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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Nov 04. 2023

글 근육은 내 일상을 변화시키는 거

글작업

틈틈이 빈 시간에는 뭐 하세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어지럽게 놓인 서랍장을 정리하고 얼룩진 옷을 삶아요. 그러다 넋 놓고 멍하니 있다 보면 따사로운 햇살이 강한 오후가 되어버려요. 곧 딸이 환한 얼굴로 저를 맞이해 줄 시간이 와요.

학교에서 여니 1학년 가을 체험 학습을 마치고 학교로 출발했다는 메시지를 받고 밖을 봤어요. 

끼니를 거르지 않기 위해 샐러드와 소시지 그리고 베이컨 요거트와 블루베리로 점심을 간단하게 먹었어요.

사실 저는 한식보다 양식을 준비하는 일이 더 버거워요. 한식은 찌개나 밑반찬 몇 가지면 밥 한 그릇 먹잖아요. 근데 양식은 베이컨 구워야 하고 식빵 구워야 하며 소시지를 삶아야 해요.



요거트를 이쁜 그릇에 담고 블루베리 씻어서 요거트 그릇에 담아요. 어찌 보면 양식 준비가 덜 버거운데 저는 이처럼 버겁다고 느껴요.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해요. 늘 하던 주식이 한식이니깐 간단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미 몸에 습관이 되어 싱크대가 한식 조리가 편리하게끔 정리해놔서 그래요.

만약 주식이 양식이라면 싱크대 위에 토스트기 그리고 샐러드를 간편하게 씻을 수 있게 조리대가 놓여 있을 거예요. 어쩌다 먹는 양식 상차림은 어쩌다 조리하기에 일이 많다고 느껴요.

글도 마찬가지죠. 하지 않던 하루 일과를 일상에 끼워 넣으려면 그동안 해왔던 일상을 정리해야 해요. 조리대처럼 말이죠.

어떤 사람은 마음만 먹음 끝까지 일을 하는 편인데 시작하기가 힘들다고 해요. 아마 그 이유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가 버겁거나 무섭기 때문일 거예요. 

몸이 피곤하고 쉬어라고 몸이 말하는데도 노트북을 켜고 딸을 기다리며 글을 쓰는 저는 이미 몸에 습관이 되었고 일상에 스며들었기에 1분이라도 글을 쓸 수 있어요. 

글 근육을 내 거로 만들려면 기본 일상에 끼워 넣어야 해요. 긴 시간을 빼면 다음날은 하기 싫어져 귀차니즘이 찾아와요. 작심삼일이라도 해보려면 내 시간 1분에서 2분을 먼저 내는 거죠.

나만 보는 글은 일기지만 공개 글은 내가 작가가 되는 거예요. 작가라는 명함을 가지게 되면 하루에 한 줄이라도 쓰게 됩니다.

내 안에 숨겨둔 그 이야기를 꺼내어 문장을 만들어요. 시작이 어렵지 하면 끝까지 그리고 열심히 한다는 모 연예인 말에 씩 웃었어요. 그 시작은 자신의 루틴을 깨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가득했기 때문이죠. 그 루틴을 깨는 일은 보기보다 황홀하고 성취감이 꽤 커요. 저는 일단 시작은 해요. 그리고 끝까지 해요.

나에게 가능한 일인지 끝까지 갈 수 있는 일인지 예측을 하고 덤벼요. 그럼 백발 백중 적중하고 내가 지켜오던 일상에 슬며시 스며들어요. 스며 든 그 일상은 나를 위대하게 대해요.

저는 그동안 해보지 못한 일상을 매일 한 가지 하는데요. 어떨 때는 연예인처럼 이쁘게 메이크업을 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레스토랑에 온 손님처럼 저를 대접해요.

이 일상을 삶에 끼워 넣기까지 부정과 무던히 부딪혀야 했어요. 하루 종일 집에만 있다 보면 나가는 것이 싫어져요. 꾸물대다 어쩔 수 없이 밖을 나가면 그렇게 좋을 수 없어요. 

글을 쓰는 일을 밖을 나가야 하는데 집이 좋고 편안해서 나가기 싫어서 미적대는 거라고 생각해 봐요.

결국 해보면 별거 아니거든요. 글을 쓰면 내가 매우 매혹적으로 느껴지고 자랑스러워요.

이마에 '난 작가요. 글을 쓰는 사람이오'라고 적혀있지 않지만 내 마음이 뿌듯해서 얼굴에 표가 나요. 사물을 바라보더라도 다른 사람 대화를 듣더라도 자신만의 생각을 덧 입혀 글을 쓰면 작가가 되는 거예요.

거기에 창작을 더하면 소설가가 되겠지요. 오늘 주어진 24시간 놓치고 있는 것이 있는지 확인하고 기억에 남는 걸 글로 표현해 보세요. 

내가 꽤 멋지게 느껴집니다. 오늘부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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