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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Apr 16. 2022

난 왜 유튜브 제작이 힘든 걸까

엄마 에세이

내가 유튜브 계정을 만든 건 바야흐로? 2019년도였다. 파이프라인을 만드려고 돈 되는 모든 것을 손을 댔는데 고퀼리티 영상 제작은 버거웠다. 아니 기계치라서 할 수 없었다. 김유라 작가님은 "그지 같이 하세요'라는 말을 무한 반복하셨다. 그래서 그럴까? 정말 그지 같이 영상을 제작했고 편집하는 과정에서 소리가 꼬이는 현상까지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업로드할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업로드를 했다. (이때, 완벽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아요. 다 괜찮으니 일단 하는 겁니다)라는 말이 순간 떠올랐다.


나에게 맞지 않은 일을 꾸준히 하려니 정말 힘들었다. 혼자 모든 걸 다 해야 하는 일. 콘텐츠, 영상 찍기, 편집하기, 그리고 업로드까지 하루 종일 영상을 끌어안고 하기란 나와는 정말 맞지 않았다. 그냥 글을 쓰면 썼지 영상을 제작하는 일은 어려웠다. 그날이 다가오면 (영상 제작하는 날) 힘이 빠졌다. 무슨 영상을 찍어야 하나? 편집은 어떻게 하고 자막을 꼭 넣어야 하나 등 다양한 부정적인 시각으로 영상을 찍으니 구독자는 늘지 않았고 조회수는 바닥을 쳤다.


내가 하는 일에 좋아하는 감정이긴커녕 수치스럽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영상 만들기 자부심은 1도 없었다. 결국 1년 동안 주 2회 업로드하던 영상을 내려놓았다. 그렇게 1년을 쉬었고 2021년 가을쯤 시작된 유튜브는 코로나 확진으로 인해 한 달 동안 방치 중이다. 콘텐츠는 일상에 늘 있지만 이걸로 영상 제작하면 될까 하는 나의 한계를 짓고 있는 나는 아직도 한계를 짓고 망설이고 있다.


정말 외주에게 맡겨서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하지만 내가 해야 할 작업이기에 오늘도 내일도 생각만 하고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2019년 타로를 봤는데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다. "당신은 영상보단 글 쓰는 것이 더 맞아요. 그러니 꾸준히 글을 써요"라고 그래서 내가 한계를 짓는지도 모르겠다. 일단, 뭐가 됐든 다시 이 시장에 뛰어들어야만 한다.


망설이지 말고 한계를 짓지 말고, 닉네임 뜻처럼 실천에 옮겨야 할 때라는 걸 알고 있다. 무한계 미인 뜻은 한계를 짓지 말고 도전하라는 뜻인데도 불구하고 나는 이렇게 한계를 짓고 있다. 사실, 영상에 소질이 없는 나이기에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걸 하고 싶은 건 어쩔 수 없는 거 같다. 소질은 없지만, 일상을 글로 녹이듯 영상에도 일상을 녹여보는 나로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내가 아이를 기다렸듯이 내가 나를 기다려본다.


하늘에서 나에게 콘텐츠를 주지 않는다. 뭐라도 찍고 편집해서 올리는 것이 최선이다. 두려워하지 말고 무서워하지 말고 나를 한계 짓지 말며 그냥 무식하게 다시 일어서자. 요즘 다양한 콘텐츠로 부산을 알리는 유튜버들 영상을 보며 깨달음이 온다. 나는 뭐를 해야 신나게 영상을 제작할지 고민해본다. 카페에서 글을 쓰는 내 모습과 만년필로 글을 쓰는 날을 찍으면 어떨까 하고 말이다. 지속 가능한 일로 콘텐츠를 제작하려니 나는 집순이라서 지속 가능한 작업은 집안일 아니면 글 쓰는 일이었다.


호텔 투숙을 하며 손쉽게 모녀가 여행하는 콘텐츠는 어떨까 하고 고민한 적도 있고 부산 맛집을 찾아다니면서 먹방을 찍어볼까 생각했지만 나는 맛집을 찾아다니는 사람이 아니라서 지속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집밥을 고수하는 나에게 요리 콘텐츠는 어떨까 생각했지만 이미 폭망 했다. (웃픈 이야기) 


최근엔 아이와 부산 곳곳 다니며 공원 영상, 부산 여행지를 찍었던 영상을 잘 다듬어 제작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이와 함께 하는 콘텐츠가 지속 가능한 일이 될 거 같다. 그리고 나만의 생활을 어디까지 노출해야 할지 고민하게 되었다. 홀로서기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엄마들에게 위안이 되고 위로가 되는 영상을 찍고 싶은데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위안과 위로가 뭔지 알면 콘텐츠가 보이지 않을까 글로 풀어본다.


꽃을 사랑하는 나이기에 부산 꽃 도매 시장 영상을 찍고 진시장을 다니면서 영상을 찍고 아이 핀을 제작하면서 영상을 찍고 아이와 대화하는 영상을 찍고 화내는 영상을 찍으며 자신의 일에 집중할 때 영상으로 기록을 남긴다면 몇 년 후 이런 날도 있었구나 하고 추억을 회상하며 감회가 새로울 거 같다. 나는 다른 이에게 교훈을 주고 지식을 전달하는 전문가가 아니라서 일상을 글로 녹이듯 일상을 영상으로 녹여볼까 한다.


글을 쓰니 미처 몰랐던 아이디어를 발견하게 된다. 나열한 문장을 다이어리에 기재하며 지속 가능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에 힘을 써볼까 한다. 언젠가는 다양한 콘텐츠에 떡상이 되겠지라며 생각하며 말이다. 유튜브 제작은 참 버겁다. 하지만 이미 나에게는 글이 존재하든 영상도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어려울 거 없다고 나 자신을 다독이는 날이 바로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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