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여행
언제였는가? 아주 까마득한 날이라고 말하기가 웃기지만 21년 11월 30일 날 코로나 거리 두기가 완화되면서 여행을 시작했어요.
집에만 있던 엄마와 딸.
엄마는 코로나인데도 장사를 했지요. 그런 엄마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딸과 동행하기를 바랐죠.
저희 집에 위치한 버스 정류소에서 기다리던 엄마 얼굴이 선한데요. 혹여 놔두고 갈까 봐 일찍 감치 딸과 손녀를 기다렸던 엄마였어요. 사실 여행 계획 당시 딸과 둘이 여행하려고 했거든요. 딸과 둘이 여행하지 않았던 거예요. 둘만 가자 했는데 엄마가 합류하게 되었어요.
버스를 타고 하단으로 가야 2000번 장목면으로 들어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거든요. 시골 가는데 자동차가 아닌 대중교통으로 이용하는 건 정말 떨리고 두려웠어요.
하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싶어 시작한 뚜벅이 여행이었어요.
2000번을 타고 한화 리조트인 벨버디아와 가까운 정류소에 내렸는데 세상에 헐헐 벌판에 아무것도 없는 정말 시골이었어요.
택시가 잘 다니는 곳이라면 좋았을 텐데 택시도 보이지 않았고 비는 부슬부슬 내렸어요. 엄마는 시골 풍경이 물씬 풍기는 거제도를 바라보며 "어째 아무도 안 다니냐" 큰일 난 것처럼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어요.
거제도 버스 정류소에 있던 버스 시간표를 찍어두면 먼 훗날 도움이 될 거 같았죠. 아직 가보지 못한 벨버디아 리조트이지만요. '언젠가는' 단어가 꽂힌 날이었어요.
기회가 되면 또 도전하고픈 곳이었죠. 고즈넉한 곳이면서도 럭셔리한 리조트라서 조용히 있고 싶은 분은 강력 추천해요.
2000번 버스를 하단에서 타고 내린 거제도 장목면에 내리니 비가 내려서 바닥은 축축했어요. 사람이라던가 차는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아 난감했어요.
초겨울이라 비까지 오니 쌀쌀했거든요. 엄마와 딸이 아프면 안 되잖아요. 저 또한 아프면 안 되니 무슨 차라도 지나가기를 바라며 기다렸죠.
그때였어요. 빈 택시 한 대가 우리가 서있는 곳에 세웠고 물었어요.
"어디 가세요?"라고요.
"혹시 벨버디아 리조트 갈 수 있나요?"라고 물은 나에게 타라고 하더라고요. 퍼붓는 비가 아니라 보슬보슬 내리는 비라서 천만다행이었고 타라고 하는 기사 아저씨 말이 떨어지자마자 엄마와 나 그리고 딸은 안심하며 택시에 올랐어요.
택시 기사님이 말하기를.
"여기는 빈 택시가 없어요. 내가 잠시 동네 한 바퀴 돌다 시내로 나가려고 했는데 이렇게 손님을 만나게 되었어요. 차 없이 어떻게 리조트를 가려고 했어요."라고 묻더군요.
"그냥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가보려고 했죠. 하단에서 2000번 버스를 타고 장목면에서 내려서 택시를 타고 가려고 아주 가볍게 생각했는데 세상에나 택시가 없어서 놀랐어요. 아저씨를 못 만났다면 리조트를 어떻게 갈지 난감했을 거 같아요."
"이것도 운이 따라 준거예요. 나를 못 만났다면 한참을 여기서 기다려야 했을 거예요. 카카오 택시를 불러도 아마 안 잡혔을 거예요." 사실 리조트 쪽으로 지나가는 시내버스를 기다리려고 했거든요.
택시 기사님의 말에 세 모녀는 안도를 하며 편안하게 리조트에 도착하게 되었죠. 약간의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게 여행의 묘미라고 생각하고 기분 좋게 리조트 안으로 들어갔죠.
체크인을 하면서 리조트 안을 구경했어요. 로비에서 찍은 거제도 바다를 보니 답답하던 가슴이 뻥 뚫렸어요.
약간 흐린 바다.
엄마는 로비 창문 밖의 풍경에 눈을 떼지 못했어요.
엄마도 갑갑한 생활에서 벗어나 힐링하는 모습에 함께 오기를 잘했다 싶었어요. 효도가 별거인가요? 함께 하면 효도이지요.
