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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Oct 18. 2021

궤양성 대장염 재발.. 그 후 스테로이드 복용 중

투병일기


10월 6일 이후..


내 삶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시간이 제법 걸렸다.


10년 전에 끊었던 약을 다시 복용해야 했고 그 약이 몸에서 적응할 때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거기에 10월 8일 코로나19 2차 백신 접종까지 겹쳐지면서 급격히 몸이 힘들어졌고 스펀지처럼 물이 흡수해 방바닥과 친구가 되고 말았다.



오랜 친구인 궤양성 대장염이 재발하기 전 몸에서 이상 반응이 있었다. 혈변과 함께 동반한 설사. 그리고 복통이 뒤따랐다. 그렇다고 일상생활을 하지 못할 만큼 힘들고 아프지는 않았지만 시원하게 보던 대변도 뜻대로 되지 않았고 먹고 나면 곧바로 화장실을 직행하는 일상이 반복적으로 주어졌다.



그러다 대장 내시경 하기 일주일 전부터 심해졌다. 화장실은 기본적으로 세 번을 다녀야 했다. 화장실을 다녀오면 온몸에 있던 힘이 다 빠져 그저 누워야만 했다. 누워서 아무 생각 없이 나에게 일어난 증상들이 잠잠해지기를 바라는 마음만 간절했다.



이 모든 것은 궤양성 대장염 재발의 전조증상이었다. 재발은 처음이다. 그동안 이어지던 병은 어느 날 호전이 되었고 그 후로 쭉 호전된 상태로 지내고 있었다. 그러다 최근 극심한 스트레스가 내 몸을 장악하고 말았다.



스트레스를 덜 받았다고 자각했는데 그건 오만이었다. 내 안의 극심한 스트레스가 결국 내 몸을 장악하고 말았다. 내면과 외면은 확연히 틀어졌다. 그러니 몸 안은 아프다고 요동을 쳤고 겉 모습은 아니라고 스트레스는 해소되었다고 거짓을 일관했던 것이 탈로 나고 말았다.



대장 내시경 할 당시 수면에서 깨어난 나는 아프다고 소리를 질러댔다. 아마도 조직 검사를 위해 대장 일부분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내가 잠에서 깨어났고 나를 진정시키기 위해 또다시 수면제를 투약했다는 병원 측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 후로 걱정을 했다. 안 좋은 결과를 듣게 될까 봐!



초조한 하루를 보내면서도 나름대로 긍정적인 생각과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내 안에는 불안한 부정적인 감정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이건 부정할 수 없다. 내가 느끼면서도 알고 있으면서도 부정과 긍정을 오고 가고 있었다.



10년 가까이 보이지 않던 증상들을 하나씩 들여다보며 생각할 때쯤 병원 진료를 받았다. 자주 다니던 화장실, 화장실 안에서의 확연히 보이는 증상들, 그리고 아파지는 복통.



불운의 감정이 스며들던 그때 병원에서의 명쾌한 답이 들어왔다.



서울 아산 병원은 진료한 문진표를 작성을 한다. 가만히 앉아 나의 증상에 대한 부분을 체크하는데 아팠던 예전의 내 모습이 떠올라 소름이 돋쳤다. 아프면 안 된다고 여기서 무너지면 안 된다고 그러니 좋은 소리만 듣자고 다짐했었다.



대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몇 배로 예민하고 몇 배로 힘들어한다는 걸


그래서 내가 나를 과대평가하지 말아야 했다는 걸 비로소 병원에서 인지를 했다.



진료를 보면서 대장 내시경 결과와 문진표 위주로 교수님은 말을 했다.



"왜! 혈변이 보이고 아플까요?"


"한 달 전쯤 증상이 보이더니 최근에는 조금 더 심해졌어요. 대장 내시경 후 심각해진 거 같기도 하고요"


"대장 내시경 했죠. 어디 한번 봅시다. 혈변이 보이고 복통이 있고 설사를 한다면............... 대장 내시경을 보니 염증이 재발했네요. 다른 곳은 괜찮은데 이 부분이 염증과 혈액이 보이는데.......... 약을 추가해 보자고요. 면역억제제는 안되죠?"


"면역억제제는 부작용이 있어 안 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


"네. 그렇네요. 그럼 스테로이드 추가를 하는데요. 한 달 뒤 내원해야겠어요"


"한 달 뒤 오라는 거죠"


'네"


"다른 증상은 없나요? 조직 검사 결과는 어떤지 알고 싶습니다."


"조직 검사에는 염증 말고는 없어요."



그렇게 교수님과의 대화는 아주 짧은 대화로 끝이 났다. 다시 재발한 염증은 별다른 이유 없이 생겼고 대장 안에서 나를 힘들게 하고 있었다.



그나마 암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에 감사해하며 한 달 뒤 병원을 찾아야 하지만 나름 감사했다. 암이라는 종양이 발견되지 않은 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느낌이었다.




먼 거리를 한 달 뒤 걸음을 해야 하지만 지금 염증이 더 번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행운이고 운이 좋다고 되뇌며 집으로 향했다.



한 달 동안 복통과 혈변, 변 보는 횟수가 증가했던 내 안의 대장은 스테로이드라는 독한 약을 먹으면서 좋아지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교수님은 재발한 염증이 심각하지 않다고 말하면서 한 달 뒤보자는 말이 아주 가벼운 느낌이 들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병의 특징은 교수님도 나도 너무나 잘 안다. 심하지 않더라도 관리하지 않거나 제대로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결국 입원해야 하고 쓰러져 여러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는 걸.









