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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Nov 28. 2021

거제도에서의 하룻밤 일탈

[싱글맘 여행기] 바람의 언덕 리조트에서

여행을 한지도 5년이 되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내가 원하는 곳에 여행한 건 정말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를 위해, 그리고 아이를 위해 집이 아닌 곳에서 잠시 모든 것을 잊고 다른 곳에서의 향과 맛을 고스란히 느끼고 싶었다.


거제도는 10년 만에 찾은 거 같다. 


부산과 가장 가까운 섬이 바로 거제도, 통영이지만 쉽사리 가지지 않은 이유가 너무 가까이 있어 언제나 다녀올 수 있다는 안일함이 숨겨져 있었다.


예전 거제도는 삼성중공업 대우조선 등 다양한 해양 조선소가 가득했다. 16년 전 조선업계 중소기업을 다니면서 거제도 통영 등 바다를 끼고 있는 해양조선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 거제도가 너무 가깝게 느껴졌다.

회사 다닐 적 선배 언니와 거제도 여행을 했고 외도 섬이 막 생겼을 무렵에도 여행을 했다.


20대에 다녀 온 거제도가 아닌 30대에 다녀 온 거제도가 아닌 새로운 모습으로 나를 반겨주었다.


뚜벅이로 여행을 하다 보니 여행지가 한정적이었다. 운전에 도전하기가 아직 버겁고 두려워 미루고 있다 결국 아이와 뚜벅이로 거제도를 향했다. 운전하지 않아 거리 반경이 줄어들었지만 나름 즐겁게 여행을 했다.








여행장소는 다음에 이야기하기로 하고 일단 내가 묵었던 숙소를 글로 풀어보려고 한다.


몇 날 며칠을 고민하고 검색하다 히노끼탕과 바다를 끼고 일출과 일몰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히노끼탕은 연인들 방이라 두 명이 정원이었지만 막판에 친정엄마가 합류하는 바람에 인원 추가를 하고 하룻밤을 묶을 수 있었던 곳이 바로 '바람의 언덕 리조트'였다.


바람의 언덕과 신선대를 끼고 있는 바람의 언덕 리조트라 도보로 두 곳을 구경하고 산책할 수 있었다. 바람의 언덕 리조트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도장포 선착장이 있어 외도 섬을 갈 수 있는 장점이 또 있었다.


일박 하기에는 무리가 없었던 여행 코스라 바람의 언덕 리조트를 마다 하지 않았다. 


내가 원하고 내가 가고픈 곳을 검색하고 알아보는 그 과정이 힘들지 않았고 즐거웠다. 알아보는 과정은 여행하지 않더라도 그곳에서 여행하는 기분마저 들었다. 


뭐니 뭐니 해도 일출과 일몰을 침대 위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거, 식사 준비하지 않아도 바비큐 준비와 조식이 나오는 시스템이 마음에 들었다. 아이는 먹기 싫은 음식 앞에서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골라 먹는 것도 여행의 묘미이다. 설사 끼니를 먹지 않아도 먹지 않는 것에 미련을 두지 않았다.


아이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원하는 것이 따로 있다는 거, 아이도 한 인격체라는 걸 인지한 요즘 강요나 압박하지 않고 그저 지켜본다. 아이가 먹지 않아 배고프지 않을까 하는 마음은 오직 엄마인 내 마음이기에 내 마음을 아이에게 강요할 필요가 없다. 배가 고프면 언제든 말하라는 당부만 남기고 여행을 즐겼다.


원하는 곳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걱정하지 않고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오로지 나를 느낄 수 있는 여행이었다. 





여행은 인생의 윤활유이자 활력소다






집에 있다 보면 첩첩산중으로 쌓인 일들을 보며 한숨 아닌 한숨을 쉬며 답답했던 가슴을 잡고 전전긍긍했다면 여행은 답답한 가슴을 확 뚫게 했다. 고속도로 길을 신나게 가는 느낌이라고 할까?


체크인이 오후 3시라 리조트에 도착하니 시간이 남았다. 근처 신선대를 오르고 바람의 언덕에 올랐다. 바람의 언덕 위에서 하루를 마무리 짓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미래에 대한 생각을 엄마와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는 넓은 들판에서 뛰어놀다 다른 가족들을 바라보며 문득 드는 궁금증을 물어보기도 했다.

탁 트인 넓은 바다에서 저물어 가는 해를 바라다 보면 저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그러다 문득 나는 이런 시골에서 못 살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적이 드물어 조용했지만 버스는 하루에 8번 배차에 차가 없이는 시골 생활이 참 많이 불편할 거 같았다.


아직 도시 생활이 더 좋은 나를 발견했다. 도시 생활을 신물이 나도록 해보지 않았다. 아니 누리지 못했다고 말해야 맞다. 10대는 부모 그늘에서 20대는 회사생활 그늘에서 30대는 결혼과 출산 그리고 육아에 허덕이다 40대는 병과 타협하며 안주했다.


밝은 네온사인을 보며 밤거리를 거닐지 못했고 어두운 밤 고요한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지 못했다. 붉은 노을에 펼쳐지는 바다도 바라보지 못했고 신비로운 도시 생활을 즐기지 못한 탓에 갈증을 느꼈다. 내가 나를 알아가면서 반짝거리는 밤 거리가 가장 갈망하고 있었다. 갈망하는 이유는 밤거리에 다니지 못하게 한 부모 밑에서 성장했고 결혼를 하면서 밤에 나가는 걸 극도로 예민하게 생각한 아군이 있었다. 밤을 갈망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억압을 했다. 감정과 마음을 알아가는 요즘 굳이 억업하지 않고 마음껏 누려보려고 한다. 아직은 상황이 나에게 허락하지 않은 삶이지만 조금씩 아주 조금씩 밤을 맞이 해본다.


