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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Apr 08. 2022

동생의 우울증 증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엄마 에세이

동생이 조카를 위해 남구로 이사했다. 이사하고 코로나 여파로 서로 만나지 못하다 지난 일요일 시간이 되어 동생집으로 향했다. 예전에 동생은 자신의 기분에 사로잡혀 잠수를 자주 탔던 아이였다. 나 같은 경우는 우울증이 찾아오더라도 나만의 방식을 찾아 풀어보려고 노력하는 반면 동생은 우울한 기분에 잡혀 세상과 단절하는 아이는 일주일 전 우리 집에 놀다 간 후로 연락이 없었다.


동생이 연락이 없다는 건 자신이 원망스럽고 조카에게 미안하며 자신 때문에 노력하는 남편이 불쌍하게 느껴져 뭐라도 도우려고 하다 쓰러져 다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이런 자신의 몸을 원망하다 가족과 지인에게 연락을 두절하고 잠수를 탄 아이는 제부와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고 제부만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로 온 것이다.


"혀니 우울증이지?"

"아마 그런 거 같다"

"일주일 전 우리 집 다녀간 후 연락이 없는 거 보니 우울증으로 슬퍼하고 있을 거 같더라. 지난번에는 워니 학원 보낼 때마다 여기로 온다고 해놓고 안 오는 거 보니 우울한 감정에 사로잡혔네"

"......"


제부는 아무 말이 없었다. 자신의 능력으로 동생의 우울증을 해결할 수 없었을 것이다. 동생의 기분을 맞추기란 버거웠을 제부 얼굴은 엉망이었다. 친정엄마 휴무날에 맞춰 동생네 가는 길에 벚꽃이 활짝 피어있었다. 이런 날 우울한 기분을 떨칠 수 있게 함께 나오지 왜 집에 있냐며 나 혼자 열변을 토해냈다. 하지만 아무도 내 말에 맞장구를 쳐주지 않았다.


답답하기는 말하는 나나, 듣는 제부와 엄마 역시 만찬 가지겠지만. 우리는 일단 동생 집 현관에 들어서는 순간 톤을 업하며 우리가 왔다고 소리를 질렀다. 우울한 기분이 도망가기를 바라며 여니와 나는 "야, 우리가 왔다. 뭐하냐. 걸어서 와봐"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니 "어, 왔나"며 억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일주일 사이 걸음걸이에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너 다리에 힘 좀 생긴 거야"

"아니야' 라며 일단 인사를 칭찬으로 시작했다. 간식을 펼쳐놓고 먹으면서 대화하려다 친정엄마가 배고프다며 밥부터 먹자고 했다. 밖에 나가기 싫다던 동생을 부축해 벚꽃 향기도 맡고 다른 사람의 에너지도 받자며 졸랐다. 그때 동생은 "그럴까"하며 내심 기대하는 말을 내뱉었다.


모두가 환자라서 대 식구 밥하느니 외식하고 커피도 한잔하자고 말하니 굳어 있던 동생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점심과 디저트까지 먹고 동생 집으로 오니 엄마는 동생이 먹고 싶은 생깻잎김치와 등갈비 김치찜 하기 위해 주방으로 향했고 나는 동생을 붙들고 대화를 시작했다.


"너 일주일 동안 연락 없는 거 보니 또 네 기분에 사로잡혀 살았냐"

눈물을 글썽이며 "뭐 그렇지"라고 말했다. "우울증은 지금 너에게 도움이 되는 친구가 아니야. 그런데 그 우울증과 일주일을 살았던 거야. 오는 길에 제부 말 들어보니 남편에게도 미안하고 딸을 위해 사소한 음식을 차려주지 못해 슬퍼했다며. 그건 팔다리가 조금이라도 돌아오면 언제든 할 수 있는 거야. 지금은 마비된 몸만 생각해야지. 네가 이렇게 우울해하는데 옆에 있는 제부나 조카가 얼마나 힘 빠질 거야. 나도 네가 이러는데 맥 빠지고 기운 빠지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제부를 봐서라도 그리고 딸을 위해서라도 힘내야지. 왜 자꾸만 우울감에 빠져 그 감정에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어. 내가 보내 준 영상 매일 듣고 있는 거야"

"응" 대답하며 내가 보낸 카톡을 보여주며 영상을 본다며 알려주었다.


