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엄마를 안 닮았어?

어머니

by 주니퍼진

"엄마! 손녀 명찰 좀 달아줘요. 나는 도저히 못하겠어. 그냥 맡길까?"

"만다꼬(뭣하러) 돈 주고 맡기노? 가 온나(가지고 와라)."

"아니. 나 진짜 .엄마는 글도 잘 쓰고 음식도 잘하고 그림도 잘 그리고 뜨개질도 잘하고 바느질도 잘하고 식물도 잘 키우고 다 잘하는구먼 나는 왜 이래?"

이런 어리고 유치한 투정을 성인이 되어서야 명찰을 달아달라며 내미는 내 딸 보는 앞에서 후루룩 쏟아보았다. 결과적으로 딸의 7~8개의 명찰은 엄마의 손바느질로 꼼꼼히 다 달렸고 딸의 친구들은 할머니의 바느질을 엄청나게 칭찬하고 부러워했다고 한다.


학교 실과 시간에 단추 달기를 한 날 엄마는 내 바느질을 보고 기겁하며 웃었다. 헛웃음 지었다.

십자수 숙제며 바느질 숙제를 엄마가 해 주고 싶어도 나와 엄마의 실력 차이가 너무 나니까 한 땀이라도 거들 수가 없었다. 어느 날 한 살 터울의 남동생이 실과 시간에 시침질과 박음질을 해 왔다. 엄마는 기가 막히게 잘해 왔다고 기특하다며 웃었다. 내게 보여주며. 동생의 손재주는 나보다 오만배는 좋았다.

엄마는 내게 덜렁이, 덤벙이라 했고 남동생의 꼼꼼함을 늘 칭찬하고 아꼈다.

동생의 취미는 레고, 퍼즐, 곤충채집이었다. 엄마, 아빠, 동생의 기질은 비슷했다.

조용하며 꼼꼼하며 혼자서 사부작사부작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을 좋아한다. 누군가의 이해도 바라지 않고

자기가 하고픈만큼 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스타일이다.

반면 나는 그 셋이 안 하는 것을 하는 걸 좋아했다.

동네가 떠나가라 외치며 하는 술래잡기, 자전거 타기, 애기들 데리고 노는 소꿉놀이,

피아노 치고, 노래하고, 춤추고, 그림을 그려도 풍경화만 그리며 걸걸하게 노는 걸 좋아했다.


엄마의 뜨개옷을 기억한다.

기억에 남는 나의 첫 증명사진에는 엄마의 뜨개옷을 입고 미운 얼굴을 하고 있는 내가 있다.

겨울이 되면 늘 엄마가 직접 떠준 뜨개옷을 입고 다녔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엄마의 뜨개옷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유행하는 옷을 입고 싶었다. 기성복보다 유행에 떨어지는 디자인과 너무 쫀쫀하게 짜인 스웨터라 할머니옷이라는 생각이 가득 찼기에 입고 싶지 않았다.

더우나 추우나 일 년 내내 새로운 뜨개질을 하며 새로운 옷을 만들어내는 엄마의 노고를 알기에 입고 외출하기만을 기다리는 엄마의 속내를 무시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나에게는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옷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어렸을 때는 까슬거리지도 않은 뜨개옷이 까슬된다고 입이 나발처럼 튀어나와선 입지 않겠다고 실랑이했거늘 성인이 된 후 나는 니트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다. 대부분의 가을 겨울 옷이 니트이다. 엄마는 그런 나더라 "싫다더니 결국 다 니트냐?" 라며 나무라신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사 입은 니트들은 입으면 춥다. 얼기설기한 꼬임에 바람이 숭숭 든다.

헌데 엄마의 니트는 이상하게 따뜻하고 평안하다.

"엄마! 엄마가 짠 옷은 희한하게 더 따뜻해. 포슬거리는 먼지도 안 나서 코도 안 간지러워"

"가시나야. 엄마가 너 짜 입히는데 대충 사겠냐. 너 입히려고 고르고 고른다. 나중에 엄마 없어도 옷 떨어지지 말라고 내가 얼마나 짱짱하게 짜는지 아냐? 그리고 내가 짜면 손만 움직이는 게 아니야. 엄마가 너 옷 짤 때는 오로지 니 기도만 해. 내가 중얼중얼 뭘 하는지 아냐. 우리 딸. 기도한다고. 알겠냐?"

"아.... 그런 거였어? 엄마. 그래서 내가 엄마 옷만 입으면 이렇게 든든한가 봐."


먹먹하다. 쉴 새 없는 엄마의 뜨개질에 우리 가족의 기도가 스며있었다.

엄마의 기도에 살고 있는 나였다.

나는 엄마의 기도를 입고 다닌다.

엄마는 내가 엄마 닮아 집에만 있지 말고 엄마 닮지 말고 여기저기 다니라고 기도한단다.

날개 달고 훨훨 날라고 기도한단다. 엄마의 뜨개옷에 나의 날개를 달아주려고 엄마는 오늘도 뜨개질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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