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삐, 밍키,믹스견, 백구

반려견 1

by 주니퍼진

엄마는 아기, 식물, 동물을 좋아한다.

그렇다고 눈에 꿀이 뚝뚝 떨어지는 얼굴 표정이나 애정 어린 표현을 하는 등의 적극성은 없다.

무덤덤하지만 정을 내고 특별하지 않지만 소속감을 주며 지나는 길에 한 번 쓰다듬고

들어가고 나가는 길에 "다녀올게. 혼자 있게 해서 미안하다. 금방 올게." 하고

" 잘 있었냐. 나 왔다." 하고 한 마디씩 건네는 것이 엄마만의 무심한 애정 표현이다.

내가 기억하는 한 우리 집을 거쳐간 간 강아지가 여섯일곱 마리가 된다.

치와와 뽀삐, 몰티즈 밍키, 진돗개 백구, 퍼그 썬, 리트리버 리키, 요크셔테리아 홍이

그리고 믹스견인데 이름은 기억이 안 나나 우리 집에 살면서 새끼까지 낳은 아이다.


우리의 첫 강아지 치와와 뽀삐는 몸은 가장 작았으나 동생과 내가 가장 무서워 한 개다.

우리 집에 온 첫날 이 작은 강아지는 온 집을 혼자 뛰어다니며 닥치는 대로 물었다.

엄마가 안 계신 날은 이 강아지가 무는 것이 무서워서 식탁의자와 책상의자 피아노 의자까지 모두 거실로 내놓고 의자를 징검다리 삼아 건너 다녔다. 지금 생각하면 같이 놀자고 팔딱 대던 녀석인데 우리도 그땐 너무 어리고 강아지는 처음이라 제대로 좋아하며 같이 놀 줄 몰랐다. 처음부터 덜컥 겁먹은 우리는 이 강아지가 새끼를 낳다가 떠나는 날까지 제대로 안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다만 튀어나올 듯 큰 눈과 쫑긋한 귀, 가느다란 다리가 기억에 남는다.


그렇게 제대로 안아 본 적도 없지만 뽀삐가 떠나고 동생과 내가 허전해하 하자 아버지가 하얀 몰티즈를 사 주셨다. 애견샵에 가서 함께 고른 강아지다. 아버지가 적극 개입하여 산 이 몰티즈는 예쁜 집도 가지게 되었다.

하얀 몰티즈는 동생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으나 엄마가 아프고 이사를 해야 하는 과정에서 우리 집을 떠나게 되었다. 할머니들의 미신을 따를 수밖에 없던 때였다. 그 미신은 '집에 아픈 사람이 있을때 동물을 키우면 안된다.이사할때 동물 데리고 가는거 아니다'와 같은 것이다.


이사한 집은 주택이고 2층이었다. 어느 날 이 집으로 이름 모를 믹스견이 베란다 쪽에 자리를 잡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새끼를 낳았다. 엄마는 이 어미개가 젖이 잘 나오도록 생선머리를 친히 고아 밥과 같이 주었고 이 어미개는 우리 엄마에게만 자신의 새끼들을 집 안에서 내어 갈 수 있게 허락해 주었다.

새끼들을 키우고 싶다고 한 동네 분들에게 한 마리씩 나누어 드렸고 묶어 키우지 않았던 우리 믹스견은 어느 날 우리 집을 떠났다.


그런데 너무 신기하게도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1월 1일 새해에 백구가 찾아왔다. 그 자리에.

엄마는 곯아 있는 백구에게 또 생선머리를 고아 밥과 함께 주었고 백구는 처음 올 때와 다르게 인물이 좋아지더니 어느 날부터인가 우리 집 지킴이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 고양이가 우리 집 담벼락에 왔고 백구와 대치하다가 고양이가 백구의 코를 할퀴는 바람에 백구는 그대로 집을 나가버렸다. 자존심이 상했을까...


엄마는 이 모든 과정에 크게 애정을 내지 않았고 덤덤함으로 함께 했다.

마치 동물에게 정이라고는 낼 줄 모르는 사람처럼.

그 녀석이 우리집에 오기 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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