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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Jun 21. 2021

제주도 새별 헤이요 목장원은 사랑이 담기다

동물도 자신이 낳은 새끼를 아끼고 사랑하는데


5월 초에 다녀온 제주도 여행은 실패만 있는 게 아니다. 나름 재미도 있었고 교훈도 얻었다. 그리고 사랑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을 깨우치게 했다. 아이가 동물이 보고 싶다고 했다. 부산에도 초읍에 동물원이 있지만 코로나 19로 잠시 폐쇄된 걸로 알고 있어 가지 못했다. 멀리 있는 에버랜드는 갈 수가 없어 제주도 간 김에 포유류 동물들을 마음껏 보자고 했다. 그리하여 제주 공항에 도착했고 렌터카 업체 차에 탑승해 렌트를 했다.


이날 날씨가 너무 아름다웠다. 근사하다고 할까?


첫날은 그러했다. 날씨도 받쳐줬고 여행도 순탄했다. 그리고 식당은 생각보다 맛있지 않아 같이 간 어르신들은 구시렁거렸다.


일단, 식당은 다음 글로 담겨두고.....


점심을 먹고 식당 마당에서 신나게 뛰어놀았다. 뛰어놀다 동물 보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는 아이를 위해 애월에 위치한 목장원을 갔다. 식당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를 찾다 보니 새별 헤이요 목장원이 지도에서 보였다.


내가 운전하는 거라면 좋은 곳 찾아가면 되지만 동행한 일행이 운전하는 거라 최소한 거리를 좁혀야 피곤이 덜 누적될 거 같았다.




생각보다 괜찮았던 목장원.



목장원에 주차를 하면 입구부터 유럽에 온 것처럼 느껴지는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었다. 아이는 '야호' 신나는 비명을 질렀다. 입장료와 조랑말에게 줄 우유와 양과 다른 동물들에게 줄 먹이를 구입하고 들어서니 아이가 좋아하는 동물들만 있었다.






사나운 동물이 없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





양과 염소는 들판에 풀어놓고 있었다. 새끼들도 많아서 아이는 무서워하면서도 즐거워했다. 이걸로 충분히 만족한 코스라고 생각했다.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이어지는 동물 먹이주기.



'분유 주세요' 앞에 서니 말 두 마리가 서 있었다. 분유를 먹기 위해 우리를 기다리는 것처럼 안쓰러운 눈빛을 발사했다. '이때 분유 두 개를 사야 하는 거구나!' 느끼게 한 장면을 목격하고 말았다.


한 마리는 나약하고 힘을 제대로 못 쓰는, 인간을 비유하자면 약자인 말이 있었고 한 마리는 강한 힘과 파워를 자랑하는, 인간을 비유하자면 강자였다. 힘이 없어 보이는 말에게 분유를 줄 때마다 약한 말머리를 박치기하는 강자 말은 분유를 더 먹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약자 말이 분유를 먹으려면 못 먹게 머리로 밀쳐버리는 강자 말이 밉다고 아이는 말하며 "엄마 왜 분유 하나만 사와 착한 말은 분유를 못 먹잖아. 다음에는 두 개 사" 아이의 일침이 들렸다.


아이는 많은 것을 보며 느끼고 생각했을 것이다. 불쌍함과 강한 두 단어를...

약 한말이 분유가 더 먹고 싶어도 못 먹는 모습에 애간장이 탄 아이는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말을 쳐다보다 강자 말에게 말을 한다.


"야. 넌 많이 먹었잖아. 친구 좀 주자"


기특한 녀석.

사랑을 배우고 있구나!

강자 말


결국, 강자 말이 분유를 압도적으로 다 먹어버렸다.



'엄마가 어찌 알겠냐? 말이 서로 분유 먹으려고 싸울 줄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구나' 혼자 구시렁대다 아이에게 말했다. "말이 두 마리인 줄도 몰랐고 한 마리가 이렇게 힘이 센 줄 몰랐어. 다음에는 두통 사서 들어오자" 이해하기 쉽게 대화로 이어졌다.


그렇게 머리를 박으며 분유를 더 얻어먹은 강자 말이 싫다고 다른 동물 보러 가자는 아이는 넓은 들판을 뛰어다니는 양과 염소 쪽으로 향했다. 그쪽으로 가다 움직임 조차 없는 말이 안쓰러워 한참을 이야기하며 쳐다보다 말이 좋아하는 당근을 줘도 움직임이 없었다. 은근히 걱정된 친정엄마와 아저씨 그리고 우리 모녀. 말 옆에 누워 있는 새끼 말까지 널브러져 있어 아픈 건 아닌지 염려되었다. 한참을 지켜보다 염소가 있는 곳, 양 새끼가 있는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미동 없는 모성애가 가득한 어미



새끼 염소는 먹이를 먹기 위해 사람들 곁으로 다가왔고 아이는 무섭다고 요리저리 뛰어다니는 것이 아수라장도 이런 아수라장이 없었다. 엄마는 영상 촬영에 사진 찍기 바쁘고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동물들 보러 다닌다고 어린 손녀는 뒷전이 되었던 제주도 첫 관광.