집으로 오는 길,


건강한 삶을 위해 뭔가를 다짐해야 했다.


염증이 있다는 건 대장도 붓었을 것이고 화장실 다니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먹지 못하고 싸기만 하는 상황이 되기 전에 운동을 해야만 했다. 미루지 말고 당장 실행에 옮겨야 했다.








요가 시작 스트레칭 시작




병원 다녀온 날은 힘들어 푹 쉬고 다음날 운동을 시작했다. 여러 가지 도구들의 도움을 받아야만 꾸준히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부종으로 온몸이 부어 도구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힘들다고 포기해버리는 내 마음을 읽고 도구를 이용해 운동을 시작했다.



부종은 마흔이 접어들면서 생기더니 콜레스테롤이 높아 고지혈증 약을 복용해야만 콜레스테롤 수치가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래서 그럴까? 온몸이 붓기 시작하더니 마흔 중반이 되면서 심각하게 부어 먹지 않아도 부었다.



운동이 시급한 상태.



독한 약이 한 알 추가되면서 운동과 스트레칭은 조금씩 하는 걸로 아이 앞에서 선포했다.





스테로이드






10월 7일


아침부터 독하디 독한 스테로이드 한 알을 복용했다. 약이 적응할 때까지 내 몸을 관찰하면서 쉬는 걸로 가닥을 잡고 푹 쉬기로 했다.



하고 싶은 것만 하자고 아이와 함께 부산 곳곳 여행을 했다.


스테로이드 복용한 첫날과 둘째 날은 힘없이 축축 처졌고 겨우 밥만 하는 정도로 지냈다.



글은 물론, 책은 거의 읽지 못하고 약이 몸에서 어느 정도 적응하면 미루고 있던 집안 일과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계획을 세웠다.





스테로이드






스테로이드 복용한 지 이주가 다가오고 있다. 일주일이 지나니 몸의 회복이 돌아왔다.



10월 8일 코로나 백신 2차 접종 후 몸은 더 쳐져 기운이 없었다.


잠만 쏟아지던 백신 2차 접종한 날.



스테로이드 약과 백신이 한꺼번에 진행되면서 몸은 몽롱하고 무기력함에 무너지고 말았다.


그 후로 방바닥과 친구가 되었고 열흘이 지난 지금 정신이 돌아오고 몸은 예전처럼 돌아왔다.



정신을 놓을 수 없어 틈틈이 LH 전세 임대 지원을 알아보며 한걸음 한걸음 도전 중이다.


원고 수정은 뒷전.


기한이 있는 일부터 진행하며 하루 24시간을 알차게 보냈다. 나름......



글과 친구가 될 수 없었고


책과 여행을 할 수 없었으나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걸었다.



글을 쓰는 지금 LH 공사 전세 임대 추가 공모에 신청을 하면서 마음속에 간직한 무거운 일을 하나 해결하게 되었다.


전세 자금 지원을 받으면 내가 원하는 곳에 새 삶의 터전을 기다리며..



다음 포스팅은 LH 공사 전세자금 청약 신청 방법을 이야기 나누어보려고 한다.



현재 스테로이드 복용한 후 아팠던 복통은 잠시 사라졌고 혈변을 보던 일상은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왔고 설사와 잦은 화장실 찾는 일상은 사라졌다.



스테로이드 한 알로 예전처럼 돌아온다는 게 참 신기하고 신비롭다.



코로나 백신 1,2차는 무사히 마쳤고 1차 보다 2차가 더 힘들다고 했는데 나 같은 경우는 잠만 많이 쏟아졌다. 주사 맞은 팔뚝은 시퍼런 멍과 통증이 있었지만 이틀 후 통증은 사라졌고 멍은 아직 남아 있다.



1차 주사보다 2차 주사가 더 아팠다. 약물이 들어가는 순간 찌릿하면서 톡 쏘는 느낌이 너무 아파 간호사에게 물어보니 이번 화이자를 맞는 분들이 다 아프다고 했다는 거. 그러니 나 혼자 아픈 것이 아니라는 거였다.



2차는 특이한 증상은 잠이 무수히 쏟아져 아이에게 말하고 두어 시간 자고 일어나 저녁을 준비했다. 그거 말고는 두통이라든지 오한이라든지 다른 증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다행인데 스테로이드로 인한 부작용도 발생하지 않아 더더 감사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열흘 동안 집구석 정리를 했다. 정리하고 비우고 버리면서 묵혀두었던 먼지들이 다 치워지는 느낌이다.


틈틈이 근황을 전하며 일상을 공유하려고 노력 중이다.



더는 아픔이 곁에 찾아오지 않기를 바라며


더는 상처가 곁에 찾아오지 않기를 바라며


더는 고난이 곁에 찾아오지 않기를 바라며



설사 힘겨운 역경이 찾아온다고 한들 지금처럼 역경을 무서워하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히며 정면승부를 해볼 생각이다.



올해 목표했던 것 중 목표 달성은 하지 못했지만 생각지도 못한 일들의 성과가 있어 2021년 나름 성과의 해라고 자부한다.



올해는 동사무소와 구청을 자주 들락거리는 한 해였다. 행정서류와 싸우고 컴퓨터와 싸우며 몰랐던 부분들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모르면 물어보고 검색하면서 내 거로 만든 올해..



즐겁게 올해 한 해 마무리 짓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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