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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Oct 18. 2021

2021 다가오는 가을은 향기롭다

가을이 오기 전 초겨울이 오는 듯한 아쉬움이 남는다. 아침에 일어나면 으스스 소름이 돋을 정도로 한기가 몸속으로 스며든다.


보일러 틀기는 이른 거 같은데 방바닥이며 공기며 초겨울을 연상케 하는 이번 가을은 유독 춥다. 작년을 비교하면 이쁜 단풍을 보기도 전에 나뭇잎들이 떨어지고 있다는 게 안타깝다.


작년에는 이쁘게 단풍이 들었고 햇살은 따사로워서 소름 돋치도록 춥지 않고 견딜 수 있을 만큼 향기로운 가을이었다. 향기로운 가을만큼 피바람이 불고 한계를 뛰어넘는 일들이 여기저기가 터졌지만 향기로운 가을이 있어 위로를 받았다.


그러나 올해는 아니다. 새벽녘에만 시원한 바람이 불고 그 나머지 시간대는 더워서 선풍기를 틀고 땀을 흘렸다. 그런 날이 불과 삼 일 전인데.. 지금은 한파로 불릴 정도로 차가운 공기에 으스스 춥고 아침과 저녁에는 보일러의 힘을 빌려야만 소름 돋치는 으스스한 찬기운을 잠재울 수 있다.


오늘 처음 보일러를 틀어놓고 아침상을 준비했다. 


따뜻한 밥이 몸안으로 들어가니 냉했던 몸안이 사르르 따뜻해졌다. 이번 여름 무사히 지나간 것만으로도 참 감사하다. 잠시 다가온 재발의 병은 내 곁에서 머물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하며 너무 춥지 않게 너무 덥지 않게 서로의 온기를 마주하며 갑자기 찾아든 한파를 이겨본다.


부산이라 한파라고 해봤자 차가운 바람뿐이다. 바닷바람이 불면 기온은 더 떨어져서 정말 춥지만 서울지방보다는 견디기가 한결 수월하다.




어젯밤,

늘 그렇듯 아이와 동네 산책을 하며 마트도 다녀오고 은행도 다니면서 이것저것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었다. 거기서 사계절을 궁금해하는 여섯 살 아이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엄마! 봄이면 가을이 오는 거야?"


"아니야!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있는데 꽃이 피는 봄이 오면 뜨거운 여름이 오고 뜨거운 여름이 지나면 지금처럼 살랑살랑 바람이 불어주는 가을이 오는 거야. 그리고 우리 공주님 생일인 겨울이 오면 다시 꽃이 피는 봄이 오는 거야!"


"그래! 그럼 지금은 가을인 거야?"


"그렇지! 지금은 가을이지. 근데 이번 가을은 참 춥네. 겨울처럼 추워서 옷을 껴입게 되네"


"엄마는 어느 날이 좋아?"


"엄마는 가을 겨울이 좋아. 뜨거운 여름은 싫어. 봄도 이제는 봄 같지 않고 바로 더워서 지금이 더 좋아. 그리고 겨울이 오면 춥기는 하지만 덥지 않아서 겨울이 더 좋아"


"엄마는 겨울을 좋아하는구나. 나는 여름이 좋아"


"와! 우리 공주 뜨거운 여름이 좋구나! 에어컨 틀어도 여름이 좋아!"


"응"


"땀을 뻘뻘 흐르고 너무 뜨거워서 외출도 못하는 여름이 좋아?"


"응"


"엄마는 주방에서 밥만 하면 옷이 다 젖어서 여름이 정말 싫은데"


"나는 땀이 나도 여름이 좋아. 그냥 좋아"


여섯 살 아이와 나눈 어제저녁 대화였다. 딸아이의 말을 곰곰이 듣다 보니 자신이 좋아하는 걸 확실히 알려주는 아이가 참 대견스러웠다.

그러면서 상대는 어떤 계절이 좋은지 물어보는 아이는 어느새 엄마와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자라서 기특하기도 했다.


엄마는 지금 가을과 추운 겨울을 사랑한다는 말에 엄마가 왜 추운 겨울을 좋아하는지 이해하는 거 같다.

덥고 땀을 흘리고 에어컨 바람이 싫다는 걸 아는 눈치였다.


다음 달이면 제법 추울 테고 늦가을이 지나가면 겨울이 다가올 테지만 나는 즐길 것이다. 추워도 즐기고 더워도 즐기는 슬기로운 엄마가 되자고 다짐했다.


2021년 가을...

갑작스레 닥친 한파로 때 이른 초겨울 날씨를 맞이했지만, 때 이른 겨울은 한여름의 더위를 잊을 수 있도록 다가온 거 같다.


한여름 아무것도 못하고 미뤄뒀던 집안일과 집안 구석구석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면서 내 안의 몸과 마음이 깨끗이 씻겨지는 거 같았다.


올해 가을, 춥지만 그에 다운 아름다운이 숨겨져 있을 거 같아 오늘도 난 가을 햇살을 받으며 천천히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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