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 리키, 홍이

반려견 2

by 주니퍼진

"아고! 귀여워. 엄마 웬 강아지야? 너무 이쁘다. 주중 이 가 왜 이렇게 귀엽냐."

동생이 입대를 하고 우리 집에 새로운 녀석이 왔다.

태어난 지 2달 된 퍼그. 너무 아기 강아지. 까맣고 조그마한 녀석이 쫄래쫄래 걸어 나왔다.

꼬리를 한껏 올리고 엉덩이를 빼딱거리고 똥꼬 발랄하게 걷는 이 아기 강아지는

보이는 모든 것들이 좋다고 첨벙 댄다.

눌린 입이 너무 귀여워서 함 참을 웃었다.


엄마는 이 강아지를 엄마의 친구에게서 건네받았다.

이상하게 엄마 친구가 데리고 오는 강아지들은 꼭 한 번씩 거처서 온다. 일종의 파향전 최후의 보루처럼.

어쨌든 우리는 이 뭉툭한 주둥이를 여기저기 부딪히고 다니고 아주 낮은 방문턱도 미끄러워 억지로 넘는

이 퍼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녀석의 이름은 이름하여 "썬"

동생이 군에 가고 적적한 엄마의 마음을 채울 겸 동생방 입구 한편에 "썬"의 자리를 내주었다.

엄마는 우울해져 가는 엄마에게 태양(SUN) 빛 같은 존재로 와주었고 아들(son)의 빈자리를 귀여움으로 채워줄 녀석이라 아주 의미 있게 "썬"이라 이름 붙였다.


엄마는 썬에게 유독 많은 말을 했다. 가만히 잠만 자는 썬에게 "너 좀 걸어야겠다"며 옥상에 데리고 가 엄마를 따라 걷게 했고 "너 좀 씻어야겠다"며 쭈글 한 몸 사이사이를 씻겼다.

돌아보니 이제껏 키운 강아지 중 아마도 엄마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강아지가 아닐까 싶다.

엄마가 그리 이름 붙여서일까 동물은 늘 마땅찮아하던 아버지도 이 못난이 녀석에게는 괜스레

"이 놈아. 잘 있었냐" "이 놈아. 뭐 하냐" "이 놈아. 양말은 왜 물고 가냐" 등의 사소한 한마디한마디를 건네셨다. 평소 아버지의 모습으로서는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이 녀석은 귀여움은 금세 사라지고 살찐 퍼그로 우리 집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우리가 거실에서 티브이를 봐도 옆에와 앉아 놀아달라 하지 않고 혼자 뒤뚱뒤뚱 걸어 나와 엄마 곁에 한번 쓱 갔다가 아버지 곁에 한번 쓱 갔다가 내 곁에 한 번 왔다 다시 자기 집으로 들어가 고개를 자기 집 턱에 걸치고 툭 튀어나온 꺼벙한 눈으로 눈썹을 팔자로 그어 우리를 쳐다보았다. 이 녀석 입장에선 우리가 웃긴가 보다.

다들 말도 안 하고 티브이를 보고 있는 우리가 웃겨 보이기도 하겠지.


고슴도치도 자기 자식은 예쁘다 하지 않나. 아기 때 똥꼬 발랄한 그 엉덩이는 사라지고 없었지만 이 녀석의 묵직한 몸뚱이가 둠짓둠짓 움직여질 때마다 우리는 녀석의 어리숙한 얼굴과 몸짓이 잘 어울린다며 녀석이 앉았던 자리의 온기를 느낀다.

엄마는 썬이 잘 짖지 않는 것이 걱정 댄다 하였으나 이 녀석은 진짜 필요할 때만 짖었다.

희한하게 정말 낯선 이들이 2층으로 올라올 때만 으르렁댔다. 엄마는 그런 썬을 더 좋아했다.

엄마 홀로 있는 시간이 많았던 때라 그 적막한 시간에 낯선 이의 등장은 긴장과 두려움을 갖게 했다.

하지만 썬의 으르렁댐과 짖음으로 안전함을 보장받았다고 했다.

그렇게 엄마는 썬에게서 반려견으로 애정과 위로를 느끼며 시간을 견뎠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에게 큰 슬픔이 찾아왔다.

아기 퍼그-설명을 위한 사진. 우리집 썬은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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