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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May 04. 2023

한부모 가정도 행복해요

엄마 에세이

다시 돌아온 싱글은 꽤 큰 의미가 있다. 두 번, 돌아온 싱글을 맛보면서 이 세상에는 다양한 일과 별의별 일이 일어나는 공간이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온전한 내가 되었을 때 일어나는 일은 무수히 많다.


타인을 따라 맞추다 보면 어느새 '나'라는 자신은 사라지고 '너'라는 자신만 남아서 그의 행동반경에서 움직이는 걸 확인하게 된다. 먼저 하늘로 간 동생의 인생을 살펴보면 동생은 10년여 전 아프기 시작할 때부터 온전한 자신을 느끼기 위해 다양한 경험과 체험을 하고 있었다.


원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거침없이 하는 걸 보면서 나의 내면은 아주 시끄러웠다. 아마 내가 못하는 걸 그 아이가 하고 있다는 사실에 질투와 부러움이 나를 자극했다. 재혼하지 말 것을 왜 했을까?라는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그 아이는 나에게 자극제와 같았다.


지금은 내면을 시끄럽게 하는 원인인 나를 달래며 못다 한 꿈, 목표, 성취를 느껴 보려고 한다.

동생은 일찍 감치 인도 한 달 살기를 했다. 동생이 그리워 카카오 스토리를 보는데 그 아이가 혼자서 인도 여행을 한 스토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때 나는 재혼한 상태였고 늦둥이를 임신한 채 살아가고 있을 무렵 동생은 어린 조카와 제부를 한국에 두고 홀로 인도 여행을 한 것이다. 나는 재혼만이 내 길이라 여겼다면 동생은 자신이 가고 싶은 길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게 참 부러웠다. 뭐든 하고자 하면 저지르고 보는 그 성격이 나에게는 없다. (아주 열심히 생각하고 고민하는 나 - 결국 못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포기하고 마는 나를 용서하지 못한 내면 소리)


동생을 보며 나도 하고 싶은 것을 미루지 말고 일단 해보자로 결심할 때가 얼마 되지 않았다. 정말 혼자가 되고서야 한걸음 한걸음 걸으며 세상을 느끼고 세상을 배우며 세상에 다양한 것들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동생이 살아생전 걸어왔던 발자취를 느끼며 나는 나만의 방식대로 세상을 즐겨본다. 아마도 새로운 삶이 나를 기다리지 않을까 기대를 한다.


지금은 초딩 학부모로 살아가는 삶 자체가 또 색다르다. 저학년이라서 아직 엄마 손길이 필요한 아이와 함께 등교를 하고 하교를 하는 재미. 지금 아니고서야 언제 또 이런 재미를 느낄 수 있을지 모르기에 지금 이 순간

감사하게 생각하며 함께 버스를 타고 등교를 하고 아이를 교문에 바래다준 후 나는 다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쉽지 않은 이 길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


집에서 나가지 않은 나를 아침 공기를 쐬게 하기 위함이다. 아침 출근길이 징그러웠던 20대, 먼 거리에 위치한 고등학교를 선택한 10대 때 만원 버스에 트라우마가 있었다. 그리고 가족을 원망했고 나를 원망했다.


'공부를 못하니 먼 곳 학교에 다니지!'라든가 '회사는 왜 이사를 가서 장거리 출근하게 만드는지 모르겠어'라는 불평불만이 곁에 있었다. 이러다 이내 '공부를 못해서가 아니라 내가 선택한 학교잖아. 엄마 그리고 동생들과 잠시 떨어지고 싶어 선택한 거니깐 불평불만을 하지 말자' '회사가 더 좋아졌다는 방증이야. 더 쾌적하고 더 넓은 곳에서 내가 일할 수 있다는 건 감사해야 해. 넌 경리부서 책임자야.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너의 그 인내심이 한 몫했어. 그러니 너 자신을 비난하거나 괴롭히지 마. 넌 누가 뭐라 해도 근사하고 멋져'라고 마음속으로 되뇌었던 세월이 있었다.


지금도 그때와 마찬가지로 불평불만이나 남 탓을 하는 나를 보며 '너 또 탓을 하고 있구나. 뭐가 불만인 거야. 네가 바라는 대로 잘 되고 있는데' 나와 대화를 이어간다. 그러나 아이에게도 탓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걸 고치려고 노력하다 이내 또 말로 내뱉고 만다. 내가 탓을 하니 아이 역시 엄마 따라 탓을 한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다' 말을 명심하고 명심하며 말 조심 하고 있다.


혼자서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의미는 책임감도 몇 배로 무겁다. 함께 의논하며 해결 방법을 찾던 것들 모조리 혼자서 해결해야 하고 알아봐야 한다. 그리고 의지할 곳 없이 온전히 이겨내야 할 일이 산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내가 가장 빛나고 아름답다.


'이혼' 좋은 말로 요즘 '돌싱'이라고들 말하지만 나는 그냥 '한부모 가정입니다'라고 말할 때가 더 많다. 있는 사실 그대로 숨길 필요가 없는 일상 속 이야기일 뿐이라고 말한다. 내가 당당해야 아이도 당당하게 세상과 맞서 싸울 수 있으니깐. 다시 돌아온 싱글은 나 혼자가 아닌 아이와 함께라서 삶은 더 유익하고 값지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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