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빈 작가 Jun 22. 2021

치유 댄스는아이와더 많은친밀감을 유지하는 행위

불안한 마음을 대면하는 순간 아이 불안도 내 불안도 알아차리게 했던 댄스


24시간 시간은 늘 같지만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드는 감정과 생각은 다르다. 그래서일까? 오늘 아침은 다른 날과 다르게 느긋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거 같다. 예전 같으면 아이에게 닦달을 했다. "이렇게 늦게 일어나면 유치원이나 학교 다닐 때 어떻게 일어날 거냐"부터 시작해 일어나지 않은 일에 일찍 감치 걱정하고 불안해하며 하루를 맞이 했다. 거기에 아이 탓을 한 나 "네가 늦게 일어나서 엄마 시간이 줄어들었다" 고 말하는 나를 바라볼 때마다 아이 탓은 아니라고 네가 일어나기 싫어 일어나지 않은 거라고 나를 똑바로 쳐다보는 계기가 오늘 아침이다.


아이 탓을 한 걸까? 불안해서다. 두려워서다. 무서워서다. 나이 들어 지금 아이를 낳았고 지금부터 시작해도 늦었다는 두려운 감정이 있었다. 나도 모르게 어느새 가슴 한쪽에 새기고 있었다. 새긴 모습이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아이를 보며 초조해하고 불안해하고 두려워하고 무서워했다. 혹여,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이 재발하면 안 된다고 재발하기 전에 뭔가를 해나야 한다고, 나를 재촉하고 힘들게 했다. 일어나지 않은 일에 미리 겁을 냈던 건 유년시절부터 시작한 오래된 습관이다. 습관을 깨고 부셔버리려고 무던히 노력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하지만 부셔버린 조각들을 미쳐 치우지 못하고 남아 있었다. 지금 이 순간 나를 다그치듯 아이에게도 다그치고 있었다. 엄마 불안을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해줬다.


한동안 아이가 일찍 일어나는 것에 집착을 했다. 그건 그냥 아이가 원하는 거라고 생각했던 생각이 잘못된 거라는 걸 오늘 아침에 알게 되었다. 엄마가 일찍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읽고 힘들어도 일찍 일어난 아이 마음을 바라보니 마음이 아팠다. 현재는 아이가 유치원도 학교도 다니지 않고 24시간 나와 붙어 있는데 왜 불안해 떠냐고 불안해하는 마음을 자각하니 오전 10시 반이 지나가도 느긋해하는 마음을 보게 되었다.


이래저래 뒤척이는 소리,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눈을 뜬 아이는 온몸에 기지개를 켜고는 엄마는 뭐 하고 있냐고 물었다. "엄마는 폰을 보고 있었지!" "거실에 안 나가고 내 곁에 있냐"라고 물었다. "응. 엄마가 나가면 너 깊은 잠 못 자서 너 자는 모습 지켜보고 있었다"라고 하니 미소를 보냈다.


그렇게 오전이 훌쩍 지나 점심시간이 다가오는 시간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다. 아이가 태어나고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한 그때로 돌아갔다. 내 탓도 아이 탓도 없이 조용히 지금 이 시간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나니 굳이 밥 먹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빵과 계란으로 밥 대신할까?" "왜" "오늘은 그러고 싶네. 굳이 쌀밥 먹지 않아도 되는 거잖아. 늦은 점심에 밥을 먹어도 되고 저녁에 먹어도 되는데 아침에 밥 먹기 싫은데 굳이 먹을 필요 없지!"


아이는 엄마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건지 아니면 조금 여유로운 엄마 마음을 느꼈는지 흔쾌히 좋다고 했다. 일어나면 모녀는 늘 하는 게 있다. 아침 확언이다. 


'나는 운이 좋다. 나는 이쁘다. 나는 건강하다. 나는 젊다. 나는 날씬하다'를 시작으로 아이가 이렇게 성장하면 좋겠다는 꿈을 담아 아이에게 다른 확언을 말해줬다. 아이는 뜻도 모르고 아침 눈을 뜨면 시작한 확언을 어떨 때는 물어본다.


"엄마 왜 매일 운이 좋다고 말해야 해" 아이는 운이 뭔지 모르니깐 당연한 질문이다.

