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情(정)

홍이와 리키-반려견 4

by 주니퍼진

"엄마. 오빠가 강아지를 한 마리 얻었는데 오빠집에는 한 마리 더 못 키운다고 나 준다는데. 엄마 어떡해?

"머라고. 강아지를 받아 온다고. 밖에 리키도 있는데. 아무도 못 받는다 카드나."

"그런 것 같은데. 그래서 오빠가 대구에 데려다준데. 강아지를"


썬을 잃고 한참을 적적하게 보내던 우리 집에는 친구의 부탁으로 이미 아기 래브라도레트리버가 , 입양된 상태였다.

태어난 지 3개월밖에 안된 아기인데 잃어버린 퍼그 '썬'만큼이나 컸던 레트리버 '리키'는 집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마당으로 거처를 옮겼다.

집안에서는 도무지 소변과 대변을 감당할 수가 없었기에 아기 '리키'는 홀로 마당의 큰 집에서 자게 되었다.

동물에 인색한 아버지도 아기가 나가서 혼자 잔다고 생각하니 안 됐는지 아주 튼튼한 집을 지어주었다.

그리고 리키가 물러난 그 자리에 요크셔테리아 '홍이'가 왔다. 녀석 역시 태어난 지 3개월이 되어 새 보금자리로 온 것이다.

'홍이'와 '리키'와는 친구인 셈이다. 현관문을 열어 놓으면 홍이와 리키는 서로 문을 통해 바라본다.

베이지색 아기 레트리버 '리키'는 손바닥만 한 홍이를 보고 좋아서 펄떡펄떡 뛴다.

엄마 말에 의하면 천지를 모르고 깨춤을 추는 리키 곁에 홍이가 갔다가는 밟혀 다칠 것이라며 진작에 분리하여 키웠다.

리키는 성견이 되자 홍이 크기의 10배보다 커졌다. 그래도 가끔 리키가 있는 마당에 홍이를 데리고 나가면 펄적이는 리키를 홍이도 좋다고 다가간다. 참 이쁜 모습이었다. 든든했고.

엄마도 볕이 좋은 날은 마당에서 이것저것 하시며 둘이 노는 모습을 보고 좋아하셨다.

하지만 리키가 왕왕 짖을 때마다 동네 개들이 따라 짖기 시작하면서 우리 집에는 고민이 생겼다.

순둥이 레트리버 리키지만 웡웡 짖을 때마다 동네 개들이 여기저기서 짖고 리키의 목청은 날로 날로 커져만 갔다. 결국 우리 가족은 이웃집들로부터 이런저런 소리를 듣기 시작했고 리키는 아버지가 계시던 일터 근처 농장에 보내기로 했다.

리키가 우리 집에서 떠나던 날 아버지의 트럭 뒷 짐칸에 올라타지 않으려 한 리키의 모습이 떠오른다.

엄마는 리키가 엉덩이 빼며 오르지 않는 모습을 기억했고 그 눈을 아직 기억한다.

한동안 리키가 없는 집에서 홍이는 조용히 자기 집에서 나오지 않았다. 대문을 열어 놓으면 리키가 있었던 자리를 가만히 보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엄마는 "누가 말 못 하는 짐승을 무시한다노. 홍이 봐라. 다 안다."

홍이는 한동안 엄마와 내가 느끼기에도 우울한 듯 보였다. 자기를 반겨주는 친한 친구의 상실이 강아지 홍이에게도 큰 충격이었나 보다.

그로부터 얼마 후 리키를 보러 농장에 갔더니 리키는 농장에서 자기 세계를 만난 듯 목청껏 짖었고 우리를 기억하는지 꼬리가 떨어져 나갈 듯 흔들어댔다.

리키는 새 환경에 완벽 적응했다. 떠나간 리키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그날 저녁 엄마는 횟집에서 회를 먹고 반찬으로 나온 꽁치구이를 몰래 싸왔다.

그리고 살만 잘 발라 홍이에게 주었다. 이것이 엄마가 홍이에게 주는 사랑법이었다.

홍이는 그날 게눈 감추듯 꽁치살을 먹고 자박자박 온 집을 걸어 다니기 시작했다.

엄마는 또 이야기한다. "누가 말 못 하는 짐승이라 무시한다더냐. 우리 홍이 다 안다."


그리고 홍이는 키울 수 없어서 오빠가 내게 준 것이 아니라

나와 엄마를 위해 오빠가 직접 사서 준 강아지란 사실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사람끼리, 동물끼리, 사람과 동물사이.

결국 모든 곳에 사랑과 정이 있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힘이.


이전 22화썬을 부르짖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