혼자서 체크인을 하면서 어디에 뭐가 있는지 눈으로 스킨 했어요. 딸을 위한 것이지요. 엄마는 아침을 거르고 왔을 거라는 걸 짐작하고 있었고요.
저녁은 리조트 안 식당을 이용하면 되는 거고 리조트 안에 있는 모든 시설을 이용해서 하루를 원 없이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지내자고 엄마한테 일러두었어요.
객실에 들어서는 순간 엄마와 여니는 "우와! 너무 멋지다"라는 함성 소리가 들렸고 저는 영상 찍기 바빴어요. 열심히 영상을 제작해서 유튜브에 업로드하자는 결심이 그때 그 시절에 세운 계획이었거든요.
벨버디아에 간 날짜가 11월 30일이었어요. 그다음 날이 여니 생일이었는데 소소한 이벤트를 해주고 싶었어요.
여니는 침대에서 자고 싶다고 했어요. 허리 아픈 엄마한테 양보하려 했는데 엄마는 자신의 집에 침대가 있으니 너희들 자라고 하더군요. 여니는 방방 뛰며 침대에서 열심히 뛰었어요.
트윈 침대와 작은방 하나가 더 있었고 거실은 아주 넓었어요.
"이렇게 넓었다면 다른 사람도 함께 왔으면 좋았을걸. 이렇게 넓은지 상상하지 못했거든."
엄마는 약간 아쉬움이 남았던 거 같아요. 하지만 오늘 하루는 넓게 사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어요.
일단, 키즈카페에서 놀고 싶다는 딸을 데리고 로비에서 지하로 내려가야 했어요. 이때 엄마는 아침을 먹지 않아 속이 불편하다고 하더라고요.
편의점 가서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김밥과 생수를 사드리고 객실로 올라가라고 했어요. 키즈카페 시간이 끝나면 전화하겠다고 말해줬어요.
여니는 저보다 용감한 아이예요. 무서운 것도 도전하겠다던 기세 등등 한 딸은 무서운 기구를 타면서 울고 있었어요. 아주 큰 소리로.
안내원에게 아이가 무서워하며 운다고 내려달라고 말했죠. 그때 안내원이 알겠다며 아이를 내려줬어요. 위 사진처럼 위풍당당하던 딸은 울고불고 야단법석일 때 저는 물었어요. 왜 울었냐고요.
끈이 자꾸만 자신을 위로 끌어당겨서 무서웠다고 말하면서 엉엉 울었어요.
그럼 저기 가서 방방이 탈까 말했더니 그러겠다고 하더라고요. 유튜브에 업로드된 영상에는 어떤 기구를 탔는지 정확하게 나와요.
궁금한 분들은 영상 봐주세요.
두 시간이 훌쩍 지나고 객실에 있을 엄마를 불러 벨버디아 리조트 밖으로 나갔어요.
거제도 바다를 바라보며 시설이 뭐가 있는지 구경하고 산책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어요.
나오니 세상에나 오후였고 비가 오던 하늘은 석양을 약간 비추며 지나가고 있었어요. 엄마도 나도 딸도 조용해서 좋다고 말하며 구석구석 구경했는데요.
야외 풀장이 있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폐쇄된 상태였어요. 코로나가 풀리면 야외 수영장은 개장할 거라고 직원이 말해줬어요. 사용 비용은 별도인 건 실화?
엄마는 "나오면 다 돈이지. 근데 한 번쯤 체험해 보는 것도 좋을 거 같아" 엄마나 나는 수영을 못해요. 그래서 수영장을 가지 않아요. 그저 바라보며 자연을 느끼는 걸 가장 좋아해요.
거제도 바다 근처까지 가니 온통 몽돌뿐이었어요. 여니는 신기해하며 자갈에 뭐가 있는지 구경도 하고 매섭게 부는 바람을 직접적으로 피부에 맞으면서도 행복하다 말했어요.
엄마 역시 손녀처럼 좋아했어요. 그저 바라만 봐도 세상을 다 얻은 것 같다고 말하면서 일하지 않고 매일 여행이나 하면서 살고 싶다고 그러더라고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세계 여행은 아니더라도 국내 여행도 멋진 곳이 많잖아요. 곳곳을 누비며 많은 경험을 쌓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는데 엄마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다니 놀랐어요.
석양을 바라보며 "언젠가는 여행만 하면서 지낼 날이 올가야" 믿음을 줬는데요. 언젠가는 내가 원하는 걸 끌어당겨지지 않을까요?