"음, 그건 너와 내가 마음속 깊이 자신감을 갖는 거야. 그래서 매일 운이 좋다고 외치는 거잖아"

"그래! 잘 모르겠는데 일단, 해볼게"


이제는 습관이 되어 자연스레 시작하는 아침. 그 후로 밥 먹기 전에 댄스를 춘다. 아이가 하기 싫다고 하면 하지 말라고 엄마도 하기 싫은 땐 안 한다고 당연한 거라고 말해준다.


그러다  내가 왜? 불현듯 아이와 춤을 추기 시작했는지 심리를 알게 된 이유가 알게 되었다.


그건 아이와의 친밀함을 안겨주기 위함이라는 걸..






친정에 있을 때도 천안에 있을 때도 심하지 않았던 분리불안..






그러나 온전히 모녀만 남겨진 지금.. 아이는 직감한 거 같다. 엄마와 자신이 홀로 남겨졌다는 걸..





부산으로 이사 오고 욕조에 물을 받을 때마다 불안해했다. 없었던 불안이 보이기 시작했다. 불안하면 울음을 터트리고 안절부절했다. 눈물이 나는 이유가 뭐냐고 물어보니 66개월 아이가 자신 마음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자신이 두려운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엄마가 욕조 물 안 보면 욕조 물이 넘쳐서 이 집이 물로 채워질 거 같아서 무서웠어"



아이 마음은 이 집이 물로 인해 사라질 거 같은 공포. 자신의 버팀목인 엄마가 사라질 거 같았던 물이 무서웠던 거 같았다. 그 후로 아이도 스트레스, 나도 스트레스로 욕조 물은 받지 않고 샤워 형식으로 목욕을 시작했다. 샤워만 하고 나온 날이 길어지자 어젯밤 문득 아이는 이런 말을 했다.


"엄마 나에게 문제가 있어! 욕조에 물 받으면 무서운 거"


그 말 즉슨, 욕조에서 놀고 싶다고 욕조 물 채워질 때까지 욕조만 지켜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사실 욕조 물 받을 동안 그 시간이 아까워 청소기도 밀고 장난감 정리를 했던 나의 행동이 보일 때마다 아이는 불안해했다. 그 불안한 마음을 모르는 척하며 끝까지 청소하면 아이 불안함을 무시해버렸다. 그건 나의 불안함을 무시한 것과 만찬 가지였다. '나도 쉬고 싶어. 그래서 지금 이 시간에 청소하면 몇 분이라도 책상 앞에 앉을 수 있어. 아니면 쉴 수 있단 말이야. 근데 너는 왜 그래. 엄마 못 쉬게 왜 물만 쳐다보라고 그래' 아이 불안과 나의 불안을 무시했다는 걸 어젯밤에 알게 되었다. 


내가 내 불안을 무시할 때마다 아이는 욕조 물을 받을 때마다 미치도록 불안해했다. 욕조 물 넘치면 안 된다고 세상 모든 잃어버린 것처럼 슬퍼하고 불안해하고 있었다. 



지금 나에게 닥친 불안한 요소가 뭔지 알려주는 아이가 곁에 있다는 것이 참 고맙고 감사하다.



서로를 위해 욕조 물 대신 샤워를 계속하면서 아이는 욕조 물에서 놀고 싶지만, 자신이 무서워하는 거 때문에 엄마가 화를 내는 게 더 두렵다고 표현하는 아이에게 참 많이 미안했다. 이 마음을 알아차린 어젯밤 편안하게 말했다.



"이제는 욕조 물 받을 동안 물을 지켜볼게.. 넘치나 안 넘치나! 엄마도 불안해 안 할게. 시간 간다고.. 언제든 말해! 욕조에서 놀고 싶으면.. 너를 불안해하는 것들 만들지 않을게! 엄마도 엄마를 불안해하는 요소를 만들지 않을게"



아이는 편안하게 알겠다고 대답하고 잠들었다. 나도 편안하게 잠들었다.

















아이가 불안해하는 그 고통. 나와 같은 불안 고통이라는 걸.






아이는 물로 나는 돈과 시간으로 불안해하고 있었다.



오늘부터 여유로운 마음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조용히 그 시간을 그 마음을 그 상황을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그리고 마감시간은 다가오지만 해낼 수 있다고..



