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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Jun 20. 2021

요가는 아픈 몸을 돌보는 시간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될 때


10년 전 궤양성 대장염으로 아프기 시작했다. 아픔을 이기고 다시 태어났던 2014년.


아픈 몸을 위해 요가를 선택했다.


굳어 버린 몸과 아파버린 몸을 수양하듯 아픈 정신과 마음을 달래야 하는 일은 요가뿐이라고 생각했다. 마음을 수양할 수 있는 최적의 운동. 몸을 이쁘게 하고 날씬하기 위해 운동이 아닌 정신을 이쁘게 하고 생각을 이쁘게 하기 위해서 시작한 요가는 나에게 딱 맞는 운동이었다.




나마스테


인사를 하고 시작하는 요가는 시끄러운 마음을 읽을 수 있고 시끄러운 정신을 가다듬을 수 있다.


고요하지만 정중하게 나마스테 인사를 하고 나면 그 순간만큼은 고요하고도 고요한 나의 내면을 볼 수 있다.


불안해하는 내면,

아파하는 내면,

수치스러운 내면,



처음 요가를 시작할 때 개인수업으로 시작했다. 그 당시에는 대장이 원활하게 움직이지 않고 멈춰 있었다. 먹으면 바로 화장실에 가야  했기에  대장은 자신을 잃고 자신이 해야 하는 기능을 잃어버린 채 몸 안에 들어오는 모든 것들을 배출하는 게 그때는 대장이 하는 일이었다.


혹여,

힘을 주다 설사를 하면 어쩌나 하는 벌어지지 않은 일에 신경을 썼고 동작 하나하나 코칭을 받고 싶었다.


이왕 하는 거 동작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익히고 싶었다.


원장과 일대일 수업.


살이라곤 없었던 몸은 아랫배만 볼록 나와있었다. 궤양성 대장염을 앓고 있는 환우는 아랫배가 볼록 나오는 몸매를 자랑한다. 대장이 부어있기 때문이다.




몸과 마음은 하나


요가 수업을 들으면 들을수록 몸과 마음은 하나였다. 긴장한 몸을 풀어주는 요가. 그리고 잔뜩 웅크리고 있는 마음을 풀어주는 요가는 몸이 병들고 마음이 병들었는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었다. 그때~


마음이 병들어 몸이 반응했다는 아주 간단한

공식이 성립했다.


사업실패가 코앞이었던 그때 마음에서는 요동쳤다. 불안해서, 두려워서, 무서워서,

그럴 때마다 요가를 하면 진정되었다. 그저 고요하고 평화로움 속에 지금 나를 온전히 바라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발가락에 힘을 주고 아픈 부분에 신경을 쓰며 어깨는 힘을 뺀다. 그리고 몸이 움직일 수 있도록 호흡을 짧게 하면 할수록 요가 움직임은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동작이 되었다.


"몸이 너무 유연해서 요가하다 자칫 잘못하면 다칠 수 있는 몸이에요. 잘 된다고 무리하게 요가를 하면 안 되고 적당한 선에서 멈춰야 합니다. 유연해도 너무 유연해요"


일대일 수업을 하면서 원장은 뜻밖의 말을 했다. 몸이 굳어 제대로 요가 동작을 못하고 있던 나에게 한가닥 희망을 안겨준 말이었다.




20대,

집에서 홈트를 했다. 그때는 집에서 스트레칭 정도였다.


5년 이상 잡지에 실린 스트레칭을 따라 하며 굴곡진 몸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20대는 뭐를 해도 내가 원하는 만큼 보여준 몸이었으니까. 그때는 걱정도, 불안도, 두려움도, 무서움도 없어 마음과 정신이 크게 아프지 않았다. 정신만 가다듬으면 몸은 그대로 따라줬다.


스트레칭 요가 동작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수십 년을 했으니 몸은 유연하고도 유연했을 것이다. 하루도 쉬지 않고 누워서, 앉아서, 서서 스트레칭을 했다. 회식을 하더라도 가능하면 스트레칭을 빼먹지 않고 했다. 그것이 유일한 안식처였다.



