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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Jun 18. 2021

주방 양념통 정리가 비움의 미학이다

미니멀 정리는 주방부터 시작되었다


싱크대와 가스렌즈 사이에 작은 선반은 각 잡고 나를 기다린다



아주 오래전부터 주방만은 나의 공간이니 내가 하고 싶은 대로 꾸미고 싶었다. 하지만 작은 용기를 용도별로 구입한다는 건 사치였다. 뭐, 곁에 있는 사람이 싫어해서 못하는 이유도 있었다. (돈 쓰는 걸 지극히 싫어했다.) 자신이 번 돈으로 자신에게 필요 없는 살림살이를 구입하는 건 용납하지 않았다. 마트에서 식초 하나 구입하는데도 브랜드와 비브랜드를 놓고 가격을 비교해가며 성분은 똑같다고 그냥 저렴한 비브랜드를 구입하라고 했다. 주부이자 집안 안주인 권한을 이 남자는 허용하지 않았다. 이런 소소한 일상도 허용하지 않았던 그 사람은 돈을 모아 빚내지 않고 큰 평수로 이사 가는 게 이상적이라고 생각한 사람이다.


시부모가 저축해서 집을 매매하는 모습을 보며 성장했고 보고 듣고 느꼈던 것들이 자신이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익혔던 모양이다. 나는 그 사람과 반대로 생각한 사람이다. 능력이 된다면 남의 돈, 즉 은행 대출을 받아 넓은 아파트로 이사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 남자와 10년을 살면서 살림이나 가정 전반적인 것을 관여했던 거 같다.


그러다 주방은 내 취향대로 꾸밀 수 있는 여건이 되었고 싱크대 구조대로 맞게 용기를 구입하는 일이 가장 행복했던 때가 2015년부터 이어졌다. 조금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하면서 작은 용기를 구입할 때 희열을 느꼈던 나는 나의 강점 중에 복구가 있었다는 걸 몰랐다. 작년에 강점을 알면 자신의 일을 찾는데 도움이 된다고 해서 테스트를 받았다. 거기에 떡하니 복구가 나타났다.






나에게 복구란?



"내가 그래서 그랬구나! 죽어라고 복구하려고 했구나!" 다른 이들은 다 포기해도 나만은 끝까지 물고 늘어졌던 나를 알고 나니 집안 곳곳에 각을 세우고 정리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26년 전 회사에 입사하면서 유독 힘든 일을 사장님은 선배 언니에게 맡기지 않고 나에게 맡겼던 이유도, 시가나 친정도 자신들이 하지 못하는 일은 어김없이 내 몫으로 돌아왔다. 그 이유를 알게 된 최근. 이런 강점은 나만 몰랐다. 주위 사람들은 나를 잘 알았고 꼼꼼한 성격은 복구 능력이 타월 해 악덕 거래처에서 대금 받아야 하는 일도 내가 해야 했다. 웃지 못할 일. 악마 역할은 복구 능력이 강했기에 가능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니 복구해야 할 일이 점점 줄어들었다. 뭐를 하면 복구가 강한 열정을 줄일 수 있을까? 그건 바로 물건에 자리를 정해두고 그 자리에 물건이 있는 것만으로 희열을 느꼈다. 주방은 주부이자 엄마인 내가 가장 오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어찌 보면 책상보다 주방에서 시간을 보낼 때가 많았으니까.


부산으로 이사 오면서 작은 용기들 많이 필요했다.  좁은 집에 수납할 공간이 없다면 틈새를 공략해야 했다. 빈 공간마다 내가 자주 사용하는 동선을 잡아줌으로써 완벽한 복구가 느껴졌다. 'ㄷ'자었던 주방이 '-'자 주방으로 이사오니 양념장을 수납할 공간이 부족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뒤지고 뒤지다 딱 맞는 수납장을 발견. 그리고 사이즈 계산을 했다. 간장, 식초 등 액상형 용기는 유리제품으로 소금 및 고춧가루 가루형은 플라스틱 재질을 선택했다.


사실 제품 그대로 사용 시절에는 음식 할 때마다 피곤했다. 우왕좌왕해야 했던 이유는 한 공간에 모든 양념류가 있어야 하는데 회사마다 용기가 제각각이다 보니 사이즈가 맞지 않을 때가 많았다. 다른 수납장에 넣어 매번 찾는데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했던 경험. 그리고 양팔은 과부하로 인해 매일 고통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주방만은 나를 위해 정리하고 수납하기로 했다. 팔을 덜 쓰면서 안정적으로 요리할 수 있는 분위기, 덜 위험하고 짜증이 덜 나는 분위기에서 요리를 하면 감칠맛은 두배 이상 났다. 즉, 깊은 맛이 향상되었다. 나는 그랬다.


