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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Nov 08. 2021

명품은 나다. 내가 명품이다

싱글맘 이야기


지난주 병원을 다녀왔다. 한 달 만에 다시 서울 상경한 나.


춥지는 않았지만 이른 아침에 일어나서 아이를 홀로 두고 집을 나설 때는 허전하다.



매일 함께 하는 아이가 없어 옆구리가 허전하다고 할까?



이번 서울을 갈 때는 무거운 노트북 대신 원고를 챙겨서 길을 나섰다.



가방 자랑을 하자면...



예전 노트북은 크고 무거워 큰 백팩을 사용했다. 큰 백팩은 병원을 갈 때 버거운 것도 있고 이래저래 치여서 곤혹스러웠다. 어디서 곤혹스러운가 했더니 사람이 많은 버스 안과 지하철 안에서 치였고 기차 안에서는 발밑에 놔두기가 부피가 제법 컸다.



작년에 천안에서 작고 가벼운 노트북을 구입했다. 가장 갖고 싶은 노트북이었다.



늘 마음에 담아 둔 그 노트북이 내 눈앞에 나타났다. 감격스러웠고 행복했다.



작고 가벼운 노트북을 위해 헤지스 노트북 백팩을 구입했다. 아이 없이 어디를 떠날 때는 짐이 최소화하게 된다. 하룻밤 자는 것도 아니고 당일로 다녀오는 병원이라 서울과 부산을 오고 가는 5시간과 병원에서 두 시간을 기다리는 시간을 포함하면 적어도 7시간을 길거리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너무 아까운 시간이어서 원고든 노트북이든 가지고 다닌다. 틈틈이 원고도 수정하고 생각도 하고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



혼자의 시간은 병원 갈 때 외는 없다. 그래서 이 시간이 참 소중하고 고맙다.









헤지스 노트북 백팩





구찌 장지갑




가격대는 있지만 두고두고 쓰는 물건이고 소중한 내 어깨와 팔을 위해서라도 작고 가벼운 가방이 필수다.



더는 아프기도 싫고 아프다고 해봤자 지금은 나만 손해다.



아이를 돌봐야 하고 집안도 일으켜 세워야 한다. 그래야 아이는 엄마를 믿고 세상을 믿어 우뚝 서서 자신의 길을 갈 거 같다.



뭐든 돈보단 몸을 우선 생각하는 나는 많은 변화가 내 몸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건강을 잃어도 몸보다 돈이 우선이었던 예전 나는 지금은 돈보다 건강이 우선이다.



당연한 걸 왜 글로 쓰나? 생각하겠지만 바보 같고 악착같았던 예전 내 모습을 비판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 지금 내 모습이 많이 변했기에 기록해두려고 글로 풀어쓴다.



기록하지 않으면


적어두지 않으면


글로 풀어놓지 않으면



언제 힘들었는지, 언제 변했는지, 언제 성장했는지, 언제 아팠는지, 언제 실패했는지 까맣게 잊고 산다.



그래서 요즘은 작은 것도 사진을 찍어두고 메모를 해둔다.



내 머리를 믿을 수 없고 내 기억은 믿을 수 없다.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다 보니 기억력도 침착함도 조금씩 퇴색된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메모하고 기록하는 습관은 내일을 위한 행위이다.



어디를 가든 메모지와 폰은 필수가 되었고 키워드를 저장해뒀다 글감으로 쓰려고 노력한다.



헤지스 가방은 내 나이 평생 처음 가지는 가방이다. 백팩 안에 고이 잠들어 있는 구찌 장지갑도 처음 가진 명품 지갑이다.



명품을 지니면 의식으로든 무의식으로든 바른 생각, 바른말, 바른 행동과 바른 마음가짐을 가지게 된다.



명품이 지나치면 사치지만, 자신에 맞는 명품 한두 가지는 괜찮은 거 같다.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챙김도 잘하고 아무렇게나 지갑을 함부로 사용하지 않아 좋다.



구찌 장지갑이든 헤지스 백팩이든 이 아이들이 나를 좋은 곳으로 데리고 갈 거 같다.



모조품이면 어떠한가?