30대,

임신, 출산과 함께 육아를 하며 내 몸을 돌볼 겨를이 없었다. 첫째를 어느 정도 키우고 나니 둘째가 태어났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내 몸과 마음을 돌볼 시간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리고 30대 후반 큰 병이 찾아왔다. 큰 병을 앓고 나니 다시 나를 찾아야겠다고 아픈 몸과 마음을 고요히 바라볼 수 있는 것은 요가뿐이었다.


매출이 일어나지 않은 날에는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가 요가 동작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선생님은 "오늘 무슨 일 있었어요?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서 긴장하고 있어요. 힘 좀 빼고 온전히 나만 바라보며 요가 동작을 따라 해 보세요"


사실 이때만 해도 나만 바라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요가 동작을 따라 할 때마다 잡생각으로 정신을 어지럽혔고 딴생각으로 요가 동작을 놓치는 일이 많았다. 몸과 마음이 병들어 힘들어할 때 고요히 나를 바라볼 수 있는 일이 뭔지 몰랐던 30대 후반에, 따라 하기란 쉽지 않았다.




일단,

양반 다리를 하고 눈을 감고 요가 선율에 몸과 마음을 맡기고 나를 바라본다.


나마스테 합작을 하고 선생님을 바라보며 스트레칭을 시작한다. 양반 다리를 풀고 팔다리 긴장을 풀고 나면 정신을 내 몸에 집중하면 할수록 불안은 떨쳐버리고 두려움은 사라졌고 무서움은 없어졌다.


힘든 동작은 병든 몸과 마음을 사라지게 마술과 같았다. 완주한 모습에 안도를 했고 기뻤다. 마지막 동작은 병든 몸과 마음을 고요히 바라보며 스스로 다독였다.


'수고했어! 잘 따라 했어! 쉽지 않은 동작 그 누구보다 잘했다. 너를 칭찬해'


콩닥거리는 가슴을 끌어안고 오늘도 무사히 잘 보냈다고 안도했다. 그때 선생님은 수강생들이 편히 쉬도록 점등을 한다.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고요함을 유지한다. 이때 수강생 몇 분은 잠이 들곤 했다. 몇 분이 흐르고 나면 다시 정자세로 마지막 인사를 한다.


"힘들어간 어깨에 힘을 풀고 무의식 속에서 자신에게 집중하세요. 자신에게 고맙다고 인사하세요"



수강생은 마치 자신 혼자 남겨진 것처럼 고요히 자신을 바라보며 칭찬하고 있었다.


"나마스테"


마지막 인사로 한 시간가량의 수업은 끝이 나고 만다.


요가를 하고 생긴 습관이 있다. 밤에 자려고 누우면 쉽사리 잠들지 못하는 이유를 알게 된 것.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고 입과 볼에 힘이 들어가 있다는 걸 자각할 수 있었다.


일어나지 않은 일에 잔뜩 긴장한 내 몸을 의식하고 어깨부터 힘을 빼고 나면 소중한 얼굴에 있는 눈과 입에 잔뜩 들어간 긴장을 풀어준다. 그러다 어느새 잠이 들고 만다.


나의 불면증은 요가로 인해 조금씩 나아졌다. 무의식 중에 들어간 긴장을 풀어줌으로써 불면증 일부분이 사라진 것이다.


과격한 운동은 나와 맞지 않다. 의사 선생님은 과격한 운동으로 대장을 힘들게 하지 말고 요가를 하라고 권했다. 요가는 온전하게 나를 집중할 수 있고 고요한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운동이자 명상이다.


명상이 어렵다면 요가를 하면 자연스럽게 명상이 된다. 마음과 몸이 병들어 힘들면 요가 음악을 틀어놓고 요가 동작을 따라 해 보기를..

습관 되면 어느새 명상을 하는 자신을 발견

할 것이다.


내면이 힘들어하는 무의식을 알아차리는 좋은 도구,

내 몸에 쉼을 주는 좋은 도구,

내 마음에 쉼을 주는 좋은 도구이다.


임신한 기간 동안 요가를 했고 무통주사 없이 자연분만으로 세명의 딸을 출산했다. 그만큼 이완에 좋은 요가, 자연스럽게 복식호흡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 운동이 바로 요가다.





코로나19가 안정되면 요가원에서 수련할 생각이다. 온전히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도구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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