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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Apr 09. 2022

부산 영도 해양 박물관 둘러보기. 여섯 살 아이와 산책

엄마 에세이

작년 가을 매일 아이와 나들이를 했다. 그 이유는 유치원에 다니지 않은 아이가 집에서 늘 하는 거라곤 영상을 보거나 엄마와 노는 거 말고는 없었다. 그런 아이가 안쓰러워 집과 가장 가까운 곳부터 구경하자고 엄마인 내가 제안했다. 아이는 매일 어디를 가는지 궁금해하며 호기심을 보였다.


매일 어디 가냐고 아침 눈을 뜨면 아이는 말했다. 친정엄마 가계 근처 '영도'로 정하고 오래전에 가본 한국 해양박물관이 생각났다. 볼거리가 많은 곳은 아니지만 오후에 잠시 나들이 삼아 다녀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아 오후 2시쯤 버스를 타고 영도 안쪽 동네를 찾았다.


10년 만에 찾은 이 동네는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바다와 함께 펼쳐진 해양대학교 건물이 보였다. 엄마는 영도가 고향이지만 이곳까지 올 일이 없었다고 했다. 그런 엄마를 두고 가기가 미안해 가자고 했다. 싫다고 마다하지 않고 따라나선 엄마와 해양 박물관 안으로 들어섰다.





버스에서 내리면 배 모양의 건물이 보인다. 차로 이동시 주차장이 넓어서 주차하기도 좋았던 곳이다. 일단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나라서 대중교통 기준으로 설명하려고 한다.


조경이 멋졌고 잔디가 이뻤다. 아이는 태어나서 처음 오는 곳이라 멋지다며 즐거워했다. 웃는 아이 얼굴에 안심했고 영도에 이런 곳이 있었냐며 놀라는 엄마 말에 웃음이 났다. 엄마는 그야말로 가는 길만 다니는 토종 집순이 여사다.


길거리를 다녀도 주위에 뭐가 있는지 보지 않고 앞만 달리는 그런 엄마는 자식들이 어디를 간다고 하면 같이 가자고 한다. 혼자서는 여행이나 구경조차 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아이도 엄마와 단둘이 가는 것도 좋지만 할머니와 가는 것이 든든하고 안심이 되는 거 같았다.




코로나로 인해 예약제로 진행하는 해양박물관은 너무 일찍 도착한 우리들에게 잠수함으로 지루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 주었다. 


간식을 먹으며 기다리려고 했던 우리에게 남성이 다가왔다. "예약하셨어요. 몇 시 예약이죠"라고 물었다.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해양박물관 실외 있는 것들을 설명해주겠다면서 따라오라고 했다.


만약 우리끼리였으면 잠수함도 보지 않고 앉을 곳을 찾아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기다렸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설명해주시는 그분을 따라 곳곳에 배치된 기기들의 정체성을 알게 되었다.


엄마와 아이는 설명이 지루한지 딴청을 했고 설명해주시는 분의 성의를 생각해 나는 끝까지 경청했다.

잠수함의 설명은 오히려 아이와 엄마에게 자극이 되었지만 그 후로 아이는 할머니에게 잠자리 잡아달라고 때를 썼다.



여기는 '아라파니호'라는 요트였다. 우리나라 사람이 이 요트를 설계해서 세계일주를 했다는 말에 정말 놀랐다. 대단한 용기에 인간은 불가능이 없구나 절실히 느꼈던 것이다. 하고자 한다면 분명 길은 열린다는 것을 아라파니호 요트를 보며 실감했다. 


아이에게 인간은 불가능 일은 없다고 보여줄 수 있는 요트 설명은 정말 멋졌다. 시간이 되자 설명해주신 분은 다른 분을 찾아 나섰고 우리는 드디어 해양박물관 내부로 들어갔다.


들어가니 아무것도 없었다. 이건 유튜브 영상을 보면 알게 된다.

어디가 어디인지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었지만 내가 여자 둘을 데리고 온 대장으로써 열심히 눈알을 굴렸다. 멀리서 엘리베이터가 보였다. 이걸 타면 뭔가 나오지 않을까라는 예감에 일단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니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을 청소하시고 계시는 아주머니가 알려주었다.


지금은 코로나로 관람이 많이 줄었지만 볼만하다면서 무료이니 감안해야 할 점은 분명 있다고 말씀하셨다.