짝퉁이면 어떠한가?



내가 올바르게 생각하면 그것은 짝퉁이 아니라 명품이 된다.



20~30대는 옷을 잘 입으면 내가 명품이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40대가 되고 공부하면서 명품은 사치에서 찾아오지 않는다는 거다.



생각을 폭넓게 하고 마음 씀씀이를 넓게 해야 하며 무엇보다 내가 나를 솔직하게 바라봐야 하고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고 내려놓으면서 비워야만 명품 인생이 되는 거였다.










어느 날,



여동생은 이런 말을 했다.



"언니야! 옷 잘 입고 유행에 맞는 신발을 신고 다니면 내가 명품이 되는 걸까?"



"음, 언니 생각은 말이다. 옷을 잘 입고 유행에 맞는 신발을 신는 것보다 자신 자체가 명품이 되어야 하는 거 아닐까? 그러니깐 내 말은 겉치레로 나를 포장하기 보다 내면을 아름답게 만들어야 명품이 되는 거 같아. 지금 나는 물욕이 사라지고 있거든. 명품 옷에 명품 신발을 내 몸에 치장하더라도 내 생각과 내 행동이 거지 같으면 그건 명품이 될 수 없는 거 같아"



그 후로 동생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명품을 가질 자격이 있느냐 아니냐 보다 내 안의 불행과 행복을 알아야 한다는 말을 그 아이에게 했었다.



보세에 파는 일만 원짜리 옷이든 보세 신발이든 명품처럼 빛이 나는 사람이 있다. 우리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



명품 하나쯤 간직하는 건 나의 성취감을 만족하는 행위는 분명하다.



근데 겉치레로 해마다 철마다 옷을 사고 유행에 맞게 지갑을 바꾸는 행위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행동이다.



내가 이런 말을 하고 생각할 때가 아이가 석돌이 지나는 무렵이었다. 백화점을 다니던 삼대. 엄마, 나, 여동생 그리고 내 아이와 백화점을 구경했다.



나는 다시 시작하는 육아에 허덕일 때 동생은 아이를 다 키우고 홀로 두어도 스스로 챙기는 조카가 있었기에 겉치레로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는 모습에 내가 생각했던 말을 했다.



책을 접한 초기 때였으니까. 책 읽는 나를 의아하게 생각한 동생이기도 했다.



책이라곤 육아 서적 외는 보지도 않았을뿐더러 책 한 권을 완독 하지 않은 나를 동생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언니가 점점 변하는 모습이 불안하기도 했고 신기하기도 했다고 했다.



"언니야! 내가 언니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했는데 언니 말이 맞는 거 같더라. 머리가 비어 있는 곳을 옷과 화장으로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분명 있었어. 언니를 다시 보게 되는걸"



3년 전 대화였는데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지금 내 모습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머리와 가슴이 텅텅 비워 허전함에 길거리 옷을 수없이 샀지만, 가슴에는 채워지지 않았다. 옷에서 화장품으로 눈을 돌려 기초에만 신경을 썼다.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화장품을 매달 구입해도 비어버린 가슴과 머리를 채우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예전과 반대로 명품을 사도 허전했던 가슴과 머리는 꽉 차여 기쁨과 감사로 물들인다.



머리와 가슴을 채웠던 건 내 안의 내면 상처를 치유를 하면서 얻은 결과였다. 아직도 아프지만 예전처럼 쓰라리고 고름이 흘러 피고름이 나지 않는다.



그 피고름을 애써 덮어버린 과거는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고 싫으면 싫다고 말하는 내가 있고 내 마음이 있고 용기가 있다.



아픔을 애써 모르는 척하지 않았기에 명품이 내 곁에 머물러 그 값어치를 하는 거 같다.



이제는 명품의 견고한 자태, 우아하고 엘레강스한 자태를 내 안에 깃든다. 내 모습에 깃든다. 내 가슴에 깃든다.



명품을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은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은 태도와 같음을 말하고 있다.











혼밥 김밥






이제는 혼밥도 자연스러운 나.