그렇게 몇 시간을 함께 보내니 동생은 "이제야 살 거 같아. 혼자 집에 있으니 답답하더라. 힘을 제대로 쓸 수 없으니 창 밖으로 세상을 보고 싶은데 그것조차 할 수 없다는 것에 슬펐어" 사실 동생 집에 들어서는 순간 창문이란 창문에 불투명 유리가 되어 있었다. 집주인은 세입자를 위해 불투명 유리로 밖을 완전히 차단하는 유리창을 했고 거동이 불편한 동생에게는 갑갑한 공간이 되고 있었다. 2층이라는 층수 때문에 투명 유리가 아닌 불투명 유리를 집을 구할 때는 알지 못했다고 한다. 그때는 걸을 수 있었으니 불투명 유리든 투명 유리든 상관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움직임이 없는 동생에게는 우울증을 자극했던 것이다.


"자, 이렇게 문을 열면 어때? 밖 풍경 보이니"

"어, 이거 좋네. 이제 숨통이 트인다"며 동생은 심호흡을 했다. 제부는 춥다고 베란다 문을 닫아놓고 열어주지 않았던 것이다. 봄 구경을 하고 싶었던 동생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싫었다면서 울었다.


동생 모습을 보며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알 거 같았다. 두 다리 두 팔이 튼튼한 내가 동생 눈높이에서 문을 열어주고 여러 가지 방법을 일러주었다. 엄마가 만들어 놓은 집밥을 보며 너무 먹고 싶은 음식이었다며 팔 마비가 되면서 제대로 된 집밥을 먹을 수 없었다고 했다. 제부와 동생은 허겁지겁 저녁 먹는 모습에 뭉클했다.


같은 부산 아래 살면서 대중교통으로 동생네를 가는 건 왕복 3시간이 걸렸다. 하루빨리 면허증을 내야 할 이유가 한 가지 더 추가되었다. 동생의 우울증 해소는 사람이었다. 함께하면 할수록 힘이 나는 동생은 나와 여니, 그리고 친정엄마와 함께하니 우울증이 잠시 도망간 듯 보였다. "엄마와 언니랑 대화하니 사람 사는 거 같아. 남편이랑 워니는 학교나 회사 다녀오면 각자 방에 들어가 버리거나 대화가 없는데 언니와 엄마가 있으니깐 말도 하고 웃기도 하고 너무 행복해"

"더는 우울증 아이랑 놀지 말고 전화를 해. 그것조차 힘들면 슬픈 감정에 슬퍼하다가 이내 너로 돌아와야 해. 우울 감정은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아픈 우리에게 도움이 안 돼. 뇌는 감정이나 형체가 없다고 하더라. 슬퍼하면 뇌는 너를 더 슬프게 만들 것이고 아픈 팔다리를 더 아프게 만들 수밖에 없어. 내가 준 의료기기 매일 사용하면서 감각을 놓치지 마. 너의 노력에 달려 있어. 노력하는 만큼 뇌는 팔다리에 지시를 내릴 거야. 이 말 명심하고 조금이라도 움직이고 또 움직여. 울고 싶으면 울어. 근데 그뿐이야. 울어서 더 슬픈 감정을 만들지 마. 알았지"

"응"


외출했을 때 동생 다리는 일주일 전보다 힘이 들어갔고 끌고 가던 오른쪽 다리는 제법 땅에서 발을 떼어 걷는 모습에 박수를 보냈다. 올해 목표는 팔다리가 조금이라도 움직이기를 목표로 삼자고 했다. 울먹이며 동생은 알겠다고 했다. 아무리 내가 해야 한다고 말한들 본인이 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몸 관리이다. 항암제를 세 번째 먹는 동생. 이번 달도 파이팅하자는 인사로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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