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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May 05. 2022

전기 누전을 살피다 또 다른 문제점을 발견하다

엄마 에세이

일요일 오전. 일찍 일어나는 아이와 이른 아침을 먹고 온 집안에 있는 콘셉트를 빼는 일을 했다. 주방부터 욕실까지 모든 콘셉트를 빼고 두꺼비 집을 열어놓고 가장 전기가 많이 드는 냉장고부터 꽂았다. 김치냉장고는 전기에 아무런 이상을 주지 않았다. 그다음은 냉장고였다. 냉장고 벽면 쪽 전기를 많이 쓰다 보니 혹여 여기서 누전된 건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러나 냉장고 콘셉트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세탁기와 건조기, 컴퓨터, 에어컨, 비데, 주방 콘셉트 등 꼽고 작동까지 해보았지만 잘 내려가던 두꺼비 집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시 검색을 해야 했다. 정말 누전에 이상이 없다면 다른 곳에 이상이 있을 거 같아서. 이걸 알아야 중개인에게 말을 하고 임대인에게 말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검색을 해보니 세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는 누전 상황이었고 두 번째는 전열제품 자체에서 고장으로 누전될 경우와 세 번째는 차단기가 노후되어 두꺼비집이 내려가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콘셉트를 다 빼고 다시 꽂았지만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그렇다면 누전은 아니라는 것이고. 두 번째 상황은 오래된 전열 제품이 없다. 이사 올 때 전기를 많이 먹는 것들을 다 처분했고 나와 아이에게 필요한 전열제품만 챙겨서 이사했다. 그렇다면 세 번째로 인해 두꺼비 집이 내려가는 거 같았다.


관리실 전기 담당자가 우리 집 두꺼비 집을 보더니 차단기가 오래되어 커버를 바꿔라고 했다. 그 당시 그 말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근데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니 관리실 직원의 말 뜻을 이해했다. 전기 상태를 중개인에게 말해야 했다. 중개인이 임대인 연락처를 알고 있기도 하고 아직 나에게 새로운 전월세 계약서를 주지 않았기에 중개인과 연락을 주고받아야 했다.


문자를 작성하면서 세 가지 문제점을 적었고 차단기 노후일 가능성이 높으니 전기 전문 기사를 불러 점검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만약 임대인이 할 의향이 없다면 최후의 방법을 사용할 생각이라고 적었다. 아직 8개월을 살아야 하는데 불안한 상황에서 살 수 없다. 그것도 어린아이가 있는데 안전하게 생활하는 것이 최우선이고 보호자인 내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다.


월세를 입금하지 않고 그 월세로 전기를 수리해야 하는 것이 마지막 방법이다. 누전을 대수롭게 생각하는 임대인. 자신이 살 집이 아니라고 가볍게 생각하는 그들은 사람 목숨이 귀하게 여기지 않은 방증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번 계기로 문제가 잘 해결되기를 바라며 두꺼비 집이 내려간 덕분에 전기 하나하나 점검하고 체크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나는 오늘 또 하나를 배웠다. 전기? 당연히 남자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위험한 것은 내가 아닌 남자가 해결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벗었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 위험한 상황에 해결할 방법은 분명히 있을 것이고 여자인 내가 못할 거는 없었다.


이 또한 한계를 짓고 남자가 해야 할 일, 여자가 해야 할 일을 구분 짓었다. 전기점검은 사업체만 하는 것이 아닌 가정에서도 필수인 거 같다. 사실 작년 여름, 같은 동네 작은 아파트에서 전기 누전으로 불이 난 적이 있었다. 불이 나서 소방차와 구급차가 왔고 우리는 그 길을 걷고 있었다. 이처럼 오래된 아파트는 전기 점검은 필수다.


내가 당하고 보니 더욱더 마음에 와닿는다. 누전, 누수, 보일러 등 임대인과 임차인의 마찰은 있겠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단지, 비용이 발생해서 임대인이 차일피일 미루는 느낌이다. 임차인의 삶. 그 삶으로 고생은 하지만 이면에 새로운 배움이 있고 깨달음이 있어서 다행이다.


메모한다. 임차인 삶은 어떠 어떠한 것들을 살피고 점검해야 하는지, 임대인의 삶을 살 때는 어떠 어떠한 것들을 임차인에게 해줘야 하는지 말이다. 배움의 연속이라는 말, 이건 인생을 살아간다면 배움의 연속이 되어야 한다. 모르면 당하고만 사는 세상이 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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