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손 봉숙씨

어머니

by 주니퍼진

"아이고 오마니~ 나 닭 되겠어요~ 이제 그만~"

"아이고 어머니~고구마는 이제 그만~"

"아이고 엄마~양배추 이제 고만 쪄도 될 것 같아~"

2층 사는 엄마가 5층 사는 딸네를 하루에 몇 번씩 오르내리며 딸네 식탁을 가득 채웁니다.


동동거리며 사는 딸에게 엄마는 "바쁘게 사니까 좋아 보인다. 그래도 끼니는 거르지 말아야지. 해 놓은 것들 그냥 대충 싸다니기만 해도 되니까 출근 때 구운 계란 몇 개 하고 고구마하고 좀 들고 다녀."

"네~! 걱정 말아요~ 나 안 굶고 다녀~근데 엄마. 우리 식구 중에 구운 계란 먹는 사람, 고구마 먹는 사람은 주중에는 나밖에 없는 거 알지? 엄마가 해 놓은 거 나 혼자 다 먹어야 해. 나 일주일 내내 고구마랑 계란만 먹어?"


결혼 전에도 결혼 후에도 줄곧 대가족 살림만 산 엄마는 큰 손 봉숙 씨다.

'자고로 음식은 넉넉하게'를 외치며 늘 제사나 명절에 오시는 손님들께 한 봉지씩 싸 주고 그리고도 남은 음식으로 일주일 내내 먹기 일쑤였다. 음식뿐만이 아니다.

초등학교 때 나는 공책을 다 쓰면 다른 표지의 더 예쁜 공책을 쓰고 싶어도 엄마가 미리 사놓은 몇 묶음의 공책으로 일 년 내내 같은 표지의 공책을 썼고 같은 모양의 연필을 썼다.

공책만 봐도 연필만 봐도 "저거 효진이 거야"라고 할 만큼 주구장창 그랬다.

학용품뿐이랴. 지금도 엄마는 약을 사도 파스를 사도 쌀을 사도 대량으로 구매한다.

엄마 일인과 우리 집 식구를 위해 엄마는 쌀을 한 가마니를 주문했다고 한다. 가마니!

한 가마니 80킬로그램! 즉 20킬로그램 쌀포대가 네 포대! 거의 일 년 치 식량이다.

"엄마. 전쟁난데?.. 이거 옮기시는 분도 힘들겠다.

엄마, 너무 많이 산거 아닌가? 언제 다 먹어. 쌀벌레 생기면 어떡해."

"걱정 마라. 나 시간 많으니까 전부 다 피티병에 담아서 보관할 거다. 그러면 아무렇지도 않게 오래 먹을 수 있다. 쌀값이 하도 올라서 미리 사놔야 된다. 살림 손 놓은 딸은 이걸 모르지~"

"아... 그래도... 내가 살림에 손을 놓진 않았지. 엄마가 음식을 계속해 주니까 내 거 해 먹을 시간이 없는 거지.

우선은 알겠어. 열심히 먹어야겠네."

"과일은 이렇게 못 사도 쌀은 가능하지."

"근데 엄마. 지난주에 과일도 이렇게 샀잖아. 사과 한 상자. 귤 두상자. 포도 한 상자. 고구마 한 상자. 바나나 두 손....."

"뭐, 그래서 내 혼자 다 먹었나? 너희 애들이랑 다 잘 먹었잖아. 맞제?"

"아하.. 그것도 그렇네. 우리가 다 먹었네. 할 말이 없구먼."


생각해 보니 엄마는 지금 노력하고 있다. 엄마의 시간에 아빠가 전부라며 힘들어했지만

엄마는 아빠 뺀 나머지를 그대로 이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오늘 너희 아버지 돌아가신 지 7개월 됐네. 시간 잘 간다." 그리고선 아버지 계실 때만큼 하지 않아도 될 음식을 계속해서 만들고 끊임없이 바느질을 하고 뜨개질을 하며 잠시도 쉬지 않고 시간을 보낸다.

마치 아버지 생각이 틈타는 것을 일부러 막기라도 하듯이.


나는 오늘도 큰 손 봉숙 씨의 음식을 받아 들었다.

그것은 허전해진 엄마의 마음이고 이겨 내려는 엄마의 의지이기에 나는 감사히 받아 들고 맛있게 먹는 것으로 고마움을 표했다.

엄마의 방식과 시간을 존중하며 마음이 조금 더 행복해지는 큰 손 봉숙 씨가 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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