아이와 댄스 시작한 이유도 서로 더 친밀한 모녀, 사랑한다는 표현을 온몸으로 표현하기 위해 선택한 거고, 기록하고 남기기 위해 아이가 원하는 곡 선정해서 아이가 원할 때 춤을 춘다. 힘들면 짧은 곡으로 길면 정지하는 일상을 서로가 배우고 성장하고 있다. 무조건 달리면 아파버리는 몸을 아니까. 그게 정신적으로 아프던지 육체적으로 아프던지 그 무엇이든 표현하는 내 몸을 아니까. 적당히 달리기를 바라는 아이 마음을 이해하며 내 마음도 괜찮다고 해준다.





금쪽같은 내 새끼 프로그램에서 오은영 박사 님이 그랬다. 




"아이의 불안함을 엄마가 늘 금쪽이 와 함께한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친밀감이 필요할 때라고"



갑작스러운 일에 엄마와 어린 딸아이가 아파했다. 하나뿐인 아들이 심장마비로, 하나뿐인 오빠가 하늘나라로 가버리고 없던 모녀에게 다가온 불행은 딸 마음에 분리불안으로 다가온 것이다. 그리고 엄마가 사라지면 어떡하나 심리가 아이를 힘들게 했다. 엄마 외출조차 허락하지 않은 아이. 그 아이의 마음을 보며 눈물을 훔치며 나와 아이를 바라보게 되었다.


오은영 박사님은 아이에게 시간을 정하고 엄마가 어디를 가는지 미리 얘기하라고 처방을 내린 후 다음 처방이 바로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강조했다. 사실 나는 이 영상 보기 전에 시작한 댄스,  무의식에 끌려 시작한 모녀 댄스였다. 


이유는 모르겠고 이렇게 함으로써 아이가 더 안정적일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몰랐던 그 이유를 오은영 박사님이 말해줬고 지금 아이와 댄스를 춘 이유를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상황은 다르지만, 영상 통화하던 아빠 모습이 사라졌고 전화기 넘어 들리던 아빠 목소리가 사라지고 말았으니까. 그렇게 아빠 사랑을 배우기 전에 불안한 감정을 먼저 배운 아이를 바라보니 나의 유년시절 아픈 상처가 보였다. 그 상처로 아파하는 아이를 꼭 안아주기를 내 안에 머물고 있는 13살 그 아이와 내 곁에서 나만 바라보는 아이를 안아줘야 한다는 사실을. 그래야 불안한 마음을 더는 아파하지 않고 온전한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고 그 마음을 보여주기 위해 시작한 모닝 댄스는 치유 댄스가 되었다는 사실을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다. 


참 다행이다. 더 늦기 전에 알게 되어서. 

참 다행이다. 아이 마음이 더 많이 깊어지기 전에 불안함을 알게 되어서.

참 다행이다. 내 안의 13살 아이 아픔을 똑바로 쳐다볼 수 있게 되어서


늦은 아침을 맞이하지만 초조해하고 불안해하지 않고 느근하게 맞이하는 마음을 마주하면 할수록 아이는 더 불안하지 않을 거 같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아침. 우리가 일어나면 아침이고 우리가 자면 밤이니까. 더는 다른 사람 일상을 끼워 맞춰 내 일상으로 만들지 않기로 아이와 약속했다. 


오늘부터 시작이다.












지금 가정보육인 마음도 알게 되었다. 아이 마음이 편안함, 평온함, 충만을 채우기 위해, 엄마를 신뢰하고 믿음을 쌓고 사랑을 채우는 과정이 필요하기에 가정보육을 선택했던 거 같다. 엄마와 떨어져도 엄마는 자신을 버리지 않는다고, 잠들다 깜빡하고 너를 데리러 가지 않은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이 모든 불안요소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엄마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그러나 그 밑바탕에는 사랑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지금 사랑으론 부족한 아이와 나. 많이 표현하고 많이 말하는 우리 모녀가 되기 위해 함께 하는 일, 함께 만든 추억을 많이 만들어 보기로. 


내 마음도 준비 중이다. 아이와 잠시 떨어져도 불안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내년 7살 유치원 목표로 나는 아이를 위해 나를 위해 불안한 요소를 제거하고 있다.



나쁜 어른만 존재하는 세상은 아니니까.



내 아이처럼 소중히 여기는 유치원이 있을 거라 생각하며 나의 불안요소를 제거하는 올해가 될 거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제주도 새별 헤이요 목장원은 사랑이 담기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