이 된다는 뜻'을 가진 한자..'그래 그거야! 화내지 말고 냉철하게 상황을 바라봐! 네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고 있어! 가슴 졸이며 지낸 결혼생활을 정리할 수 있는 상황을 바라봐!. 단지, 그 과정이 복잡하고 힘겹지만 인생은 호락호락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걸 그동안 살아오면서 알잖아. 지금은 네가 원하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살면 되는 거야. 네가 생각한 그대로 현실이 되고 있어!'
그 남자 물건을 정리하며 배신감으로 얼룩진 감정들을 쑤셔 넣고 버렸다. 억울했고 분했다. 중고로 처분하려고 빼놓은 새 옷을 쳐다보며 문득 생각이 들었다.
'돈 한 푼 없이 사회에 나오면 옷이라도 있어야 하는 건 아닌가?' 오만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사건 내용은 알지 못하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 있으면 어렴풋이 알 거 같았고 그 사람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용서' 단어는 아니지만 '이해'라는 단어로 분노를 떨쳐버렸다.
나와 아이를 위해 용서 못하는 이들을 가슴 깊숙이 처박지 말고 용서와 이해로 상대 입장에서 생각하며 '그럴 수 있겠구나' 문장을 되새겼다.
'용서'단어는 나를 위한 단어였다. 상대를 위한 단어가 아님을.. 이사하고 내 고향에서 내 아이와 정착하면서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다. 용서는 상대를 위한 것이 아닌 '나''나 자신'을 용서하는 것임을.. 용서해야만 내 아이를 올바른 성인으로 그리고 올바른 길로 인도하리라 믿었다.
그와 떨어 지낸 15개월, 그리고 일이 터져 떨어 지낸 지 8개월..
남자 없이도 충분히 살아지고 있다. 광활한 우주 기운을 받으며 광활한 세상을 맛볼 기회가 주어졌다. 별거는 내 인생을 배웠고 나 자신을 알았다. 그리고 잊어버린 꿈을 찾았고 그 꿈을 위해 조금씩 일어서고 있다.
이혼은 각자 인생을 살아가는 거다. 이혼은 상대를 위한 행위가 아니라 나를 위한 행위이다. 다친 마음에 또 상처를 내서는 안된다. 이제는 내 마음을 보듬어 주고 상처를 꼭 안아주는 일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부터 생각을 바꾸고 관점을 바꿔야만 한다. 그래야 아이를 올바른 성인으로 인도하니까. 기를 쓰고 혼자 바꾼 들 상대는 그런 마음이 없다면 나를 위해 선택해야 한다. 무슨 선택을 해야 하나? 바로 나를 위한 선택, 상처를 아물 수 있는 선택,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 당당함, 두려움과 무서움을 맛보며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는 선택을 해야 한다.
별거 후 서로가 서로 마음을 알아가고 다독였다면 재결합할 수 있지만 사람 마음은 좀처럼 바꾸기 힘들다. 그래서 공부하고 독서를 하며 명상을 하는 거 같다. 불안한 마음, 두려운 마음, 불행한 마음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밝은 빛으로 물들어야만 내 마음이 바뀌고 찬란한 빛으로 물들리라. 오색빛깔 빛이 우리 등 뒤에 기다리고 있다는 걸..
나는 그 생각 하나로 별거를 했고 재결합을 결심했다. 하지만 우주는 아니라고 했다. 상황이 요상하게 돌아가는 걸 보며 우주 소리를 알아차렸다. 모든 건 그 남자에게 불리하게 돌아갔고 그 남자가 불리한 상황에 도달하니 나까지 아니 아이까지 파괴했고 가정을 파괴하고 상처를 주고 있었다. 주저앉아 신세한탄을 하며 울 수 없었다. 1분 1초가 아까웠다. 마음이 무너질 때쯤 마음에 위안을 준 책 '우아하게 이기는 여자' 서평단에 당첨이 되었고 힘든 여건 속에서 틈틈이 읽어 내려갔다. 그랬다. 내가 지금 원하는 건 '우아하게 이기고 싶은 마음'이 보였다. 주제는 달랐지만 여성이 사회에 우뚝 서기에 접한 책이었다. 끊임없이 책을 손에 놓지 않았다. 내가 살길은 책이었고 독서였다. 내가 숨을 쉴 수 있는 것은 글쓰기 즉, '쓰는 삶' '기록 삶'이다. 그리고 그 길에 한 발짝 앞으로 걸어 나갈 수 있었다.