참 아름답죠. 우리나라만큼 아름다운 곳은 없는 거 같아요.
제아무리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유럽이나 미국일지라도 저는 대한민국이 가장 아름답고 마음이 편안해요.
벨버디아 외관 모습인데요. 어때요? 아름답지 않나요? 저 객실이 꽉 찰 정도로 사람이 많았어요. 아마 거리 두기가 완화돼서 그런지 사람들이 붐볐어요.
우리처럼 대중교통을 이용해 온 가족은 없을 거예요. 전부 자차를 이용해 왔을 테니까요.
바다를 실컷 구경하고 리조트 반대 방향을 구경하는데 뽀로로 동산이 보였어요. 뽀로로를 좋아하지 않은 여섯 살 여니는 그냥 기념으로 사진 찍어 달라고 하더군요.
곁에 있던 엄마는 손녀를 더 잘 나오게 하려고 렌즈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저는 "엄마 비켜봐"라고 말하고 말았어요.
손녀만 담으라며 자신은 사진 찍기 싫다고 했어요. 이때 나와 엄마 사진은 없어요. 여니 사진과 영상만 가득해요.
한참을 놀다 보니 어둑어둑해졌어요. 나무 사이로 보이는 석양이 얼마나 가슴 설레게 하던지.
다음에는 2박 하자며 약속했어요.
어두워지는 거제도.
실외 수영장이 보이는 사진을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잊지 말자는 기념으로...
언젠가는 저기서 놀자고 약속한 것을 지켜야겠지요.
로비에 트리가 보였고 객실에서 바라보는 벨버디아 외관 모습과 시시각각 변하는 석양을 보며 저녁은 뭐를 먹을지 엄마와 상의했어요.
사실 여기는 김수영 작가가 말해주지 않았다면 몰랐을 거예요.
김수영 작가 말 한마디에 바로 객실 예약하고 여기서 어떻게 가면 되는지 검색했던 것이 엊그제 같아요.
여행은 몸소 체험하고 느끼는 것이라서 기억에 오래 남아요. 거기다 사진과 영상을 남겨두면 두말할 거 없이 추억이 넘치게 되지요.
조금 더 밤이 깊어지는 거제도.
하늘이 붉어지지 않고 바다가 붉어지는 신기한 풍경을 렌즈에 담았는데요. 자연은 참 신기하면서도 오묘해요. 그래서 살아 있을 때 자연의 아름다움을 가슴과 눈에 담아야 해요.
이때는 동생과 연락하기 전이었으니깐 힘듦이 없었어요.
불과 2년 전 여행이기에.
매운 음식을 좋아하지 않은 딸을 위해 주문한 국밥과 쫄면을 주문했어요.
세 사람이 다 먹지 못하는 음식을 푸짐하게 주문한 이유는 잘 먹어 보자는 엄마 말이 있었거든요.
이건 매콤한 갈비찜인데요. 정말 맛있었어요.
국밥은 여니와 엄마가 나누어 먹으면서 쫄면은 내가 먹을 음식이었어요.
매운 갈비찜은 엄마와 내가 나누어 먹으려고 반찬으로 주문한 거예요.
이날 정말 맛있게 먹었고 배부르게 먹었어요. 아마 다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매운 음식을 좋아하지 않은 모녀는 호호 불며 갈비찜을 먹었어요. 쫄면도 면보다는 야채가 많아서 쉽게 먹을 수 있었어요.
배부르게 먹고 편의점에 잠시 들렀는데요. 겨울 간식거리를 사서 객실로 갔죠.
하루를 거제도 시골에서 보내니 임금님도 부럽지 않았어요.
행복이 별거 있나요? 내가 원하는 곳에서 편안하게 쉬면서 먹고 싶은 음식을 배부르게 먹으면 되는 거지요.
술을 안 마시니 속이 편안하다는 엄마는 아이스크림으로 저물어 가는 거제도 벨버디아 리조트 1일 차 밤이었어요. 다음 날 조식을 위해 엄마를 추가했는데요.
엄마는 아침 먹지 않겠다고 고집을 피웠지만 돈을 냈으니 어쩔 수 없이 먹었어요.
이게 바로 리조트 아침 조식인데요. 먹거리가 많은데 다들 자고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맛있게 먹지 않았어요.
