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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돈의 노예가 되었다

나는 이혼 후 더 근사해졌다

by 치유빛 사빈 작가


책에 대한 썰을 풀거나

책에 대한 줄거리를 쓰다 보면

헷갈릴 때가 많아요.


사실 책 한 권 내는 데 몇 년의 시간이 걸리는데요.

유명한 작가들은 순식간에 책을 출간하지만

인지도가 낮은 초보 작가들은 책을 내는

몇 년이 걸려요.


요즘 경제가 어렵잖아요.

이럴 때 책을 보는 사람은 극소수인 데다

자기 계발서를 더 많이 보지

에세이는 정말 마니아층이 아니면

잘 안 보는 듯해요.


책을 꾸준히 보시는 독자라면

이 책 저책 가리지 않고 읽기는 해요.

저처럼요.


가장 힘든 시기에 나온 책일수록

그 값어치는 한다고 봐요.


그리고 현재 방송에서 방영 중인 '신성한 이혼' 드라마와

맞물려서 그 호응도가 높아요.


이혼을 하게 되는 가정은 다양한 이유가 있고

일이 있어요. 부부 사이에 일어난 일은

부부인 당사자만 알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혼하기까지 과정을 그린 책이라서

그리고 이혼 후 아이와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책이라서 더 호기심이 간다고 합니다.

멋지다 단어보다 근사하다 단어가 가슴 깊이

담긴다는 분도 있고요.


힘든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며 겪으면서 이 세상을

살아낸 것에 대한 위로도 들어요.


살아가는 건 별거 없는데요. 그렇다고 거기에

희로애락이 없는 건 아니에요.

사람 생김새가 다 다르듯

이혼의 생김새도 달라요.


편파적인 생각보다 모녀가 이 세상을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초점을 맞추면 수월하게 읽힐 거예요.



그럼 저의 20대는 어떤 모습으로 하고 있는지 볼까요?




나는 이혼 후 더 근사해졌다



저는 가정이 불안정해서 자존감이 참 낮았어요.

그리고 엄마조차 자존감이 낮았기에

엄마 대신 외삼촌이 저를 공부해 줬어요.

엄마 자신은 모른다며 외삼촌을 불러

공부를 하라고 했는데 외삼촌 역시

자존감이 낮은지 저를 무시하고

또 무시하며 공부 못한다고 못을 박았죠.

학교 가야 할 일이 있으면 외삼촌을 불러

자매 학교로 보냈어요.

엄마 자신은 자식 학교 가는 것조차

싫어했어요. 학교를 가게 되면

촌지부터 찾는 선생님이 부담스러웠고

선생님과 상담을 정말 꺼려하셨죠.

자매의 앞날을 삼촌이 결정짓게 했던 엄마는

아직도 그 길이 맞는다고 생각하세요.

자존감 낮은 집에서 살다 보면

나의 의사와 의지보다

남의 말에 의존하고 따라 하는

성향이 깊어요.

저 역시 그랬어요.

무의식 중에 '나는 공부를 못해' '나는 할 줄 아는 것이 없어'

'다들 나를 싫어하니깐 어른들 말에 고분고분 따라만 하자.

미움을 덜 받는 자세가 바로 어른들 말이야'라고 주입시켰어요.

결국 10대 아버지 곁이 힘들어 탈출하듯 나오면서

외갓집 식구들은 늘 제 귀에 대고 말했어요.

"너희 엄마는 너희들을 위해 고생하니깐 나중에

커서 엄마한테 잘해"라고요.

주눅이 든 채 살면서 외갓집 식구들의 주입식

말들이 어느새 내 삶의 일부분이 되었어요.

19살, 상업고등학교에서는 취업반과 진학반이 있습니다.

당연히 저는 취업반이었고 취업하기를 학수고대했죠.

엄마가 저만 바라보고 있었으니깐요.

엄마는 이혼하면서 재산 분할을 하지 못한 채

여자몸으로 포장마차를 하며 자매를 키웠고

제가 모르는 사실은 아니니 열심히 돈의 노예가

되리라 다짐합니다.






나는 이혼 후 더 근사해졌다




졸업하고 직장 생활하는 동안 이직이라고는 세 번이 전부였어요.

쉽게 이직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기에.

동생들과 엄마 관심이 온통

저에게 달려 있었습니다.

월급이 많은 곳을 찾다 보니

내가 원하는 회사를 찾는데 세 번 이직은

필수였습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회사를 찾는

형식이 아니라 기존 회사를 다니면서

새로운 회사를 찾았는데요.

이때 귀인이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내 곁에 있던 사람 중에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과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 적절하게 융합하며 사회생활을

했던 거 같아요.

마지막 회사라고 생각하고 입사한 회사는

내가 원하는 회사였지만 쉬운 길은 아니었어요.




나는 이혼 후 더 근사해졌다



마지막 회사라고 생각한 회사에서

'왕따'를 당했습니다.

이유 모를 왕따였죠.

여자가 많은 회사는 그야말로 몸과 마음이 고생이 심했고

고되었어요. 여자 직원이 많고 남자 직원이

많으면 중소기업이니 월급도 높겠다고 말하는데 말이 쉽지.

