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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Sep 30. 2021

대장내시경 후 대장을 쉬게 하다

투병자의 삶



대장내시경을 받기 몇 주 전부터 복통 아닌 복통이, 혈변 아닌 혈변이, 변비 아닌 변비가 시작되면서 배가 묵직하니 기분이 썩 유쾌하지 않았다.



시원하게 변을 본 지도 꽤나 된 것 같은 지난 시간들.


다시 지나간 시간들을 들여다보며


무엇으로 인해 아픈 건지


무엇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쌓였는지


무엇으로 인해 불안한지를 자각할 시간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제는 내시경을 한 후라 가스로 인해 복부가 팽창해 배가 불편했다.


지금도 아랫배는 묵직하니 쿡쿡 찌르고 쑤시기를 반복.





이럴 땐 시원하게 변을 보는 것만으로도 팽창한 복부가 편안 해질 텐데.. 말처럼, 생각처럼 쉽지 않다.



그제 화요일. 서울아산병원에서 대장내시경은 두 번째였다. 조심스레 내시경실에 들어가 침대에 눕는데 불안함 연속이었다. 피하지 못하면 즐기려고 무던히 노력했는데 내 안에 있는 세포들을 들여다본다는 것이 초조하고 두려웠다. 어디가 아픈 건 아닌지 있지도 않은 일에 걱정이 앞섰다.


살포시 잠들어 검사를 받으면 되는데, 이 날은 많이 불안했는지 검사 도중 일어나 아프다고 소리를 질렀다. 몸을 비틀고 옆으로 누웠다 바로 눕는 행동에 의사 말소리가 들렸다. 


"약 추가해"


"너무 아파요.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아직 검사 안 끝난 거예요"

라고 말을 하며 의사를 향해 말을 하고 있던 내 모습이 기억났다.


그 후로 들리는 소리는


"아! 아팠어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곧 편안해질 거예요"

말소리를 듣고 잠이 들었다. 그 후로 나는 회복실에서 살포시 일어났다.


깨어나면서 먼저 했던 말이 "용종 있었나요? 내시경 결과는 어때요"였다.


간호사는 "잠시만 기다리면 알려 드릴게요. 보호자 오면 같이 들어요"라는 말이 귓가에 들렸다. 그리고 완전히 잠에서 깨어난 후 간호사는 안내문을 가져와 조직 검사를 했다며 자신은 잘 모르니 다음 외래 진료 시 교수님에게 여쭤보라고 했다.



용종도 없는데 조직검사라........

갑자기 소름이 돋쳤다. 왜, 뭐 때문에 조직 검사를 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다음 달,

외래 진료 시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게 답답하지만, 검사를 하려면 그 정도 시간을 필요하다고 스스로 위로를 했다.


세 번의 내시경 중 처음 조직검사를 하게 되었다. 얼떨떨하고 두렵고 무섭다.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그래도 왠지 모르게 두렵다. 이것이 사람 마음이라 어쩔 수 없다.

떨쳐버리지 않고

가슴속에 짓누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내 감정에 내 생각에 충실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야만 감정이 고여 썩지 않고 물 흐르듯 흘러갈 테니까.


예전 나라면 두렵고 무서운 상황을 가슴속에 마음속에 꾹꾹 담아 흘러가지 못하도록 꽉 붙들고 살아가며 여기저기 아팠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더는 아프기 싫다. 미련 떨고 싶지 않다.


고인 감정은 썩어서 독이 되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어 마음에 병이 되고 화가 되어 큰 병을 얻었다. 이런 큰 깨달음으로 매일 매 순간 내 안에 머물고 있는 화와 스트레스를 자각하면서 아픈 부위를 자각한다. 그래야만 한다. 그래야 내가 살 수 있다.


병을 얻고 그 병을 이기지 못하고 넋 놓고 병이 원하는 대로 내버려 둘 순 없어서 이제야 병을 자각하고 큰 병이 온 이유를 하나씩 그리고 천천히 알아간다.


더는 아프기 싫다. 더는 생명을 담보로 생사를 쥐락펴락 하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 가능한 알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무시하지 않고 알아가면서 내 몸 하나하나 내 감정 하나하나 내 생각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있다.


 9년 동안 큰 병을 이기고 정상인과 살아가는 이유가 바로 이거다.







이번 대장내시경 후 조직검사를 한 이유도 분명 있다.


스트레스 그만 받아라고

걱정 그만 하라고

다가오지 않는 일에 노심초사하지 말라고


지금 중요한 건 내 몸이고 내 건강이라고 알려주는 거 같다.


조직검사가 있어 놀랐지만, 오히려 긍정으로 생각하게 된 건 내 몸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엄마 곁에서 엄마를 위해 기도하는 아이를 위한 거라고 생각하니 내 몸에서 반응하는 것들을 놓칠 수 없다.

그리고 조금씩 걱정도, 스트레스도, 일어나지 않은 일에 노심초사도 내려놓게 되었다.


늘 따라다니는 병은 오히려 나를 살렸다. 다시 살게끔 자각하게 해 준 병은 이제는 너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 사랑스러운 아이도 생각하기를 바라는 것일 것이다.







온 우주가 나에게 말한다.


'외부의 자극에 힘들어하지 말고 현재에 집중하라. 현재 너의 몸에 집중하라. 힘든 일이 다가와도 더는 너를 힘들게 하지 않는다. 그건 너 안에 답을 알고 있으면서 회피하려 한다. 그걸 자각하기 위해선 몸이 먼저 알려주는 거다' 말했다.


둔한 나는 아픈 것도 아프지 않다고 말하고 생각했다.

더 큰 고통이 와야만 자각하는 나를 우주는 너무 잘 알고 있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우주는 우주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소소하게 아픈 것도 곰곰이 나를 살핀다.


나를 알기란 어렵지만, 습관이 되면 쉬운 법이다. 쉽게 생각하기 위해 작은 고통도 알아차려 내 몸을 보살피는 중이다.


다음 달, 조직검사 결과가 나오겠지만 마음 편히 가진다. 더 좋은 것이 오려는 징조라는 걸....


부종을 위한 한약

나를 위해 선물을 했다. 양약은 이제 아니다. 그래서 한의원을 찾았다. 부종이 심해 소파에 앉아 있는 것도 식탁에 앉아 있는 것도 책상에 앉아 있는 것도 버거워 결국 한의원을 찾아야만 했다.


대장이 아픈 사람은 한약을 피하라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괜찮았다. 몸이 좋아졌다.

부종을 잡기 위해 끊임없이 운동을 하며 노력했지만 내 힘으로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또 다른 힘을 빌렸다. 


나를 다스리면서 몸도 다스리는 방법. 몸이 홀가분해지면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으니깐 한약을 마다하지 않는다. 한약은 자연에서 얻은 약이니까..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면 독이 되지만.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면 이롭게 된다. 나는 그걸 너무 잘 알기에 내 몸에 이롭게 해주는 한약은 몸이 필요할 때 찾는다.


궤양성 대장염이 심하면 한약을 먹으면 독이 되지만 지금은 정상인처럼 생활하니깐 가능하다.

가능한 것들을 무시하지 않고 배제하지 않고 열심히 이용해 본다.


내 몸을 이롭게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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