주방에 들어오면 안정감이 생긴다. 동선을 나에게 맞게 정리했기에. 이사를 하면 몇 개월 동안 내가 원하는 대로 동선을 정하는 일이 보통일이 아니다. 그전에 있던 집이 익숙해 있던 터라 새로운 공간은 첫날부터 우왕좌왕 물건 하나 찾다 시간을 다 보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시간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는 고갈되었다. 나는 정리가 안되면 화가 났다. 아마, 복구 강점이 있어 복구를 못하면 안절부절못했던 나의 감정을 몰랐다.


주방은 먹거리를 담당하는 곳이라 우왕좌왕하면 안 된다. 처음부터 동선을 맞게 정해두어야 다음에 이사를 해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포장이사는 전 집 수납 그대로 옮겨주니까. 그래서 나는 정리를 하고 또 하는 편이다. 특히 주방만큼은...



각 잡은 양념장 통은 내 생각을 각 잡게 한다


인덕션과 싱크대 사이 틈새 공략 수납대 위쪽 선반은 가벼운 깨, 고춧가루, 소금, 조미료, 버섯 가루, 후춧가루, 설탕을, 아래쪽 선반은 무거운 액상 양념을 진열했다. 진간장, 국간장, 오일, 올리고당, 식초를 두면 국을 끓일 때마다 여기저기 뒤지지 않아 편리하다.


나머지 냄새가 변해버리는 참기름과 어쩌다 쓰는 향신료는 틈새 선반으로 인덕션 옆에 두면 조리시간도 줄여 들고 무거운 양념류 통을 들지 않아도 좋고 유통기한 및 잔량을 확인할 수 있어 항상 점검하고 정리하는 일이 수월해진다.


정리되지 않은 곳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물 위에 붕 떠있는 느낌이라고 할까? 친정집에서 1년 정도 지내면서 엄마는 빈 공간만 보이면 아무 생각 없이 집어넣었다. 그건 자신만 아는 동선 이리라. 엄마가 가게를 가고 나면 아이와 끼니를 해결할 때마다 여기저기 뒤지다 결국 엄마에게 전화하는 일이 생긴다. 혼자 사는 습관이 오래되다 보니 엄마는 자신이 늘 하던 대로 수납했던 것을 그러나 나에게는 용납되지 않아 날 잡고 정리를 했다. 정리는 그때뿐. 엄마는 자신이 하던 대로 수납을 했다. 엄마 습관을 고칠 수 없다면 엄마 습관을 따라야 했다. 정말 피곤했다.   


어디다 두었는지 기억나지 않자 마트에서 같은 물건을 구입하는 엄마는 "사빈아 이거 없나? 있나?  가물거린다." 그럼 나는 "몰라! 엄마가 아무 데나 놔둬서 알 수가 없어. 필요하면 사야지. 있으면 반품하고" 이런 일상이 반복되니 피곤하다고 했다. 한 봉지 그대로 한 병이 그대로 싱크대 구석에 자리 잡고 엄마 눈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 영수증을 들고 반품하는 일은 1년 동안 살면서 빈번히 생겼다. "엄마 정리를 하면 불필요한 시간을 줄일 텐데 정리를 왜 안 해" "이거 정리한 거야!" 흐미 내 눈에는 정리라고 하기에는 뒤죽박죽이었다. "이게 무슨 정리야. 다이소가면 같은 용기로 된 양념통 있거든 사러 가자. 그래고 정리를 내가 해줄 테니 그대로 한번 해봐. 절대로 같은 거 구입안하게 될 테니까" 그 후로 엄마는 싱크대 선반에는 작은 용기로 된 양념장만 싱크대 뒤쪽은 큰 양념통이 서랍에 정리되어 있다. 이제는 싱크대를 쭈그려 앉지 않아도 한눈에 다 보인다. 새는 돈을 막을 수 있는 곳은 바로 주방이다.




주방 필수품 다 있는 간이 선반


아이가 아직 어리다 보니 간장밥을 가끔씩 먹는다. 그래서 양조간장도 구비해놓는다. 한식은 요리하는 것마다 쓰이는 양념류도 다양하지만 이따금씩 요리하는 파스타, 국수, 감바스 등 양념류는 눈에 보이는 곳에 두어야 잊지 않고 사용하게 된다.


정리 꿀팁은 자신만의 동선을 만들기다. 최대한 주부가 용이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늘 눈에 보이도록 해야 이따금씩 사용하는 재료도 한식 요리에 활용할 수 있다.


