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빈 작가 Jun 23. 2021

밥 한 끼 하자 말이 그리운 요즘

커피한잔도 좋은 관계 만들기

어느 순간 '우리 밥 한 끼 하자'말이 사라졌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아마 첫 번째 이혼을 하고 난 뒤 철저하게 혼자가 되고 나서부터 '우리 밥 한 끼 하자' 말할 상대도 말을 해줄 상대도 사라지고 없다는 걸 최근에 알게 되었다.



나는 왜?

그동안 은둔한 사람처럼 살았을까? 뭐가 두려워서? 뭐가 무서워서? 뭐가 불안해서? 밥 한 끼 하자는 사람들에게 등 돌리고 말았을까?


그 안에는 여러 가지 감정이 숨겨져 있다.


죄책감, 실망, 비난, 비교와 과거에 얽매어 다른 이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자신감과 자존감은 하염없이 밑바닥을 치고 있었던 그 해.


만나자는 이도 만나고 싶은 이도 없이 철저하게 혼자 남겨져 아이만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었다. 유년시절 13살 당시로 돌아가버린 거 같았다. 13살 그 아이는 동생을 엄마처럼 언니처럼 기둥처럼 알뜰살뜰 살피며 내 몸보다 더 귀하게 여기며 하루를 버티고 살았다. 13살 그 아이는 지금도 아픈가 보다. 아직도 울고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못하고 있다.



2014년 이혼을 하면서 그리고 2016년 재혼과 동시에 출산을 하면서 믿을 사람은 너뿐이라고 아이를 붙잡고 살고 있었다. 내가 살아가는 힘은 너라고 그러니 어디 가지 말라고 붙잡고 있었다. 아이만 있으면 밥 한 끼 하자고 말해주지 않아도 말할 사람이 없어도 된다고 생각했던 나의 오만과 착각이 지금 아이가 온전히 엄마 곁을 지켜주고 있다.


유년시절 13살 그 아이가 동생에게 한 것처럼.

언니가 도와줄 테니 도망가지 말고 언니만 믿어라고 너 없으면 언니는 슬프다고 붙잡고 있었던 그 시절.


그러나 한 번 13살 그 아이 마주했다.

친구가 없어도 슬프지 않았다. 나를 비난하고 비교하며 '너는 왜 그렇게 사냐'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내 곁에서 사라졌다. 한 명 두 명 내 곁에 있던 선배 후배 동료를 떠나보내고 나니 공허했다. 두 아이가 보고 싶어 미치도록 밤마다 울었다. 밤마다 기도했다.


'내가 없어도 잘 살 수 있도록, 아프지 않도록' 일어나지 않은 일에 불안해하며 기도하던 그 시절, 병든 몸에 천사가 찾아왔다.


'엄마 이제 언니들을 그리워하지 마! 내가 있잖아. 내가 엄마 곁에 꼭 붙잡고 놓지 않을게' 속삭이며 천사가 찾아왔고 정말 내 곁을 떠나지 않고 66개월, 그리고 임신기간 10개월 동안 엄마만 바라보고 있었다.



13살 그 아이가 했던 행동을 지금 내 아이가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내려앉았다. 아이에게 무거운 짐을 안겨준 거 같아 마음이 아팠다.


같은 비극을 만들지 않기 위해 이제는 '우리 밥 한 끼 하자' 친구를 만들어야겠다고 엄마도 엄마 인생을 살 테니 너도 너의 세상을 마음껏 즐겨보라고 상황을 만들어야겠다.


아이가 나를 놓지 않았다고 생각한 건 착각.

내가 아이를 놓지 않고 있다는 건 진실이다.


누가 '요즘 뭐해? 우리 밥 한 끼 하자' 하면 두 팔 들고 환영해야겠다. 아이를 위해서 미뤄서는 안 되는 일이 바로 친구와 밥 한 끼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치유 댄스는아이와더 많은친밀감을 유지하는 행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