예전에는 혼자 하는 것이 참 두렵고 다른 사람 눈을 무서워했다



나 혼자 밥을 먹고 어디를 가는 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가족이 없나?' '남편이 없나?' '외톨인가'를 염두에 두며 혼밥은커녕 홀로 집 밖을 나서지 않았다.



비난과 비판이 싫어서..



근데 이제는 안다. 다른 사람은 나에게 관심 없다는 걸.



혼자라서 더 행복하다.


혼자라서 배고픔도 참지 않은 내가 있어 만족스럽다.



이제는 혼밥을 연습한다. 아이가 성인이 되고 엄마를 짐처럼 생각하지 않기 위해 혼자서도 어디에 있든 자식 걱정 끼치지 않게 스스로 감당하고 감내할 모든 것들을 철저하게 훈련하고 연습 중이다.



미래는 모르는 일이니까,


연습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니니까.



굶지 않고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스스로 하고픈 대로 마음이 이끄는 대로 하면서 세상을 누벼본다.



지금 이대로가 참 좋다.


지금 이대로가 참 행복하다.


지금 이대로가 참 감사하다.



부산역에서 김밥 한 줄로 이른 아침을 해결했다.



굶고 병원에 도착해서 채혈을 하면 어지러워서 김밥을 챙겨 먹었다. 참 잘한 일 중 하나다.











스테로이드 복용한 마지막 날




이번에 병원 가면 어떻게 처방할지 모르겠지만 스테로이드를 거르면 안 된다. 밥을 먹지 않으면 독한 약을 먹지 못해 김밥을 챙겨 먹었다.



이건 나를 위한 행위이며 아이를 위한 행위이고 모두에게 하는 행위이다.



김밥을 먹자마자 약을 먹었다. 그렇지 않으면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기차 안에서 물 마시는 것도 눈치 보이는 세상에 살기에 식당에서 모든 걸 해결했다.











원고 퇴고 중






퇴고를 기차 안에서 했다. 흔들리는 기차 속..



속이 울렁거리고


눈알은 빙글빙글 돌았다.



늦게 자고 새벽에 일어난 나에게 지금 필요한 건 원고 수정이 아니라 잠을 청하는 일이었다.


눈을 감고 조용히 눈을 마시지 했다.



한 시간을 쉬면서 기차 밖을 구경했다.









서울 지하철 안




서울 아산 병원을 가는 길은 지하철을 타고 가야 한다. 지하철을 타면서 문득 부산과 사뭇 다른 분위기에 생각에 빠졌다.



부산 할머니 할아버지는 지하철이든 버스든 자리가 있는지 없는지 살피고 빈자리가 있으면 옆자리를 부딪치더라도 그 자리를 사수한다. 임산부 자리는 늘 할머니 할아버지 차지가 된다.



그러나 서울은 달랐다. 임산부 자리인 핑크 의자는 그 누구도 다가가지 않고 빈자리로 비워 두는 것이 인상 깊었다.


서울 할머니 할아버지는 우아하기까지 했다. 천천히 들어와 천천히 자리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한 후 빈자리가 있으면 앉았다.



부산 할머니 할아버지는 누가 앉기 전에 달려들어 옆 사람 어깨를 부딪히며 자리를 사수한다. 사실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자리를 양보하는 이가 없다. 가급적 퇴근시간을 피해 다닌다.



아이가 힘들어하는 퇴근시간이어서 피하려고 노력 중이다. 운전기사가 급브레이크라도 밟으면 힘없는 아이는 사고를 당할 위험천만한 일이 벌어진다.



아이가 타면 자리를 양보해 줬으면 참 좋겠다. 아이가 타면 눈을 감아버리는 어르신들이 꽤 있다.



서울 지하철 빈자리를 보고 문득 든 생각이다.









서울 버스



서울 아산 병원 순환버스가 도착하기 전 멀리서 보이는 서울타워가 보였다. 춥다고 하더니 이날은 너무 포근해서 땀이 삐질삐질 났다.



순환버스를 타고 가다 서울 버스 안에 티브이가 설치된 모습을 보고 놀랐다.