재결합의 빛은 아니지만 그 빛은 홀로서기 오색빛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12월 30일 우주는 나를 도왔다. 무사히 매도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천안살이를 정리했다.
부산 생활 일주일 만에 찾은 천안은 온통 새하얀 눈으로 뒤덮여 나를 반겼다.
'그동안 마음이 얼마나 무거웠을까? 새하얀 눈 위에 시름하고 있는 고통들을 토해내고 홀가분하게 너의 세상을 즐기렴' 말을 전했다.
뚜벅뚜벅 걸어가는 옛날 보금자리는 진흙탕이 되었고 그곳에는 새로운 집주인과 중개사 그리고 법률사무소 직원, 세입자가 그 집에 모여들었다. 지저분한 곳에 지저분한 발자국으로 얼룩지고 있었다. 찬란했던 천안살이는 1년 살고 종지부를 찍었다. 살기 편안했던 곳, 신축 건물 아파트, 신축 건물 오피스텔 아파트. 그러나 나에게는 빛 좋은 개살구가 되고 말았다.
부산 정착.. 그리고,
2심 재판이 기다리고 있는 그.
1심 불복한 검사는 결국 2심까지 항소하고 말았다. 항소만은 안 하기를 바랐지만 그건 내 생각, 검사 생각은 아니었다. 여자 검사가 선정된 것도 그 사람 운이었고 1심 선고의 후한 성적도 그 사람 운이었다.
'탄원서, 회사 직원 탄원서, 나의 진단서, 나의 진료 내역서, 그 사람의 정신병원 진료 내역서' 서류는 1심에서 득을 봤지만 2심에서는 실이 되고 말았다. 결국, 1심보다 더 한 형량으로 복역 중이다.
그리고 닥친, 손해배상 청구 그로 인해 나에게 사해행위라는 손해배상 청구가 올 거라는 2심 변호사 말. 종합해보면 내가 선임한 이혼 전문 변호인은 사해행위가 될 수 없는 것이 손해배상 청구가 들어오기 전 이혼소송을 먼저 했다는 취지로 나를 안심시켰다.
이제는 내 손에서 떠나 상대측이 보내는 서류 한 장으로 법률적으로 따지고 또 따져야 한다.
죽을 거 같았던 8개월,
불행할 것만 같았던 8개월,
숨을 쉴 수 없었던 8개월,
그러나 다시 살 수 있었던 건, 내 안에 답이 있었다. 아주 간결하고 쉽게 답이 존재했다.
법으로 나를 힘들게 하면 나 역시 법으로 다투면 된다는 걸,
일을 복잡하게 만들지 않고 조바심 내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는 일. 이 모든 건 인간이 만들었고 인간이 실행하는 것이므로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 그저 그들이 원하는 대로 따라가면 된다.
법이 무서워 사주를 보러 다녔다. 여기저기 잘 본다는 곳에 다녔다.
모두가 똑같은 말을 했다.
"관재운이 있어요. 아마 법적으로 다툼이 있으니 그저 묵묵히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헤쳐나가야 합니다. 운을 피하다 보면 더 큰 화의 운이 다가올 거예요. 좋은 운이든 좋지 않은 운이든 행불행은 같이 옵니다. 피하지 말고 맞서다 보면 좋은 운이 들어올 겁니다. 법 앞에서 졸지 말고 당당히 맞서요. 당신이 잘못한 일은 없지만 상대로 인해 마치 당신이 잘못한 것처럼 상황이 돌아가니 떳떳하게 상황에 대체하세요"
저승의 심판은 염라대왕이
이승의 심판은 판사가..
복장을 보면 그럴싸하다. 검은 제복을 입고 있는 판사, 저승의 제복 역시 검다. 먼저 경험한 자라 정확하게 말할 수 있다.
이승의 재판을 달게 받아야 한다고 했다. 피하지 말고 회피하지 말고 나에게 다가온 요상황 일들을 냉철하게 헤쳐가라고 했다. 그래야만 된다고... 두 번째 본 사주. 남포동에 줄지어 작은 천막 안에서 타로 보는 길이 있다. 그곳에 한 남자가 철학을 보고 있었다. 엄마와 나는 뚜벅뚜벅 들어가 앉았다.
사주를 보는 철학자.
똑같은 말을 했다. 사주가 같으니 나쁜 건 틀리지 않았으리라.
다만, 해석이 달랐다. 음력 4월과 5월 조심하라고 했다. 법적으로 다툼이 있다고...
나는 내 사주로 좋지 않은 것들을 미리 알고 거기에 대해 생각을 한다. 길은 있으니까.
