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빈 작가 Nov 02. 2023

2023년 가을, 2020년 가을 달라도 너무 다른 삶

일상에 색을 더하다

며칠 전 걸렸던 편도선 염으로 인해 병원을 찾았던 사진이에요. 웬만하면 병원 가지 않고 자연치료하려고 하다 온몸이 쑤시고 아파서 집 앞에 있는 작은 종합병원을 찾았어요. 



한 해 한 해 나이가 들 때마다 종합 병원이 집 근처에 있다는 것이 위안이 되고 안심이 되는 거예요. 종합 병원이라기보단 내과, 소아과, 재활 치료과만 있는 병원이거든요.


아이가 아프면 걸어서 다닐 수 있고 내가 아프도 부담이 들지 않은 위치에 내과와 소아과가 함께 있어 안심이 되지요.


대기인원도 그다지 많지 않고 사람들이 붐비지 않는 장점이 있어요. 그렇다고 돌파리 병원은 아니고요. 곳곳에 소형 종합 병원이 많다 보니 사람들이 분산된 거 같아요. 자신에게 맞는 병원을 찾아서 다니겠죠.


금방 진료 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 중 가장 큰 장점이에요. 여기 내과는 기관지에 잘 듣는 약을 처방하고 주사도 처방해 주는 곳이라 엄마와 저는 여기만 다니게 되었어요.


동네에서 나와 맞는 병원 찾기란 참 쉽지 않지요. 저도 의원보다 병원이라고 적힌 곳에서 진료 보는 게 더 나아요. 


4월에 동생을 보내고 5월에 지독한 몸살을 앓은 엄마는 폐결핵 환자처럼 기침을 했어요. 이병원 저 병원 다녔지만 기침이 떨어지지 않았죠. 그러다 지금 제가 다니는 병원 내과에서 처방해 주는 주사와 약을 먹으면 기침이 떨어진다는 소문에 엄마에게 권했어요.


밤에는 더 심한 기침이잖아요. 엄마도 저를 이기지 못하고 제가 권한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링거주사와 약을 먹은 후 점차 기침이 잦아들었다며 이젠 내과는 여기라고 말했어요.


편도선 염으로 온몸이 쑤시는 몸살기와 콧물은 기본 어지럽기까지 한 며칠이었어요. 삼일 치 약을 받고 엉덩이 주사를 두 대 맞고 나니 더는 병원을 찾지 않게 되었어요.



병원


완전히 깨끗하게 편도선 염이 나은 건 아니에요. 목은 아프지 않다는 거죠. 가래와 콧물은 여전하지만, 내가 갖고 있는 면역력으로 치유해 보기로 했어요.


독한 약을 많이 먹으니 복통이 생겨서 제 몸을 지켜보는 중이랍니다.




코스모스

딸을 학원 차에 태워 학교로 보내고 집으로 가려는데 아파트 단지에서 홀로 핀 코스모스가 눈에 들어왔어요. 그냥 지나칠 그런 곳인데 그날따라 코스모스에 눈을 떼지 못했어요.


'나 좀 봐줘' 말을 걸었죠. 잠시 코스모스를 구경했어요.


홀로 피었지만 자신의 아름다움을 원 없이 뽐내고 있는 꽃을 보고 있노라니 제 마음이 포근해졌어요.


다른 사람들이 아름답다, 이쁘다 말하지 않아도 자신이 가진 가장 이쁜 모습을 뽐내는 꽃처럼 저도 제가 뿜어낼 수 있는 아름다움을 마음껏 뽐내려고 해요.


과장이 아닌 꾸밈이 없는 순수 그 자체인 저를 사랑하고 아름답게 바라봐 주기로 했죠. 지금도 그러고 있고요.





10월 가을 어느 오후.

나라는 사람 그대로 뽐내며 가을을 느끼고 있어요.


코스모스를 본 후 딸 학원 근처에서 잠시 딸을 기다리며 찍었던 셀카예요. 




이래 보아도 나고 저래 보아도 나이기에 어느 각도에서 찍어도 한 아이의 엄마이자 여자였어요. 수수한 나, 자연 그대로 내가 이제는 사랑스러워요.


한 해 한 해 달라지는 내 모습을 시간 날 때마다 기록하기로 했어요. 가을의 여자는 아니지만 나름 가을처럼 입고 딸을 기다리다 결국 집으로 향했던 날이에요.




