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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Apr 07. 2022

8년 만의 마사지 샵은 힐링. 경략은 비타민제

엄마 에세이

나는 마사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 손으로 내가 아픈 곳을 꾹꾹 눌러주며 지압받는 그 자체가 나에게는 힐링이자 피로회복제가 된다. 이런 나에게 몇 년 동안 제약이 있었다. 엄마와 떨어지기를 극도로 예민한 딸아이 덕분에 8년 동안 마사지샵 근처에 가지 못했다. 딸아이 5살 때까지 업고 안으며 키워냈다. 그 흔한 모습 중 아이를 아빠가 안아주는 일상은 나에게 없었다.


남편과 지내는 동안 차에서 자던 아이를 안고 집으로 간 건 나였으니깐. 그렇게 지내다 친정에서 1년 6개월 지내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니 자는 아이를 안고 버스에서 오르고 내리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딸이 힘들어하는 모습에 친정엄마가 도와주려고 할 때마다 "아픈 허리로 무거운 여니 안으면 허리 나가니깐 내가 안고 갈게"라며 그렇게 1년 365일 외출을 할 때는 아이는 엄마인 내 품에 고이 잠든 일이 다반사였다. 그러니 허리 어깨 다리 등이 묵직했고 어디라도 가서 지압을 받고 싶다는 간절함이 늘 있었다.


어깨 위로 양팔을 올릴 일이 없었고 결국 오십견이라는 진단까지 받고 말았다. 뼈가 갈퀴 갈퀴 찢어지는 느낌이었다. 네 살 딸아이를 안고 버스에서 내릴 때는 오른쪽 어깨 부근 근육과 뼈가 으스러질 정도로 아파서 숨이 쉬지 않았다. 재활 치료라도 하면 좋으련만 꿈같은 일이었다. 아이는 다섯 살까지 엄마가 안 보이면 자지러지게 울었고 불안 증세가 보였다.


불안한 아이를 위해서라도 나를 위한 것들은 미루고 아이 곁에 있어주어야만 했다. 그렇게 성장한 아이는 여섯 살이 되고 일곱 살이 되면서 불안증세는 조금씩 사라졌고 엄마가 자신의 곁에서 잠시 떨어지는 걸 허용했다. 바로 내가 병원 가는 날은 자신과 엄마가 떨어져도 불안증세를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드디어 방과 후 수업을 하면서 오후 5시에 집에 오는 아이는 점점 엄마 곁이 아닌 친구 곁이 더 행복하다는 걸 느끼고 있다.


늦게 하원하는 아이 덕분에 마사지를 받았는데 어깨부터 허리까지 안 아픈 곳이 없었다. 지압을 받으면 다음날은 고통스럽지만 마시지를 받게 된다. 마사지사는 내 등을 보더니 "목부터 허리까지 정말 아팠겠어요. 목은 수술한 적 있었어요?"라고 물었다. 그리고는 "날개뼈가 이런 동작을 하게 되면 나타나야 하는데 고객님은 근육이 뭉쳐 날개뼈가 나타나지 않아요. 이런 몸으로 어떻게 지냈어요"라고 또 물었다.


엎드려 있으니 대답하기가 버거웠다. 자꾸 물어보시는 사장님 물음에 대답을 해야 할 거 같았다. "아이를 여섯 살 까지 끼고 있었더니 팔부터 몸 전체가 굳어 있는 거 같아서 이렇게 마사지 샵에 오게 되었어요. 다섯 살까지 팔베개를 해야 잠을 잤거든요. 오른쪽 팔만 베고 자니 오십견이 왔고 지금도 아파요. 팔 지압하실 때 살살해주세요"라고 했다.


"엄마 되기가 쉽지 않죠"라며 경추 수술로 인해 굳어 있던 목을 틈만 나면 지압을 해주셨다. 그 덕분에 지금은 목이 부자연스럽게 목이 돌아가지만 곧 좋아질 거라는 믿음으로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등은 정자세로 누울 때마다 곡소리가 난다. 아픈 부분 위주로 지압을 넣던 사장님은 압을 가장 약하게 하는데도 아프냐고 물었다. 손님이 못 참는 거 아니냐고 (엄살 같다고) 말했다. "사장님 웬만하면 잘 참는 편인데 살갗이 스칠 때마다 아파서 지금은 참을 수 없어요. 7년 동안 어깨조차 제대로 만지지 않아서 더 아픈 거 같아요"라고 했다.


"등을 딱 봐도 아플 거 같긴 해요. 살이 아니라 부은 살이 뭉쳐서 만질 때마다 아픈 거 같은데. 손님은 어깨도 좁고 마른 체형인 거 같은데 부은 살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서 몸이 무겁겠어요"라고 했다. 사실 늦은 나이에 출산하니 없던 병이 찾아왔다. 고지혈증이라는 약을 먹어야만 콜레스테롤이 잡혔다. 어떤 선생님은 나이가 들어서 콜레스테롤이 올라가는 건 당연한 거라며 운동하라고 했다.


나잇살이라고 우겼던 나는 더는 내 몸 상태를 나잇살이 아닌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거라고 인정했다. 윗배가 갑자기 생겨 양말 신는 것조차 버거웠던 때가 있었으니깐. 지금도 윗배는 나와 있다. 윗배 빼기는 가장 힘든 부분이라고 하지만 열심히 관리를 해볼 생각이다. 보석보다 귀한 아이를 얻은 대가는 부종과 함께 불어난 살뿐이지만 낙담하지 않고 지금부터 내 몸을 관리하려고 한다. 경락은 받은 날과 그다음 날 심한 통증으로 끙끙거리지만 며칠 지나면 내 몸은 가벼워질 것이다.


굳어버렸던 근육을 풀어냈으니 이제부터 내가 할 수 있다. 등은 못하지만 목과 어깨를 틈틈이 스트레칭하며 아픈 부분을 자각하고 운동을 게으르지 않으려고 한다. 지금 내 몸은 로봇과 다름없다. 유연했던 몸이 뻔뻔해서 요가 동작이 나오지 않는다. 굳어버린 내 몸이여 내가 기름칠을 발라 줄 테니 다시 작동해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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