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외출

어머니

by 주니퍼진

"203호" 엄마 집 문 비번을 누르고 문을 열었으나 '덜컥' 하고 걸려 열리지 않는다.

엄마가 대문 손잡이 키까지 모두 잠그고 외출을 하셨다.

순간 기쁨이 확 몰려왔다. 심지어 내 발걸음이 가볍다. 마음도 가볍다.

'엄마가 외출을 했네. 잘했네. ' 생각하며 내 갈 길로 향했다. 엄마의 외출은 엄마에게는 약이다.


엄마의 인간관계는 좁고 깊다. 엄마는 사람을 깊이 만난다.

그러던 엄마는 9년 전 단짝 친구인 고등 동창 '은희'를 먼저 하늘나라로 보냈다.

은희 이모는 엄마의 목소리, 눈빛만 봐도 모든 걸 알아주고 이해해 주던 엄마의 자매보다 더 자매 같던 친구였다.

심지어 나도 우리 친 이모보다 은희 이모를 더 좋아하고 정겨워했다.

그런 이모의 투병 과정을 온전히 보았고 이모의 마지막을 지켰던 엄마는 한동안 슬픔에서 헤어 나오질 못했다.

이모와의 이별로 엄마는 한동안 외출하지 않았다. 엄마의 외출의 반을 이모가 함께 했었기 때문에.


주말이 되어 엄마에게 문자를 넣는다.

"엄마, 이모 보러 갈까?" 그러면 엄마는 기다렸다는 듯이 "오늘? 진짜? 좋아. 고마워."라고 답문이 왔다.

그렇게 엄마는 조금씩 회복의 시간을 가졌고 엄마의 날에 이모를 향한 그리움과 외로움만으로 채우며 지내지 않았다. 일 년에 서너 번 때가 되면 이모를 찾아보았고 엄마는 일상을 살았다.

하지만 올해 엄마는 엄마의 평생 짝꿍 아버지를 하늘나라로 보냈고 아버지가 떠난 후 7개월 만에 엄마의 소중한 또 다른 친구를 보냈다. 결국 엄마의 마음에 회복이 더딜 수밖에 없는 큰 구멍이 생겼다. 그리고 엄마는 점점 드시는 것도 소홀해지며 외출은 거의 하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 병원의 도움도 받았지만 결국은 햇살 샤워만 이 가장 특효약이라는 처방을 받았다. 매번의 외출을 내가 동행할 수 없기에 엄마에게 조금의 용기를 내달라고 부탁했다.

엄마의 용기가 꺾일 때면 나의 하루가 꺾인 것 마냥 속상했다.

그런 엄마를 보고 있노라면 안타까움, 슬픔, 짜증이 동시에 밀려왔다.

오늘...

엄마가 외출을 한다. 제대로 갖추어 입은 엄마가 낯설지만 너무 좋다.

엄마의 외출을 돕는다. 이런 협조는 언제나 대환영이다.

입술에 연한 립스틱을 바른 엄마가 오늘은 어디를 가든 웃는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예쁜 입술로 말도 많이 하고 많이 웃음 짓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엄마가 웃는 만큼 나도 웃을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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