아쿠아리움처럼 큰 수족관은 아니지만 다행히 있을 거 다 있었던 수족관이었다. 상어는 없지만 철갑상어가 있어서 아이는 신기하다고 했다. 


열대어와 바다거북이가 있었고 가오리가 있었다. 한참을 보며 감탄을 할 무렵 다른 곳이 궁금하다며 다른 층으로 올라갔다.



우리나라를 이끈 위인과 해양에 관한 이야기와 도구들이 가득했다. 남자아이라면 정말 호기심 유발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딸이라서 크게 관심을 유발하지 못했다. 그냥 이렇게 있구나 정도로 눈으로 훑고 그 자리를 떠났다.


다시 수족관을 보겠다며 내려가자고 해서 내려왔다.


크지 않은 수족관. 그러나 상어도 있고 거북이도 있고 물고기도 있는 이 공간은 오후 한때 가을바람 쐴 겸 힐링할 수 있는 곳이라 나름 알찬 기억이 난다.



부산은 해양도시다. 유조선이 있고 조선소가 많은 곳이 부산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해양에 대한 모든 것들을 모형으로 만들어 전시해두었다.


배 종류도 많아 아이에게 말해주니 자신은 재미없다며 그만 말하라고 했다. '엄마는 아쉬운데' 속으로 말하면서 전시된 곳을 구경했다.




제주도에만 해녀가 있는 것이 아니다. 태종대에 가면 해녀가 물질을 해서 잡은 성게, 멍게, 전복 등 다양한 해산물을 먹을 수 있다. 영도 바다 근처라면 해녀를 쉽게 볼 수 있다. 여니는 해녀를 보더니 제주도를 생각해냈다.


"엄마, 저기 저 사람 저번에 간 제주도 있잖아. 이름이 뭐더라"라며 기억을 떠올려보지만 생각나지 않은 듯해 보였다. "해녀잖아" "맞다. 바닷속에서 소라 잡아온 사람"이라며 손뼉을 쳤다. 이래서 보고 듣는 것, 산 경험이 중요한 거 같다. 책을 봐도 일단 눈으로 직접 보고 만져봐야 기억에 오래 남는다.


아빠 빈자리를 채워 줄 나는 각오를 단단히 했다. 열심히 아이를 데리고 여행 가기로. 공부도 중요하지만 넓은 세상을 보는 것만으로 창의성이 월등히 높아질 거라는 생각을 한다. 나부터 세상으로 나가는 걸 무서워하지 말고 조심스레 나가보기로 말이다.


그러려면 일단 여행 지식부터 쌓아야 하는 것이 옳은 일. 지금은 내가 살고 있는 고향에서 아이와 다양한 경험을 하지만 더 나아가 우리나라에서 경험하지 못한 경험을 해외에서 하자고 약속했다.


여행은 이래서 좋다. 없던 용기까지 생기게 해주는 거. 

여행은 이래서 좋다. 없던 희망이 생기게 해주는 거.

여행은 이래서 좋다. 없던 자신감이 생기게 해주는 거.


집 근처 여행이 끝나면 해운대와 광안리를 비롯해 부산 곳곳을 다녀봐야겠다. 이제는 평일은 시간이 안된다.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기 때문에. 빨간 날 아니면 주말에만 가능한 여행. 그렇다고 평일날 가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깐. 아이가 원하고 내가 원하면 평일이든 주말이든 상관이 여행할 생각이다.


봄이라서 여행이 고픈 나는 작년에 다닌 여행 사진을 보며 흐지부지한 다짐을 새롭게 하고 계획했던 목표를 다시 잡는 계기가 되었다.


부산은 곳곳이 유명한 곳이다. 이름이 알려진 곳보다 알려지지 않은 곳이 더 멋진 법이다. 힐링하려면 사람이 붐비는 곳보다 붐비지 않은 곳이 나름 아름답고 멋진 뷰를 안겨준다. 


부산 영도 '해양박물관'은 한 번쯤 다녀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 코로나가 안정을 찾으면 해양박물관도 다양한 것들로 전시되리라 믿어본다.


아.....!!! 떠나고 싶다. 여행을...

지금 이때 제주도 우도에서 일주일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있던 병도 달아날 거 같은 우도. 떠날 수 있는 자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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