이제는 나만의 시대이다. 하고 싶은 거, 보고 싶은 거, 듣고 싶은 것만 하며 지낼 예정이다.

즉, 보고 듣고 먹고는 내가 원하는대로 말하는 대로 생각한 대로 이루어 낼 것이다.











바람의 언덕 리조트에 도착하니 테라스 너머에 히노끼 탕이 보였다. 

히노끼 탕이 보이는 하늘은 늦은 오후였고 해가 저물어 가고 있었다.


아이는 집이 아닌 곳을 보며 감탄를 연발했다.


아이가 좋아하니 나름 뿌듯하고 흐뭇했다.




바람의 언덕 리조트 히노끼 탕

히노끼 탕은 오로지 몸을 위해 마음을 위해 힐링하는 곳이라는 것에 마음이 끌렸다. 뜨거운 물에 히말라야 소금을 풀어 뚜벅이로 여행한 우리들의 지친 몸을 힐링할 수 있었다.


히노끼 탕에서 바로 보는 바깥 풍경은 지금 내 마음과 같았다.






시외버스 1시간, 거제도 시내버스 기다리는 시간 1시간, 거제도 시내버스 타고 바람의 언덕까지 1시간을 들어 히노끼 탕에 들어갈 수 있었다.


맏이와 엄마가 믿고 따라 준 가족들이었기에 힘든 여행에 행복하게 웃을 수 있었다. 해맑은 미소를 잃지 않게 이 시간이 가장 소중하다. 


해맑게 웃는 내 딸, 일상에 찌든 친정엄마와 함께 모두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뜨거운 물과 히노끼탕의 조합 그리고 석양을 바라보며 미래를 위해 쉬는 지금이 가장 이상적이다.

어른 옷을 입고 자신의 모습이 사랑스러워 사진 찍어 달라고 한 요청을 안 들어줄 수가 없어 물속 있는 몸을 이르켜 사진을 찍었다.


요염하면서도 유쾌한 그녀. 추워도 춥지 않은 그 열정과 에너지가 가득한 그녀.. 내 딸이 사랑스럽다.

해가 저물고 떠나는 그 자리에 붉게 노을이 지었고 그 노을을 바라보며 '참 좋다. 참 좋아' 말만 되풀이했다.




물놀이를 실컷 했더니 배가 고팠다. 예약한 바비큐 바구니를 보며 입이 쩍 벌어졌다. 2인 이상 먹어도 남을만한 음식이 그득했다. 삼겹살 500그램과 컵라면, 햇반, 쌈, 양념류, 소시지와 새우까지.. 


이것도 많다며 밥과 라면은 나중에 먹자고 뒤로 미루고 고기와 새우를 원 없이 먹었다. 물놀이로 허기진 배를 채워가는 우리들..


인생은 허기진 삶을 무엇이든 채워 나가는 거 같다.  그게 남이 하지 않은 일이라도 말이다.

그들이 뭐를 하든 나와 상관없듯이 내가 하고자 하는 모든 것들이 그들과 상관이 없다. 그들이 아닌 내가 원하는 것을 하다 보면 채워지지 않은 공간에 사랑과 행복이 채워지지 않을까? 그게 의식주의 기본생활이라도 말이다.


나에게 남은 상처와 채워지지 않던 공허함을 여행에서 채워질 거라 믿는다. 그것이 나 혼자가 아닌 식구들을 함께 떠날지라도...





이른 아침에 눈을 뜨니 저 멀리 바다가 보였고 듬성듬성 바다를 지키는 섬들이 보였다. 오전 10시에 일어나던 집과 다르게 나와 아이는 여행에서 아침 8시에 눈이 뜨이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여행은 늘 새로운 깨우침을 준다. 맑은 공기와 색다른 시선이 자극으로 다가오는 거 같다.

마법 같은 아침을 맞이했다. 


조용하고 한적한 이곳.

아등바등 뛰어다니던 삶 속에서 잠시 떠나온 여행은 더 새로운 길로 인도했고 안온함을 느꼈다.





조식이 배달되었다.

2인이 먹을 수 있는 양. 아이는 간장밥을 먹었고 나와 엄마는 야무지게 조식을 먹었다.


뷰가 끝내줬던 리조트는 아침이든 오후든 밤이든 아름다웠다. 지친 나에게 온 우주가 선물로 보냈다.






일어나자마자 할머니와 손녀는 히노끼 탕에서 하루를 맞이했다.

눈 뜨자마자 히노끼 탕에 뜨거운 물을 받는 엄마.

그리고 좋다고 달려간 아이.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나.


밤새도록 코 고는 소리에 깊은 잠을 못 잔 나는 비몽사몽에 잠시 히노끼 탕에 몸을 축일수 없었다. 

그림에 떡.


한참을 탕에 있던 두 분은 배고프다며 식탁으로 달려들었다.

테라스에서 먹었으면 했지만 아침 공기가 차가워 실내에서 한상을 차렸다.


1박이었지만, 나름 행복한 여행이었다. 


11시 체크아웃이라 준비대는 대로 나왔다. 캐리어를 끌고 도장포 선착장에서 배를 기다렸다.

외도 섬을 가기 위해서...


11시에 집으로 가기 너무 아까운 시간이라 오전 시간을 이용해 외도 섬을 다녀왔다. 그 뒤 비극을 생각지도 못하고..


인생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늘 펼쳐지는 게 살아가는 맛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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