보이지 않은 버스 안을 억지로 사진을 찍었는데 유리창의 그림자가 비쳐 잘 보이지 않는다. 오른쪽 끝 사진을 보면 티브이가 보인다. 긴 거리를 버스로 이동하는 사람들에게는 유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산 버스 안의 사람들은 휴대폰을 본다. 버스 안에 티브이라도 설치하면 폰에서 잠시 눈을 돌리지 않을까?





서울 아산 병원






채혈을 하고 나면 지하로 내려가 슈퍼에서 우유와 베이커리에서 빵 하나 사서 병원을 빠져나온다. 나오면 정원이 있다. 여기서 새소리도 듣고 곱게 물들고 있는 단풍도 볼 수 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에 두꺼운 옷으로 갈아입고 나오는 환자와 보호자가 소독 냄새가 아닌 맑은 공기를 마시는 이들이 보인다.



나처럼 진료 시간을 기다리는 자도 있고 업무를 피해 잠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도 있다.



오후 12시가 넘어가는 시간..



의사도 간호사도 의료봉사자들도 모두 나와 쉼을 선택한다.











나 무한계 미인


가을 햇살이 어찌나 이쁘던지...



마스크를 벗고 맑은 공기를 쉼 없이 들이마시다 사진도 찍었다.



이런 날이 아니면 화장을 하지 않아 열심히 화장을 했다. 썩어버리기 전에 부지런히 사용해야 하는 메이크업 재료들.



새벽에 한 화장치 곤 잘 되어 뿌듯했다.



이렇게 기록을 남기지 않으면 잊어버리니깐.



그때 그 모습을 기억하기 위해 부지런히 누르고 또 누르는 카메라 셔틀..











손목 멍




원고 수정을 하고 있는데 팔목이 욱신거린다.



왜? 아플까 이리저리 둘러보니 채혈한 손목에 혈관이 터졌는지 붓고 멍이 들고 있었다.



가장 아픈 자리에 주삿바늘을 꼽는 선생님이 연신 미안하다고 말을 했다.



나는 잘 안다.



어디에 주삿바늘이 들어가면 아프고 안 아픈지를....



손목은 정말 아프다. 며칠이 지나도 회복이 더디다. 일주일이 지난 지금에서야 멍도 빠지고 부기도 가라앉았다.


욱신거리는 통증도 가라앉았으니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그 당시에는 멍이 덜 들었지만 하루 이틀 지나면서 시퍼런 멍이 선명해지고 붓기도 더 부풀어 아팠다.



혈관이 없는 나에게는 채혈이 가장 힘들다.











서울 아산 병원 단풍









서울 아산 병원 내부 그림





원고 수정을 하다 손끝이 시려 도저히 더 있을 수 없어 원고를 정리해 병원 안으로 들어왔다.


들어오니 그동안 눈여겨보지 못한 그림이 보였다.



작가가 전시회를 연거 같은데 갑자기 눈에 들어온 그림이 있었다.



추운 겨울 마음을 녹여줄 그림이 참 마음에 들었다. 한참을 구경하다 시계를 확인하니 내가 예약한 진료시간이 다가왔다.



더 구경하고 싶었지만 다음을 기약했다.


진료를 보고 수서역으로 15시 55분 기차를 꼭 타야 한다.



엄마가 출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촉박한 기차 시간으로 마음만 급했다. 아산병원에는 코로나로 인해 철저하게 관리한 덕분에 아이를 데려갈 수가 없다. 데려가면 서울 구경도 하고 모녀가 데이트할 수 있었지만 코로나로 보호자 등록을 해야 하는 바람에 아이를 데리고 갈 수 없었다.



내년 2월 병원 가는 날.


그때는 아이를 데려갈 수만 있다면 함께할 것이다.


남산도 구경하고 경복궁도 구경하고 옛 선조들의 생활 터전을 아이가 눈으로 보고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기도 하고 책으로 영상으로 접하는 것보다 직접 보는 것이 더 많은 것을 배울 거 같다.



아이와 많은 추억을 남겨 아이 가슴 깊은 곳에 추억의 한자리가 있기를 바라며...






가을이 저무는 2021년 11월 3일 서울아산병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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