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학, 종이 장미, 종이 별

어머니

by 주니퍼진

바구니 한가득 네모난 종이가 담겨있고 기다란 종이가 담겨있다.

짙은 은빛의 종이가 눈에 띄어서 보니 파스봉투를 네모나게 잘라 놓으셨다.

아직도 파스냄새가 난다. "엄마, 장미에서 파스 냄새난다."

"나또라. 종이가 천진데. 뭐 하러 사서 하노. 이래 다 쓰면 되지."

엄마의 종이 접기는 단순히 이쁨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동생이 입영통지서를 받고 군입대를 기다리던 어느 날.

집안의 장손인 동생의 입대를 위해 마련한 식사자리에 아버지 형제들이 다 모였다.

동생의 무사 군복무를 위해 다 같이 저녁을 먹고 생애 처음으로 온 가족이 노래방이라는 곳을 간 날이다.

엄마는 내내 울다 웃다를 반복했다.

엄마 나이 38살. 유방암으로 한쪽 가슴을 잃어야 했던 그때. 엄마의 기도는 '부디 우리 아들, 딸 성인 될 때까지만이라도 살게 해 주세요'였다. 그랬던 아들이 군입대를 한다 하니 엄마는 감개무량했을 것이다.

그리고 엄마의 숙제가 끝났다는 안도와 감사가 공존했을 것이다. 그렇게 엄마는 동생을 입대시키고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부터 종이학을 접기 시작했다. 아들을 향한 엄마의 기도가 시작되었다.

엄마는 아들을 위해 매일 사명감을 갖고 학을 접었다. 한 마리 한 마리 엄마의 기도가 쌓여갔다.

엄마는 아들을 위해 학을 접기 시작했고 아들이 제대할 때 그 학들로 큰 어항 하나를 가득 채웠다.

엄마의 종이 접기는 아들이 제대를 해도 계속되었다. 이번엔 장미 종이 접기가 시작되었다.

계기는 티브이에 나온 종이 장미 접는 걸 따라 했다가 종이 접기를 외워버렸고 외운 걸 까먹을까 봐 다시 접기 시작했고 그렇게 하나둘 접다 보니 딸을 위해 기도하게 되었다고 했다. 이번엔 딸을 위해 접기 시작했다.

엄마는 그렇게 하루에도 몇 송이씩 장미를 접기 시작했다. 엄마는 종이를 가리지 않았다. 신문과 전단지로도 접어보았고 너무 얇아 장미가 뭉그러지자 좀 더 빳빳한 종이를 선택했다. 엄마는 붙이는 파스 봉투가 가장 아깝다고 했다. 그래서 붙이는 파스봉투를 반듯하게 잘라 은색의 장미를 만들어 내곤 했다. 단 파스냄새가 나는 장미라는 사실이다. 엄마는 그렇게 딸이 취직할 때까지 장미를 접었다. 그 많은 장미를 보관하기 위해 만능재주꾼인 아버지는 말구유 같은 탁자를 만들어 오셨다. 그리고 그 구유안을 엄마가 접은 장미로 가득 채워 두꺼운 유리를 올려 우리 집만의 탁자를 만들었다. 아빠가 만든 탁자 그리고 엄마가 채운 장미. 우리 집은 엄마의 기도가 여기저기 흔적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결혼 후 엄마는 엄마의 첫 손자를 위해 한 통의 편지를 시작으로 또다시 학을 접기 시작했다. 천마리의 학이 완성되었고 우리 시온이가 태어난 날 엄마는 외할머니의 첫 선물로 천마리의 학과 편지가 담긴 유리병을 시온이에게 주었다. 10개월간의 외할머니의 기도를 그대로 담아 시온이에게 준 것이다. 그리고 우리 둘째가 생겼을 때부터 열심히 별을 접기 시작하여 둘째가 태어난 날 편지와 별이 담긴 유리병을 딸에게 선물했다. 내 엄마는 그런 엄마다.


그리고 동생을 위해 열심히 접었던 학과 나를 위해 접었던 장미는 25년 4월 아버지 입관 때 아버지가 훨훨 날아 자유롭게 다니시라며 같이 넣어 드렸다. 엄마의 손길과 정성이 아버지 곁을 가득 채워 아버지와 함께 떠났다. 어떻게 이렇게 하실 생각을 한 걸까. 엄마의 마음에는 늘 가족을 향한 '내가 함께 할게'라는 마음이 있다.

엄마의 기도는 그냥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날마다 엄마의 기도로 살아가는 나의 삶이다. 엄마의 기도로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이다.

이제는 내가 엄마를 위해 더욱 기도한다.

엄마의 기도가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도록 엄마를 돌보아 달라고 기도한다.

나는 엄마를 위해 기도하고 엄마는 나와 식구들을 위해 아빠몫까지 온 마음 다해 매일 기도한다.

뜨개질로, 손바느질로, 종이 접기로, 음식으로.

굉음을 내며 빠른 속도로 날아오르는 전투기를 보고도 엄마는 기도한다고 했다.

"우리 효진이도 저렇게 날게 해 주세요." 누가 나를 위해 이렇게 한시도 놓지 않고 기도 할까.

그렇게 엄마의 기도는 여전히 나를 살리는 기도이고 식구를 살리는 기도이다.

나 또한 이제 엄마로, 딸로 온전히 서서 나의 엄마와 자녀를 위해, 가족을 위해 그들에게

"가족애가 삶의 밑천"이 되도록 쌓아줘야겠다.


언제나 보고 싶을 나의 엄마. 언제나 존경할 나의 엄마. 언제나 내 편이 될 나의 엄마.

고마워요. 그리고 너무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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