먹이 주려면 조금 더 강심장을 만들어 와야겠다고 다음에 오면 혼자 먹이를 다 주라고 응원했다. 아이는 무섭다고 동물 곁에 다가가지 못했다.


어른들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아이가 어찌나 해맑고 이쁘던지.. 그렇게 한 바퀴 도니 오리도 보였다. 나오는 길에 미동조차 없는 말 곁으로 다가가 왜 그렇게 서 있는 거냐고 물어보지만 말은 말을 못 하는 동물이라 마음이 아팠다. 새끼도 왜 움직임 없이 누워 있을까? 궁금함을 가득 안고 다리 아프면 앉아라고 말을 했지만 그저 새끼 옆에서 움직임도 없는 말이 안쓰러웠다.

먹이주기



나오는 길에 입장료 판매하는 직원에게 물었다.


"저 안에 있는 말 아픈 거 아니에요. 사람들 보여주려고 말 치료 안 한 거예요? 새끼 옆에서 한 발짝 움직임 없이 그저 돌이 된 거처럼 서 있었어요. 거기다 새끼는 널브러져 일어날 생각도 없고 아픈 거 아니죠?"


직원은 내가 하는 말을 듣더니 웃으며 말을 했다.


"아.. 저 안에 있는 말 말하는 거죠? 그 말 며칠 전에 새끼를 출산했어요. 아마 새끼가 기운 차릴 동안 움직이지도 않고 먹이도 안 먹을 거예요. 새끼 지킨다고 미동 없이 가만히 서 있는 거예요"



새끼 낳은 어미와 새끼 모습


친정엄마와 나는 놀라고 말았다. 짐승도 자신이 낳은 새끼를 지키기 위해 먹지도 자지도 앉지도 않고 새끼를 지키고 있는데 하물며 인간이 어쩜 그럴 수 있냐고 한탄을 했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아동학대 사건이나 살인으로 부모가 재판받는 모습을 보고 엄마는 말하는 거 같았다.



사실 말의 사랑을 보지 않았다면 그 안타까움을 모를 것이다. 곁에서 한참을 지켜본 우리 가족들은 말이 안쓰럽기도 했고 기특하기도 했다. 인간은 죽이고 버리는데 말 못 하는 짐승은 자신이 낳은 새끼를 지키고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어미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모습은 인간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모성애, 부성애가 사라진 요즘. 어린 나이에 임신과 출산을 하면서 부모 준비가 안된 아이들에게 새 생명을 주신 신은 아마 깊은 뜻을 전해주려는 메시지는 아닐까. 어린아이를 학대하며 굶겨 죽이거나  자신은 배불리 먹고 자고 화가 나면 아이에게 화풀이를 하는 어른은 어른이 아닌 짐승보다 못한 인간은 아닌지..


배 아파 난 아이를 어쩜 그렇게 매정하고 냉혹한 곳에서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하게 하는지, 나도 엄마지만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제주도에 도착해 첫 번째 관광은 '사랑' 말고는 더 배울 것이 없었다. 동물도 자신이 낳은 새끼를 귀하고 귀하디 아낀다. 그러니 인간인 우리는 싫든 좋든 아이를 낳았다면 최선을 다해 키워야 하는 건 아닐까?  함부로 생명을 죽이고 없애서는 안 된다. 특히, 어린아이의 생명은 귀하고 귀한 거다.


내가 낳았다고 함부로 버리고 때리고 학대해서도 안되고 없애거나 살인해서도 안된다. 그건 내가 나를 학대하는 거와 별반 다르지 않다. 자신도 그렇게 학대받으며 자라왔기에 아이를 보면서 자신 어린 시절이 떠올라 미치도록 그 아이가 싫어 이성을 잃고 죽였는지도..


나는 말하고 싶다. 동물 사랑을 보고 배워라고.. 동물의 새끼 사랑을 마음 깊이 보고 배워라고 말하고 싶다. 동물은 자신이 낳은 새끼가 미워도 이쁘지 않아도 자신 품 안에서 키운다. 새끼가 스스로 독립하면 어미는 새끼 곁을 떠난다. 제발 인간 탈을 썼다면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고 새 생명을 귀하게 여기자. 제발.


새별 헤이요 목장원을 구경하다 인간과 동물의 사랑 차이를 확인했다. 영상을 남겨 아이가 어른이 되고 성인이 될 때까지 함께 보며 새 생명은 귀한 거라고 귀한 생명을 함부로 버려서도 없애서도 안된다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해줄 것이다. 책임 지지 못할 일은 생각해서도 행동해서도 안된다는 좋은 교훈을 준 제주도 첫 번째 여행은 아주 멋졌다.



애월 새별헤이요 목장원


뭐, 아저씨는 별로라고 하지만 엄마와 나는 깊은 감명과 함께 새로운 사랑을 배웠다.




애월 새별 헤이요 목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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