그냥 불행을 맞이하는 것보다 대비를 하며 마음 준비를 하는 것이 더 철저하게 미래를 대비하는 거라고 생각했기에...
그분은 그랬다.
"음력 4월과 5월만 잘 보내면 좋은 일들이 있어요. 그러니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대로 밀고 나가요. 올해는 힘겨운 일들로 큰 빛을 보지 못하지만 내년, 후 내년이 더 좋아요. 계속 글을 쓸 거죠?"
"네. 그 일이 내게 딱 맞아요?"
"이 사람 사주를 보면 20대 글쓰기 일이 꽉 막혀 있었고, 30대는 남자로 인해 펼칠 수 없었어요. 그러나 40대 그 일이 딱 맞아떨어져 훨훨 날 수 있어요. 당신은 이 일이 천직입니다. 이제야 만났으니 앞으로 좋은 일만 남았네요. 계속 글을 쓰고 책을 내세요. 좋은 결과가 분명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이혼으로 많은 것을 배웠다.
인내, 책임, 실행, 그리고 기다림을..
님은 건너지 말아야 할 강을 건너 후회하는 중이지만 나는 후회가 없다.
내가 걸어온 길은 빙빙 돌아 제자리를 찾았지만 그 제자리가 나를 흥분하게 했고 설레게 했다. 지금 내 아이가 없었다면 내 꿈을 내 자리를 찾지 못했을 터.
그래서 매일 감사함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혼, 재혼, 별거, 이혼 그리고 새로운 삶은 정직하게 다가왔다.
내가 잘못한 행동과 생각으로 닥친 불행은 처절하게 받아들였고 몸부림을 쳤다. 부정 기운을 떨쳐 버리려고 무던히 노력했다. 그걸 묵묵히 지켜봐 준 엄마. 엄마가 없었다면 가능하지 못했던 일. 몸부림치며 힘겨워하는 엄마를 쳐다보는 아이가 없었다면 가능하지 못한 일. 그래서 오늘도 살아가고 있다.
지금은 하루를 설레고 재미나게 지내려고 노력 중이다. 인생은 즐겨야 제맛.
우리는 불행한 삶을 살려고 태어난 것이 아닌 행복을 위해 잠시 불행의 열차에 탔을 뿐이다.
이혼을 원하는 사람,
별거를 원하는 사람,
그걸로 재결합이나 이혼으로 결정 난 사람
한부모 가정으로 가장이 된 사람이라면 이건 분명히 행복해지려고 찾아온 손님이라는 걸 명심하기를 바란다.
기댈 곳 없던 나, 사주를 믿고 현실을 직시하며 조바심 내지 않고 남과 비교하지 않는 삶을 위해 마인드를 정비하고 그 어떤 불행이 닥쳐도 흔들리지 않는 자세로 세상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 쓰는 삶과 기록한 삶으로 생이 마감하는 그날까지 쓰고 또 기록할 것이다.
아참.. 마지막에 당부한 말을 한 철학관 아저씨.
"건강을 지키세요. 아플 수 있으니 몸 챙기며 앞으로 전진하세요."
이제부터 몸이 말하는 걸 무시하지 않고 잠이 오면 자고 쉬고 싶으면 쉬고 여행 가고 싶으면 떠나고 그러다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헤쳐나가면 된다. 그러니깐 밸런스를 맞추며 몸을 아끼고 아끼며 일을 즐기면 된다.
이젠 선택을 했다. 그리고 멋지게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거침없이 써 내려가면 된다.
나와 아이가 살아가는 세상을 멋지게 그려볼 것이다.
결혼, 이혼, 재혼, 별거, 그리고 이혼은 글쓰기의 밑천이며 불의의 사고로 세상과 등진 마지막 남편 이야기까지 나의 살림 밑천이다. 결혼, 이혼, 재혼, 별거, 그리고 이혼은 별거 아닌 별거였다. 남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지 말고 나 자신을 내가 바라보며 다독이고 응원해야 한다.
다음 이야기는, 이혼소송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길고 긴 이혼소송 결말...
드디어 내일이면 끝나겠지!
합의 이혼과 재판 이혼은 장단점이 있다는 걸, 두 번 이혼하며 알게 되었다.
이혼 후 세상은 더 밝고 찬란하게 다가오고 있다. 무서울 거 없는 나, 두 번의 힘겨운 투병생활 그리고 세 번의 출산, 두 번 이혼하고 살아가는 싱글맘의 정착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에게 바란다. 나를 불쌍하게 바라보지 말라고. 나는 내 위치에서 당당하게 새로운 세상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