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이빨이 부러졌다

남동생

by 주니퍼진


너 자꾸 까불래? 너 장난치지 마라. 아 진짜. 맞는다. 니. 진짜 때린다.

힘으로는 안된다. 쪼그만 녀석이 어느 순간 커지더니 이제 힘으로 안 되는 시기가 왔다.

결국 나는 무기를 들 들 수밖에 없었다. 손에 잡히는 대로.

엄마 어깨 마사지 봉. 망치처럼 생긴 이 봉의 머리는 나무로 되어 있다.

엄마가 설악산 다녀오면서 기념품으로 사 오셔서 엄마 어깨, 아빠 어깨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겐 무기로 효자 노릇을 하려 했는데... 내 손에 들어오는 순간 이것은 망나니로 전락했다.

왜 망나니가 되었냐.. 정말 나도 그럴 줄 몰랐다.

동생과 장난으로 한대 두대 투닥거리던 것이 심각해졌다. 서로 한대라도 더 때리고 덜 맞기 위해 괜스레 신경전을 벌이다 그만 나는 옆에 있는 무기를 들게 되었고 하지 말라고 휘두르는 순간 잘 붙어 있던 망치의 나무 머리는 쏙 빠지더니 휭 날아가서 동생의 주둥이를. 아니 입을 때려버렸다. 악! 대형사고다.

동생이 주저앉았다. 입술이 터졌다. 어! 입술만 터진 게 아니다. 잇몸도 터졌다. 어! 잇몸만 터진 게 아니다.

앗! 이빨이 부러졌다! 난 그 자리에서 얼음. 동생은 부풀어 오르는 입을 막고 얼음.

엄마를 불렀다. 상황을 보자마자 엄마도 얼음. 그리고 무릎 꿇는 나. 동생의 얼굴은 하얗다 못해 푸르스름하게 변해버렸고 나는 손을 덜덜 떨기 시작했다. 엄마는 우선 동생의 입을 살폈다.

잇몸이 검게 변했고 피가 났다. 그리고 내게는 아무 말을 안 하셨다. 일단 아침에 바로 병원부터 가야겠다고 하셨다. 이 사건 이후 나와 동생의 말도 안 되는 티격태격은 절대 없었다.

그리고 다음날 동생은 앞니 한 개가 빠진 맹구가 되었다. 사건 당일은 엄마도 놀라 미처 나를 혼낼 정신이 없었나 보다. 동생의 발치 후 엄마는 내게 쏘았다. "대체 왜 그걸 집어 들었냐."

"죄송해요. 근데 현이가 자꾸 덤비니까 나도 모르게 안 지고 싶어서 집어 들었는데 때리려고 한건 아니에요. 그냥 오지마라고 휘둘렀는데 그게 그렇게 휙 빠져버렸어요."

집에 오자마자 엄마는 그 무기를 바로 버리셨다. 그리고 동생의 검게 변해버린 잇몸은 시간이 지나야 돌아온다 했고 앞니는 일단 청소년기라 의치로 한동안 대체하기로 했다. 끼웠다 뺐다 할 수 있는...

그리고 얌전한 동생은 그 의치를 자라는 속도에 맞게 조금씩 바꾸어가며 대학입학까지 잘 지냈다.

그러다 또 한 번의 역사적인 일이 터졌다.

대학입학하고 거하게 취해 온 동생. 잘 자고 일어난 아침. 기겁을 하고 일어났다.

"엄마, 나 이빨이 없어." 이건 내가 한 일도 아닌데 불편함이 가득하다. 엄마는 동생의 얼굴을 보고 헛웃음을 지으셨다. 그리고 결국 때가 왔다. 동생이 임플란트를 해야 하는 때.

엄마는 혹시 술 마시다 넘어간 건 아니냐고 걱정했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는 동생.

엄마는 언제고 뽀뽀를 해야 하는데 저 이빨이 걱정이었다면서 이 참에 잘 됐다고 했다.

엄마는 어쩌다 이리도 초긍정이 되셨는지 모르겠지만 엄마의 이런 반응으로 동생과 내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리고 동생의 앞니 임플란트에 내 아르바이트비를 좀 보태겠다고 기분 좋게 말해버렸다.

그렇게 동생은 그 짱짱한 임플란트를 하고서 뽀뽀도 하고 결혼도 해 잘 살고 있다.

늘 어리고 약하고 순둥이 일 것 같았던 이 자식은 이제 몸이 진짜 곰처럼 변해버린 아저씨가 되었다.

그럼에도 늘 "누나" 하고 부르며 잘 따른다. 동생이 없었다면 상상도 못 할 나의 유년기.

미운 정은 전혀 없고 고운 정만 있는 동생과의 어린 시절은 돌아보면 참 소꿉놀이 같은 시절이었다.

주둥이 터진 아찔한 기억도 이렇게 추억이 되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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