서랍장

아파트 복도에 방치한 수납장을 드디어 정리했어요. 3년 동안 방치된 플라스틱 수납장을 혼자 정리하려니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3년 동안 이 물건을 어떻게 처분해야 하나 고민하다 여름에 거센 바람으로 뒤쪽 면이 부서져 가을이 오기만을 기다렸어요. 더운 날 혼자서 수납장을 처리하기란 역부족이었거든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조여진 나사를 풀고 망치로 문짝을 떼고 선반을 때니 마음에 묵혀 둔 문제가 해결되는 느낌이었어요.


이틀 동안 분해하고 또 분해하다 여자 힘으로 안 되는 건 망치 힘을 빌러 부셨죠. 75리터 종량제 봉투 3장이 필요했던 수납장은 나와 8년 동안 동고동락했어요.


큰 평형대에서 작은 평형대로 이사하면서 마땅히 놔둘 곳이 없어 복도에 두었던 수납장은 결국 버리게 되었어요.


이젠 집 앞 복도는 깔끔하게 정리되었어요. 하나 둘 나와 오래 지낸 살림들이 정리되는 걸 보면서 사람도 오래 쓰다 보면 고장 나는 건 당연해서 당연하게 방치하면 안 돼요. 


고장 나기 전 내 몸을 들여다보고 아프면 병원을 찾고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면서 지내야겠죠.


천안에서 내려온 지 3년이 되니 살림살이들이 조금씩 부식이 되네요. 영원히 갈 수 없는 건 물건이든 사람이든 같은 이치를 가지고 있어요.


이젠 무엇을 정리하고 버려야 하나 창고를 들여다보며 생각에 잠겨요.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소중하고 감사하게 여겨야 해요.


내가 갖고 싶은 물건을 처음 샀을 때만큼 그 물건에 대해 애착이 사라져요. 무엇이든 말이죠. 하찮게 여기던 물건이 고장 나거나 부서지면 얼마나 후회하고 아깝겠어요. 


저는 그렇거든요. 처음에 산 물건은 애지 중지하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 물건의 가치는 처음만큼 충만하지 않지요. 충만하지 않지만 없으면 얼마나 불편할까요? 비용도 만만치 않고요.


비용이 들지 않게 소중히 사용할 걸 함부로 사용했다는 걸 그 물건이 고장 나면 후회해요. '후회하는 일을 만들지 말자' 물건을 잃고 사람을 잃고 나서 알게 되는 진리입니다.


나에게 소중하지 않은 것은 내 곁에 오래 머물지 않아요. 


건강하다고 자만하지 말고 다른 이보다 물건이 많다고 으씨대지 말고 돈이 많다고 자랑하지 말아야 해요.


이것들은 언젠간 사라지죠. 아참 건강은 내가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나머지는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것이지요. 


사람이든, 돈이든, 건강이든 자만하지 말고 곁에 있는 모든 것들을 소중히 여겨요.


오늘은 막바지 따사로움인 거 같아요. 낮 기온이 23도이거든요. 일조량을 많이 받은 나뭇잎은 화사하게 단풍이 들어요.


여기는 아직 알록달록한 단풍은 아니지만 이 따사로움이 지나면 붉게 단풍이 들 거 같아요. 이번 가을도 기대가 되네요.


2020년 가을이 가장 아름다웠어요. 홀로서기를 위해 고군분투한 가을은 저와 아이를 위로해 주는 거 같아서 눈물이 났어요. 아는 이 없는 곳에서 24시간이 부족했던 그해 가을은 저와 아이를 따사롭게 안아주고 다독여줬어요. 


혼자가 아니라고 여기에 가을 햇살도 있고 단풍도 있고 가을바람도 있다고 응원을 보내줘서 여기까지 무사히 온 거 같아요.


2020년 가을. 영원히 잊지 못할 거 같아요. 그래서 그런가요. 유독 가을이 되면 차분해지고 마음이 아파서 잠을 이루지 못해요.


다 잘 될 거고 이 또한 지나간다고 위로하지만 마음은 아닌가 봐요. 이 마음을 알아야 해요. 왜 우울한지. 그저 가을이라서 우울한 건지 알아야 나를 둘러싸고 있는 부정적인 에너지가 오래 머물지 못하도록 할 테니까요.


어려운 일도 지나갔고 모든 것이 잘 될 거라고 믿었는데 아직은 아닌 거 같아요. 지치고 버거운 건 어쩔 수 없나 봐요. 몸이 먼저 반응하니 말이죠. 11월 늦 가울을 보내며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에게 속삭입니다.


오늘도 여기에 와줘서 고마워! 그리고 감사해. 

추억을 잊지 않게 해 줘서 다시 살아갈 힘을 줘서 고맙고 또 고마워. 

매거진의 이전글 김은지 편집자가 편집한 감정 브이로그 사빈 작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