여기는 시골이고 밖에는 식당이 없으니 그냥 먹어둬라고 했어요. 부산에 도착하면 오후 1~2시가 될 테니 부산 가서 밥 먹자고 했고요.
조식을 먹기 전 어제와 완전히 다른 쾌청한 날을 보여준 거제도.
엄마는 여기서 또 "용띠가 날을 잡으면 비가 온다더니" 내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을 하는 거예요.
상대가 듣기 싫어하는 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또 내뱉은 엄마는 하루 더 있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일박만 예약했기에 퇴실을 해야 한다고 다음에 다시 오자고 했어요. 그때는 운전하는 엄마 베프 남친 데리고 오자고 했는데 아직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네요.
둘째 날은 날씨가 무척 차가웠어요. 꼼꼼하게 날씨를 체크하고 아이 옷과 내가 입을 옷을 준비했는데 정말 추웠어요. 아침을 먹고 객실로 이동하면서 추워서 어떡하지 걱정하며 벨버리아 리조트 체크아웃을 해야 했어요.
그 이유는 길거리에서 언제 올지 모를 거제도 시골 시내버스를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죠.
건물이 없는 시골길은 찬바람을 직통으로 맞아야 했어요.
리조트에서 나오면서 안내원에게 장목면으로 가려면 어떤 버스를 타야 하는지 정류소는 어디에 있는지 물었어요.
다들 친절하게 알려주었는데요. 다른 사람들은 편안하게 자동차로 이동하는데 삼대 모녀는 두 다리로 걸으면서 버스 정류소로 향했어요. 이것들도 기억에 남아요.
다 추억이 되어 내 가슴에 담겨 있어 행복해요.
리조트에서 300미터 걸으니 정류소가 있었어요. 자주 다니지 않는 시골 버스. 시간 맞추어 나와야 했는데 아주 무모하게 발길 닿는 대로 길을 나섰더니 고생하게 되었고 추위에 떨어야만 했어요.
위 사진처럼 아무것도 없는 시골에 리조트가 있다는 건 다들 차로 이동하니깐 가능한 장소이겠지요.
여니는 춥지만 재미있는지 할머니와 놀면서 버스를 기다렸어요.
이렇게 기록해 두면 다음에도 뚜벅이 여행을 할 때 도움이 되겠지요.
귀가 차갑겠다며 엄마는 손수건을 꺼내서 여니 얼굴에 모자처럼 씌워졌는데 그 모습이 너무 웃겨서 또 사진을 찍어두었어요.
10분 정도 기다렸을까요? 버스가 도착했어요.
장목면에 가는 버스. 우리를 부산으로 갈 수 있게 도와줄 버스가 도착하니 어찌나 반갑던지.
힘들게 한 여행은 오히려 기억에 오래 남아요.
이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엄마가 남겨줬거든요.
버스를 타니 빈자리가 있어 여니 앉으라고 했거든요. 그러나 여니는 앉기 싫다고 징징거렸어요. 어린아이가 서있으면 운전기사님이 이~놈 한다고 어서 앉으라고 하니 저렇게 바닥에 앉았어요. 서 있으면 다치는 걸 알면서도 고집을 피우면 그때는 그냥 모르는 척 내버려 두는 것이 상책입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해야 엄마가 왜 앉으라고 하는지 깨닫게 되니깐요. 몸소 체험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장목면으로 나가는 버스 안에서 말이 없던 엄마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배 아프다며 지금 참을 수 없다는 거예요.
지금 2000번 버스 정류소를 찾아야 하는데 갑자기 복통을 일으킨 엄마는 옷에 실례할 거 같다며 미치겠다고 하소연을 했어요.
객실에 있을 때 화장실을 다녀오지 꼭 엄마는 화장실 없을 때 배 아프다고 하냐고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어요. 저도 난감했거든요. 시골에서 화장실을 어떻게 찾아요.
모르는 집에 가서 화장실 쓰자고 하지 않는 이상 논밭에서 실례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일단, 엄마에게 참아 보라고 하고 버스 정류소를 찾으면 뭔가 해결될 거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처음 거제도에 들어와 장목면에 내렸을 때의 정류소가 아니었어요. 마주 보는 정류소가 아니라 다른 골목에 위치한 부산으로 나가는 버스 정류소를 찾을 수 없었어요.
