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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May 04. 2022

임대인 삶과 임차인 삶은 완전히 다르다

엄마 에세이

나는 결혼한 후로 임차인 삶을 살아본 적이 없다. 그래서인가, 지금 임차인 삶이 참 고달프다. 살아보지 않았고 겪어보지 못한 부분이라서 혼자 임대인과 대립하는 과정이 버겁다. 급하게 선택한 모든 것들은 늘 불행이 따른다. 그게 바로 집이다. 2년 전 급하게 구한 집이 탈이 났다. 이사한 후로 1년이 넘은 지금까지 집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임대인이었던 집주인이 현재 내가 거주하는 집에서 살다 직장으로 인해 이사를 하면서 이 집을 월세로 내놓은 것이다. 자신이 급하니 아주 저렴한 월세로 내놓았고 나 역시 급하게 집을 구해야 하는 상황에 이 집이 나에게는 딱이었다. 근데 그때 마음이 썩 내키지 않았던 걸 무시한 것이 지금 후회스럽다.


마음이 내키지 않을 때는 상황에 따라 움직이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 다시 전월세를 구하려 부산에 내려오는 것이 시간상으로 어려웠다. 친정엄마에게 그 집을 다시 보라고 해놓고 나는 천안에서 일했다. 내가 더디게 결정을 하자 부산 중개인은 협박성 설득을 하기 시작했다.


한참을 망설이는 나에게 친정엄마는 어떤 것이 나에게 유리한 방법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결국 저렴한 월세라서 중개인 말에 계약을 체결했다. 이사를 하고 지속적으로 전기 차단이 빈번하게 일어났고 두꺼비집은 이유 없이 내려갔다. 


가장 최근 일인데 아이는 유치원 가서 전기를 쓰는 거라곤 냉장고 외에는 없었다. 밥통은 늘 압력솥으로 밥을 해서 먹고 남은 밥만 밥통에 보온했고 두 끼 이상 밥솥에 넣어두지 않아 늘 전기는 꺼져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콘센트가 꽂혀 있는 것이 제법 있었다. 비데부터 세탁기, 전기레인지 등등 사용하지 않지만 콘셉트는 꽂혀 있었다. 


그러나 일반 가정에서 쓸 법한 가전제품 콘셉트였다. 근데 아이가 집에 없는 동안 전기가 연속으로 세 번 두꺼비 집이 내려갔다. 올려놓으면 다시 내려가고 올려놓으면 내려가서 10분이 지나고 다시 전기를 올려보았다. 그때서야 두꺼비 집이 내려가지 않고 보존했다. 이사하고 1년 동안 10번 정도 두꺼비 집이 내려갔는데 임대인에게 말하지 못했다.


임대인은 내가 살고 있는 집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고 집을 엉망으로 사용했기에 전기 차단이 내려갔는지 보일러가 안 되는지 모르는 사람이었다. 나는 살림을 하다 보니 하나씩 고장이 나기 시작했다. 작년 가을 보일러가 고장이 났고 임대인에게 연락을 해서 현재 상황을 말했더니 대뜸 이런 말을 했다. "아니 내가 살 때는 안 그랬는데 왜 지금 와서 고장이 나는 거조"라고. 이 말은 즉, 내가 잘못 사용해 고장 났다고 생각하는 거 같았다.


쌀쌀한 날씨에 찬물로 아이를 씻길 수 없어 반협박을 해야만 했다. 월세를 입금하지 않고 그 돈으로 보일러 교체하겠다는 말을 했더니 그제야 부동산 중개인에게 알아보고 임대인 대신 중개인이 연락이 왔다. 보일러 점검해야 한다면서 보일러 관계자와 집으로 온 것이다.


그때 중개인이 보일러 상태를 보더니 1993년 아파트 생긴 그대로 보일러라며 이건 교체해야 한다고 보일러 보시는 분이 말을 했다. 중개인이 말을 잘해줘서 보일러를 수리하고 난 후 전기 차단 부분까지 말하면 임대인이랑 다툴 거 같아 참았다. 그 이유는 이 집에서 오래 살 생각은 없었다. 올해 5월 전에 이사를 가려고 계획을 세웠으니깐. 