같은 종류와 크기로 간결하고 깔끔하게 정리야말로 복잡하고 해결되지 않은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










작년에 지인 집에 놀러 간 적이 있다. 그 주방은 그야말로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식탁 위에는 아이 신발이며 옷이 있는 걸 보고는 멘붕이 왔다. 정신없이 살아가는 지인 모습은 주방을 보며 더 알 수 있었다. 아이 약도 주방 귀퉁이에 자신의 화장품도 주방 한 귀퉁이에 처박아놓고 사용했다. 아이 로션은 식탁 위에 있는 이유를 물어보니 아이들 못 만지게 하려고 식탁에 올려놓았다고 하지만 큰아이는 의자에 올라가 마음껏 가지고 놀았고 돌배기 아들은 의자를 잡고 일어서서 까치발로 식탁 아래로 늘어진 물건들을 당기면서 위협 천만한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독서를 하니 돈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있어야 돈이 따른다고 돈도 자신이 쉴 곳이 가지런히 놓아두면 돈은 언제 어디든 따라온다는 책을 읽고 돈을 편안하게 그리고 함부로 하지 않은 습관을 만들었다. 돈은 나가도 금방 들어오는 마법 같은 신기한 일들이 벌어졌다. 책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인은 비닐봉지에 가게에서 받은 잔돈을 넣어두고 아이들이 가지고 놀자 버럭 화를 냈다. 돈을 챙겨 지갑에 넣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 돈은 식탁 위에 올려놓더니 아이들에게 말했다. "여기 있는 돈 만지지 마" 싱글맘인 엄마는 혼자 2살과 4살 아이를 키우기란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디다 두었는지 몰라 생각하고 찾고 또 찾는 일상을 3박 4일 동안 반복했다. 정말 시간만 허락한다면 다 끄집어 정리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 집이 아니니까. 참아 말하지 못했다.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주방은 정말 위험한 곳이다. 그러니 정리하고 치우는 일을 부지런히 해야 한다.  


예전에 어른들이 말을 했다.


'그 집 안 주방과 걸레를 보면 안주인이 부지런한지 아닌지 알 수 있다'


이 말을 단정 지으면 안 되는 이유가 있다. 사람마다 완벽하게 정리한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내 생각은 나 혼자 사는 공간이 아니라면 더욱이 어린아이가 있다면 조금은 정리하고 청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정갈한 식탁에서 맛있게 한 끼를 먹을 수 있으니까.



한번 마음먹고 정리하고 버리고 비우다 보면 한결 간결하고 정리된 주방을 마주함으로써 자신 안에 있는 생각도 정리가 되는 맛을 모르고 있는 거 같았다.


종류별로 정리가 되는 순간 속이 후련해진다. 그래서 이런 맛으로 정리를 하고 비우고 채우는 거 같다. 지금은 꼭 필수품만 구비했고 한 번씩 감바스가 먹고 싶을 때 쓰는 베트남 고추와 페페로치노를 구비해 두면 알리오 올리오 파스트 할 때 유용하게 사용하고 베트남식 새우 덮밥에도 사용된다.


나 같은 경우는 뱅쇼도 자주 만들기 때문에 계핏가루도 구비해 둔다. 자신이 자주 하고 자주 먹는 요리에 따라 다양한 양념이나 향신료가 있을 것이다. 외식을 자제하고 배달음식을 자제함으로써 집밥을 하면 양념류나 식재료는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아무 데나 두지 말고 물건에 자리를 정해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는 건 어떨까?


한번 정리해두면 두 번 손 가지 않은 주방 양념 정리 편을 소개했다.


주방은 여자의 특권이자 비밀공간이기도 해서 주방을 정리할 때마다 희열을 느낀다. 잡다한 생각을 버리고 비우며 정리하는 공간 주방은 나에게는 필요한 공간이다.



틈새공략



혼란스러운 생각,

걱정이 앞서는 생각,

불안하거나 정리가 되지 않은 생각을 정리하는 방법은 주방에서 정리하고 비우다 보면 잡념들이 사라지고 아주 간결하고 명확하게 결론이 내려진다. 아마 걱정거리를 잠시 잊어버리고 정리하는데 온통 에너지를 쓰다 보면 걱정거리는 아주 간단하게 정리되었다.


그래서 다들 미니멀 라이프를 선호하는 거 같다.

삶을 심플하게,

삶을 간편하게,

삶을 정리하면서 미니멀을 사랑하는지도 모르겠다.

강점이자 장점인 복구 강점으로 간결하고 간편하게 주방용품을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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