여직원 8명, 각기 다른 파트에서 일하면서도

서로를 으르렁대며 지내는 회사가 쉽지만은 않았어요.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약해서 감기는 기본이었고

변비는 일상이었습니다.

워낙에 신경이 예민해서 위장 장애나 변비는 일상이었죠.

근데 고되고 힘든 회사에 입사하면서

몸 상태는 점점 악회 되고 있었습니다.

장염이 분기별로 했으니 말이죠.

아마 이때 몸의 신호였을 거라고 저는 생각해요.

'몸 아프니깐 어서 보살펴줘'라는 몸의 반응




나는 이혼 후 더 근사해졌다



그렇게 몸의 반응을 무시한 채로

몸을 돌보지 못하고 돈의 노예가 되었죠.

걸핏하면 노름에 외도를 일삼는 새아버지를

믿을 수 없었던 엄마는 맏이 월급만 눈이

빠지도록 기다렸습니다.

그때 엄마는 왜 일을 안 했는지 모르겠어요.

다섯 식구 중에 돈 번 사람은 맏이인 저 혼자

였습니다.

그 이유는 엄마만 알겠죠. 혼자 속으로

끙끙 앓은 엄마는 집안 사정을 말하지 않았죠.

저는 저대로 내 입장에서만 생각했어요.

엄마가 자매를 데려왔으니 내가 집안을

돕는 건 당연한 일이었지만 직장 생활

10년이 되니 저도 지쳤어요.

용돈을 받으며 10년 동안 사회생활하기란

정말 어려웠습니다.

이젠 내가 번 돈 내가 모으고 쓰고 싶었어요.

그러나 방법이 없었습니다.

딱 하나 이 집을 나가는 거 말고는 없었어요.

저에게만 기대는 엄마가 점점 힘겨웠습니다.

10년 벌어다 준 돈으로 엄마에게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버거운 엄마 곁을 떠나 결혼을 합니다.




나는 이혼 후 더 근사해졌다




하지 말아야 할 결혼을 하면서 신혼 생활 3개월 만에 아프기 시작합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가설이 있지만,

저는 힘겹고 버거운 짐을 내려놓으면서 긴장감을

놓아서 아픔이 찾아왔다고 생각했어요.

근데요. 이미 몸은 병들어 있었어요.

제가 제 몸 신호를 무시하며 살다

혼자가 되면서 아픈 몸이 수면 위로 올라온 거죠.

이유 없는 아픔이 시작됩니다.


나는 이혼 후 더 근사해졌다



6개월간의 병마와 싸우면서 죽고 싶다고 생각이 들 때쯤

우주의 메시지를 받습니다.

썩은 동아줄이어도 괜찮으니 다시 살아내야만 한다고

우주가 말했습니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서 10년, 20년 된 아픔을 잊어버리기

마련이죠. 그러나 저는 아직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이유가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리고 글을 썼어요.

글을 써야만 기억 저편에 묻을 수 있을 거 같았으니깐요.



나는 이혼 후 더 근사해졌다



엄마가 했던 것처럼 나와 함께 하는 이들에게

헌신하고 봉사하면 사랑이 저절로 오는 줄 알았어요.

하지만 아니었어요.

아프고 나면 깨닫습니다.

아프기 전에 깨달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크게 아프고 다쳐야 우주의 메시지를

깨닫는 저는 미련하기 그지없지요.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은 오직 저여야 하는데

저는 저 나름대로 상대만 헌신하고 배려하면

상대의 사랑이 오는 줄 알았던 것입니다.

엄마가 했던 것처럼요.



나는 이혼 후 더 근사해졌다



20대, 혼자가 되어서야 생과 사 앞에서

제대로 된 저를 보게 됩니다.

그러나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지요.

더군다나 그때는 책을 읽지 않은 나라서

변하려고 혼자 노력했지만 제자리

걸음이었습니다.

더는 아프고 싶지 않아서 나부터 변하면

주위 사람들이 변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만 할 뿐. 내 감정, 내 생각, 내 고정관념,

나의 정체성은 그대로였기에 변할 수 없었습니다.

나는 이혼 후 더 근사해졌다




이 모든 내용이 책에 담겼는데요.

약간은 무겁고

약간은 무서울 수 있어요.


하지만, 이 부분을 빼고서는

말이 되지 않아서 넣었습니다.


어떤 경험을 하고 여기까지

왔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한 여자의 인생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인생으로 본다면

꽤 괜찮은 스토리이자 책입니다.


20대는 결혼과 동시에 병마와

싸우며 이겨낸 힘을 보여줍니다.


만약 내가 지금 20대라면 과거의

20대처럼 살지 않겠죠.


하지만 상황이 어쩔 수 없으면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가지 못할 거예요.


다시 20대로 돌아간다면 나와 맞지

않은 숫자 놀이의 직장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글과 함께 하지 않았을까

생각하면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아요.


결국 글과 함께 중년을 보내고 있으니

꽤 괜찮은 삶이 아닌가요?


상상하면 이루어지는 마법.

생생하게 꿈을 상상하면 이루어지는 마법을

직접 경험했습니다.


이미 30대 스토리가 오픈했기에

20대 내용에 흥미 없을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매번 다른 불행으로 고된

인생을 살았으니 이 부분도 재미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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