근데 지금 이른 이사를 할 수 없게 되었다. 계약 만기까지 살려고 보니 전기가 자주 내려가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이걸 임대인에게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생각하던 차 임대인이 집을 내놓았다는 중개인 말에 한참을 고민했다. 때마침 내 마음을 읽었는지 중개인은 나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었다. 수리할 부분 있으면 지금 수리해야 한다는 문자.


두꺼비 집이 자주 내려간다는 말에 매수인과 매도인에게 말하겠다고 했다. 계약하는 날 중개인의 문자는 처참했다. 두꺼비 집 내려가는 걸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다고. 현재는 고칠 의사가 없다는 말이었다. 문자를 받고 곰곰이 생각했다. 이건 큰 문제인 거 같아 여기저기 알아보니 누전이 되어 두꺼비 집이 내려가는 확률이 높다는 거였다. 


전기 누전이 자주 된다면 불이 날 수 있겠다는 생각까지 미치자 이대로 내버려 두면 안 되었다. 누전이 된 걸 알 수 있는 방법을 몰라 SNS 사연을 쓰고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친절하신 몇 분의 조언으로 해결방법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중개인에게 연락을 했다.


만약 전기 점검을 해주지 않으면 월세를 입금하지 않겠다는 말과 함께 전기가 누전되어 불이 나면 임대인이 책임을 질 수 있느냐는 말을 전해달라고 했다. 중개인은 중간 입장이라 자신은 한 발 빼는 느낌이 들었다. 당연한 거니깐. 자신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하는 중개인 입장을 모르진 않는다.


구구절절 자신의 입장과 임대인의 입장을 대변하는 뉘앙스의 문자를 보고 나는 궁금한 문장을 되물었다. '중대한 하자 누수, 보일러 고장은 자신이 최대한 수리할 수 았도록 유도를 하지만 누전은 자신이 임대인에게 강요할 수 없다'는 문자에서 '그럼 누전은 중대한 일이 아닌가요? 누전되면 불이 나는 건데 그게 중대한 일이 아니라고 하면 어디에 그런 법이 있는지 알려주세요'라고 답을 보냈다.


한참 시간을 두고 중개인 문자가 다시 왔다. 일단 내가 점검을 해보고 어디가 문제인지 알려주면 월요일 임대인에게 연락하겠다고. 이처럼 세입자가 아무것도 모르고 있으면 불이익을 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임대인으로 있을 당시 임차인이 집에 관한 문제를 모두 들어주었다. 그 집은 내 집이니깐. 임차인은 우리 집을 빌려 쓰는 대신 매월 월세를 주고 있으니 당연히 수리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임차인으로 살아보니 나 같은 임대인이 없었다. 임차인 말을 다 들어주고 임차인 원하는 대로 수리한 임대인은 드물었던 것이다. 내가 임차인으로 살아가는 삶은 늘 임대인과 기분 좋은 말을 오고 가는 사이가 아니었다. 그리고 임차인으로 살다 보니 너무 오래된 집에서 임차인으로 살지 않겠다는 다짐과 먼 훗날 내가 다시 임대인이 되면 임차인 입장에서 최대한 의견을 들어주어야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도대체 임대인의 책임은 어디까지인지 법으로 정해져 있다면 정말 알고 싶다. 누구든 임대인이 될 수 있고 임차인이 될 수 있는 입장이다. 그런데 임차인으로 살아간다고 무시하는 임대인은 지식이 없는 사람임이 분명하다. 지식 없는 임대인이 되지 않기 위해선 공부가 필수다. 


친정엄마는 "월세를 받으면서 어째 집수리를 안 해주려고 그러는지, 그 사람 인성이 보인다"라고 말했다. 다음 주 두꺼비 집이 내려가는 이유, 전기가 차단되는 이유를 알아내려면 임대인과 열심히 의견을 주고받아야 한다. 부지런히 검색하여 임차인 책임, 임대인 책임을 꼼꼼히 알아봐야겠다. 30년 된 집을 매수하는 임대인. 제발 집수리는 기본이라는 걸 기본 상식으로 알고 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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