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어! 효진이 동생이다.!"
교실 앞 미닫이문으로 작은 꼬마 하나가 고개를 들이밀었다 뺐다 하고 있다.
내 동생을 아는 친구들이 먼저 아는 척을 해 준다.
"어? 내 동생?"
덜컥 걱정이 됐다. 무슨 일 있나?
"현아. 왜 무슨 일 있어?"
"누나. 언제 마쳐. 집에 같이 가자."
"누나는 좀 더 있어야 마치는데. 들어와 봐."
동생을 교실로 들였다. 선생님도 다 아는 우리 동생! 담임 선생님은 동생을 선생님 책상에 앉히셨다.
동생은 오 학년, 나는 육 학년. 연년생이지만 체구가 작은 동생은 늘 보호대상이다.
내가 기억하는 동생은 늘 또래보다 작았고 순했다. 또한 같이 뛰어노는 것보다는 혼자 다니며 곤충채집하고 집에서 레고 만들고 노는 걸 좋아했다.
새 학년이 되면 엄마는 동생의 새 담임선생님께 반 아이들을 위한 학용품이며 간식을 전달했다.
그것이 엄마가 동생을 위해 할 수 있는 안전장치라고 생각한 듯하다.
그다음의 안전장치는 나였다.
나는 동생보다 단 두 살 많은 누나다. 엄마는 체구도 작은 동생을 생일까지 당겨 일찍 학교에 입학시켰다.
결국 동생과 나는 한 학년 차이로 내내 학교에 다닌 것이다.
그 두 살, 한 학년만큼의 책임감만 느끼며 살았으면 됐을걸 나는 집 밖에선 동생의 보호자가 되었다. 그 책임을 힘들다고 느낀 적은 없으나 동생이 다쳐서 귀가할 때 느끼는 죄책감이 너무 컸다.
어느 날 동생이 동네 형들이 야구하는 걸 구경하다가 야구방망이에 귀를 맞아 귀가 퉁퉁 부어 귀가한 적이 있었다. 나를 따라다니며 노는 것이 동생과는 맞지 않다는 걸 진작에 알았지만 내가 동생을 따라다니며 곤충채집을 하고 레고를 만들며 노는 건 더 싫었다.
동생은 슬그머니 빠지더니 형들이 야구하는 곳에 있었던 모양이다. 퉁퉁 부어 벌겋게 된 귀를 보고 엄마는 기겁을 했다. 누가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 옆에 있다가 다친 것이라 책임을 물을 수도 없는 상황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엄마는 동생에게 어떻게 된 거냐고 묻고 또 물었다.
엄마의 물음은 나를 향한 원망인 듯했다. ' 어디에 있었냐.' 왜 따로 놀았냐.' '좀 잘 데리고 있지.' 등의 원망들이 나에게 쏟아지는 것 같았다. 동생은 끝내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동생의 귀는 다행히 정상이 되었고 동생을 데리고 동네 병원 진료 후 안심하였다.
학교에서 동생 귀를 그렇게 만든 애들이 누군지 알아내기 시작했다. 내 친구들과 함께.
그리고 그날 오후 동네에서 야구하는 한 무리를 발견했다. 무슨 용기였을까.
저벅저벅 다가가 내 동생 귀 때린 사람 나오라고 했다. 때린 게 아닌 줄 알면서.
다행히 한 친구가 슬그머니 나왔고 내게 걱정하는 말투로 되물었다.
"그 애가 너 동생이야? 지금은 어때? 걱정했어. 괜찮냐고 물어봐도 대답도 안 하고 그냥 가버렸어."
"놀래서 그냥 왔나 봐. 지금은 괜찮아. 좀 있다가 보면 다시 물어줘. 그리고 미안하다고 해줘"
동생을 데리고 다시 나갔다. 그 친구들은 동생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동생은 부끄러워하며 빨개진 얼굴로 내 뒤에 섰다. 형들의 걱정 어린 시선과 관심이 동생에겐 부담이 되어 그 자리를 피했던 것 같다.
친구들에게 고맙다고 얘기하고 동생을 데리고 집으로 왔다. 걸어오는 내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쫄래쫄래 따라오는 동생 손을 꼭 잡아끌었다.
"현아. 이리 와. 다음부턴 제대로 이야기해. 네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말을 안 하면 엄마도 누나도 모르잖아."
"누나. 누나가 있으니까 안 무서웠어. 형들이 다 모이니까 좀 무서웠어."
"무슨 일 있으면 누나한테 와. 알겠지?"
집에 들어서는 나와 동생을 엄마가 안아주신다. 어리둥절하다.
"진아. 매번 창현이 챙겨줘서 고맙다. 둘이 손 잡고 오는 거 엄마가 보고 있었지. 엄마 마음이 좋더라."
동생이 엄마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엄마는 나를 다시 한번 안아 주셨다. 죄책감으로 괴로웠던 마음이 엄마가 안아줌으로 더 큰 책임을 지겠노라 마음먹게 했다. 동생과 둘이 있을 때 나는 기꺼이 동생의 보호자가 되겠다고 다짐한다.
내 동생 괴롭히기만 해 봐. 가만 안 둘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