어디가 어디인지 모르는 체 감으로 이동했고 배 아프다는 엄마를 억지로 데리고 정류소로 향하는데. 이때 먼저 들었던 감을 믿어야 해요. 어제 내린 버스 정류소를 더듬거리며 한발 걷다 보니 부산으로 나가는 정류소가 보였고 세상에 하늘에서 뚝하고 떨어졌는지 간이 화장실이 떡하니 있었어요. 정말 모든 문제는 해결할 수 있구나 직접 겪어보니 실감하게 되었어요.
정류소에 어떻게 화장실이 있는 건지 의문이 들었지만 급한 엄마는 한걸음에 화장실로 향했고 영상을 찍는다는 것이 난감한 상황에서 카메라를 켰는 건 불가능했어요.
엄마는 옷에 쌀 거 같다고 미치겠다고 비상벨을 계속 눌러줬으니까요.
엄마를 기다리며 정류소 안 친절하게 안내 표지판이 있었어요. 유심히 보며 사진을 찍고 영상을 찍었어요. 화장실을 찾고 나니 영상 찍을 걸 하는 후회를 잠시 했고요.
엄마는 화장실에서 나오면서 환하게 웃으며 모녀가 있는 곳으로 오는 영상을 찍게 되었어요. 남의 불행은 나에게 즐거움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 하지만 같이 화장실을 찾아다니던 거제도 시골길은 잊을 수 없어요.
아마 화장실이 없었다면 산속으로 들어가 해결할 수밖에 없었던 2021년 12월 1일이었어요
여니는 자신의 생일날 할머니 급똥으로 잊고 싶어도 계속 생각날 거 같다고 하더군요. 엄마는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면서 아침을 먹지 않다 조식을 먹은 것이 탈이 난 거 같다고 말했죠.
위장과 대장이 놀랐는지 갑자기 급똥이 밀려온 엄마를 바라보며 "언제부터 배가 아팠는데?"라고 물으니 버스를 타는 순간부터 배가 아팠다고 하더군요..
그 고통을 어떻게 참았는지. 그렇다고 중간에 내려도 뾰족한 방법은 없었고 이 버스를 놓치면 언제 올지 모를 버스를 길바닥에서 기다려야 하니 엄마는 참고 견디며 이겨냈던 거 같아요.
버스 안에서 여니가 짜증을 부려서 엄마 얼굴을 자세히 보지 못했지만 얼굴이 노랗게 변한 것을 인지했어요. 앉지 못해 얼굴이 노란 걸까 생각하다 여니와 함께 의자에 앉아라고 했지만 앉지 않겠다고 한 이유를 알 거 같아요.
완전히 급했던 거예요.
2000번 버스를 타고 하단역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우리 모두 웃고 또 웃었어요. 화장실을 빨리 찾지 못했다면 옷에 쌀 수도 있었다는 엄마 말에 폭소를 안 할 수가 없었거든요.
"여행은 번수가 있는 법이고 자동차로 이동했다면 화장실도 찾지 못했을 거야"라고 말했더니 엄마는 "그래! 이런 것들이 기억에 오래 남아. 자동차로 이동하면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기억에도 남지 않았을 거야"라고 했죠.
여니 생일날 할머니와 생일 파티하자고 하니 자신은 밤에 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불을 다 끄고 캄캄한 밤에 하고 싶다고.
결국 엄마는 가게를 가야 해서 오후 2시쯤 자신의 집으로 향했고 우리는 우리 집으로 향했어요. 여행이 피곤했는지 여니와 나는 늦은 낮잠을 잤어요.
아무래도 추위에 떨었던 몸이 피곤한지도 몰라요. 여니와 두어 시간 잠을 자고 일어나니 밤이 되었고 미역국을 끓이고 조촐하게 여니와 함께 캄캄한 밤에 촛불을 켜고 생일 파티를 했어요.
이 모든 건 유튜브 영상에 담겨 있어요.
궁금하다면 영상 클릭 부탁드려요.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더니 한 말이 너무 많네요. 잠시 쉬는 것도 나에겐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어요.
거제도 벨버디아 리조트 여행을 기록하며 그때 그 시절 추억을 되새김질하니 행복하네요. 또 가고 싶고요.
이날 벨버디아 리조트에 도착한 날 채널A 방송국에서 연락이 왔고 촬영 날짜까지 잡게 되었던 날이에요.
긍정만 하면 좋은 일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에게 왔던 것을 기록하면서 더 기억이 선명해지네요. 사람이기에 매일 긍정할 수 없지만 될 수 있는 대로 좋은 감정만 가지고 살아요.
인생은 짧으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