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엄마의 밤은 나의 낮보다 길다.
엄마의 밤은 결코 회복의 시간이 아니다.
엄마의 밤은 기다림의 시간이다.
엄마의 입장만 생각한다면 밤의 길이가 짧은 여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엄마의 우울감이 겨울철 밤의 길이와 차가워진 기온만큼이나 수치가 짙어진다.
아프고 외로운 이들에게 밤은 고통을 더하고 더욱 고립되게 만드는 것 같다.
엄마는 슬프고 우울한 기운이 내게 전달될까 봐 애써 밝은 척한다.
하지만 엄마는 내게 전달한다. "엄마가 슬퍼. 엄마가 외로워. 엄마가 참 무료해" 하고 말이다.
알아챘지만 알은척할 수 없는 나의 일상이 싫어지려 한다. 그래도 나는 나의 일을 꿋꿋이 해낸다.
그래야 하니까. 엄마는 나더러 씩씩하고 긍정적이라고 한다. 맞는 걸까?
엄마는 식물을 좋아한다. 엄마는 동물도 좋아한다. 엄마는 아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엄마는 아빠를 참 많이 좋아했던 것 같다.
엄마가 좋아하는 아빠는 과묵하고 표현을 잘 안 하시고 자주 출장을 다니시며 집을 비우셨다.
어쩔 수 없는 시간들이었다는 걸 알기에
엄마는 그 많은 사랑을 우리 남매와 식물과 동물 그리고 동네 아기들에게 나누어 준 것 같다.
하지만 엄마가 사랑을 줬던 것들이 하나둘 엄마 곁을 떠났다.
이뻐했던 동물들, 그리고 우리 남매, 아빠까지.
그중 정성 들인 식물들은 아직 엄마의 사랑을 온전히 받으며 자라고 있다.
단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라도, 움직임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그저 한자리에서 가만히 주는 사랑을 받고만 있다. 아주 오랫동안. 그래서일까? 엄마는 받는 사랑보다 주는 사랑에 익숙하다.
나에게도, 손자 손녀에게도, 아들과 사위에게도 엄마는 주는 것을 더 익숙해한다.
우리가 주는 것들은 늘 어찌할 바를 몰라한다. 잊지 않고 "고마워" 하고 표현해 주시며 괜히 눈시울을 붉히신다.
엄마는 사랑이 많은 사람이다. 말로 표현하기 부끄러워하면서도 애써 무언가를 해 주려 노력하신다.
때론 엄마의 노력과 애씀이 너무 지극정성이라 괜스레 더 화를 낼 때가 있다.
부족한 자녀는 늘 이렇게 엄마를 만만하게 대한다.
아버지가 출장으로 며칠씩 집을 비우시면 엄마와 함께 자면서 엄마의 어릴 적 이야기와 내가 태어났을 적 이야기를 듣는 것이 좋았다. 어느새 잠이 들었고 엄마의 곁은 늘 따뜻했으며 든든했다.
엄마의 밤을 나누어가졌던 그때가 지금도 생생하다.
엄마의 밤이 평안을 갖고 회복할 수 있는 밤이 되었으면 좋겠다.
딸은 엄마의 밤을 좀 더 나눌 수 없음에 미안함이 크다.
엄마에게 받은 그 많은 사랑은 오로지 나 사는 것에만 악착같이 힘을 내어 쓰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