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희의 애모

어머니

by 주니퍼진

"진아. 애모 한번 쳐봐라"

김수희 아줌마의 애모는 우리 엄마 18번이었다.

90년대 초에는 가요 악보를 서점이나 레코드가게 가서 따로 샀다. 이름하여 악보피스.

나는 엄마를 위해 '애모' 피스를 샀고 엄마는 청소를 하시다 가끔

"진아. 애모 한번 쳐줘" 하셨다.

아빠의 잦은 출장은 엄마를 외롭게 했고 아버지의 오랜 기간의 부재는 엄마를 더욱 긴장하게 했다.

하지만 티 내지 않으려 애쓰셨고 엄마의 일을 매일매일 해냈다.

그렇게 엄마는 매일 하는 저녁 청소시간에 이 노래를 불렀다.

늘 너무 깨끗한 우리 집을 본 이웃 아주머니들이 시기인지 타박인지 모를 야릇한 말로 엄마를 긁었다.

"바닥에 얼굴 비치겠다. 아휴. 몸서리야."

"그만 좀 쓸고 닦아"

"남편도 출장 가고 없는데 집에서 뭐 해?"

그들은 엄마를 부러워했고 그 부러움을 시기심으로 나타냈다.


어질 적 나는 집 키를 목에 걸고 다니는 친구들을 무척이나 부러워했다.

참 철없는 생각이지만 그땐 그랬다. 그러나 그 바램은 몇 차례 부득불 있었을 뿐 이루어지지 않았다.

엄마는 오로지 자신의 가정, 가족, 자녀, 남편밖에 모르는 현모양처였다.

그렇게 엄마는 엄마의 방식으로 엄마의 울타리를 지켰다.

출장에서 돌아온 아빠가 집으로 바로 오지 않으시고 장기간의 출장짐만 집에 보내놓고

바로 회사로 출근하실 때도 묵묵히 가방을 정리하고 늦은 밤까지 아빠를 기다렸다.

마는 아빠가 귀국하는 날은 아빠가 좋아하는 가장 한국적인 음식을 꼭 서너 가지 해 놓고 기다리시지만

우리는 아빠와 한 식탁에서 갓 지은 밥과 반찬을 같이 먹은 적이 없다.

엄마는 그런 아빠에게 섭섭한 마음을 자신도 모르게 우리에게 드러내곤했다.

하지만 귀국 후 쉬지도 못하고 늦은 밤 퇴근한 남편을 보며 엄마는 그저

"다녀왔어요. 수고했어요. 지금이라도 저녁을 조금 들고 잘래요?" 정도의 간단한 인사를 건넬 뿐 섭섭함을 비추며 남편을 신경 쓰게 하지 않으려 했다.

그리고 이른 새벽 출근하는 남편에게 소담한 아침 식사와 함께 채비를 돕고 배웅한 후 돌아선다.

아직 아빠를 보지 못한 우리 남매는 이제 응당 그러려니 하고 우리의 등교를 돕는 엄마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본다.

오히려 외국에 있는 아빠를 기다리던 엄마의 얼굴이 더 낫다고 여길 만큼 엄마 얼굴엔 슬픔이 있다.


하교 후 엄마가 부르신다.

"진아. 애모 좀 쳐줘." 그리고서 엄마는 이 방 저 방 청소를 하시며 흥얼흥얼 하신다.

"그대 가슴에 얼굴을 묻고 오늘은 울고 싶어라. 세월의 강 넘어 우리 사랑은 눈물 속에 흔들리는데.

얼마큼 나 더 살아야 그대를 잊을 수 있나. 한마디 말이 모자라서 다가설 수 없는 사람아.

그대 앞에만 서면 왜 난 작아지는가. 그대 등뒤에 서면 내 눈은 젖어드는데.

사랑 때문에 침묵해야 할 나는 당신의 여자. 그리고 추억이 있는 한 당신은 나의 남자여."


엄마의 이 노래가 그리도 구슬펐던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그리고 일흔이 넘는 엄마가 이 노래가 흘러나오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는 이유도 단 하나.

엄마는 아빠가 너무 보고 싶은 거였다.

엄마는 일편단심 아빠 바라기였다.

이전 07화2025년 4월 14일 오후 4시 22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