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만난 아버지

지키지 못한 임종

by 주니퍼진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어느새 일 년이 되어간다.

봄날의 꽃이 만개하던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나는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그 사실은 내내 내 마음을 힘들게 했다.

일 년 동안 나는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늘 마음 한편이 슬펐으며 매듭짓지 못한 아버지와의 이별에

돌아올 수 없는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젊은 시절 아버지는 늘 해외출장으로 장기간 집을 비우셨다.

아버지의 부재는 당연한 것으로 간주하며 지냈던 나의 유년기였다.

그래서인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도 한동안 아버지의 부재가 아버지의 장기출장으로 인한 허전함 정도로 간주될 때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그런 착각에서 벗어날 때면 훅 들이치는 슬픔으로 한참을 가슴이 저미고 먹먹함으로 지냈다.

아버지와의 온전치 못한 이별은 아버지의 영면이 나에게는 오직 슬픔과 죄책감만 가득한 장치가 되어버렸다.

나는 그렇게 아버지가 돌아가신 그날, 거기에 묶여 있었다.

아무렇지 않게 생활하다가 아버지 차의 빈 주차 공간을 맞이할 때, 친정 엄마와 외출 후 귀가해 친정집을 들여다봐도 아버지가 안 계실 때 가슴 가득 먹먹함이 들어 몇 번을 쉼 호흡을 하곤 했다.

그런 나를 아버지가 알아챘을까...


시부모님을 만나 뵈러 가고자 한 날 새벽.

나는 꿈에서 아버지를 만났다. 꿈속 아버지는 여전히 병원 침대에 누워계셨다.

병실에는 오로지 나와 아버지뿐이었다.

아버지가 기침을 심하게 하신다. 실제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하루 전부터 심한 기침에 시달리셨다.

아버지가 기침을 심하게 하자 내가 아버지를 안았다. 왼 팔로 아버지 목을 안아 받치고 오른손으로 아버지의 가슴을 토닥이며 쓸어내렸다.

아버지의 기침이 잠잠해졌다. 아버지의 숨이 편안해졌다. 그리고 아버지는 그렇게 내 품에서 숨을 거두셨다.

아버지가 눈을 떠 나를 알은척한 것도 아니며 아버지가 내게 무슨 말을 한 것도 아니다. 그냥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 그대로. 단지 그 상황을 내가 지키고 있었다는 것이 달랐다. 힘겨워 한 아버지의 순간을 내가 함께 했다는 것.

아버지 곁을 지켰다는 것. 그것이 달랐다.


가뿐 숨을 쉬며 잠에서 깼다. 눈물이 났다.

아버지의 마지막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아버지와의 완전한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해 일 년을 전전긍긍하던 나를 두고보다 아버지가 내게 준 선물인 것 같았다.

'아버지. 내 마음 편케 해 주려고 이렇게 나랑 함께 해 줘서 고마워요.'

살아생전 아버지답게 자식 마음 알아채고 말없이 딱 필요한 부분을 처방해 주셨다.

이제 죄책감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코로나 시절 아파서 병원에 일주일간 입원해 있었으나 문병이 제한되어 있었기에 나는 아버지가 두 번 정도 오신 걸로 기억했다. 하지만 후에 엄마에게 듣기로 아버지가 매일 나를 보러 병원에 왔단다.

그런데 아버지가 방문 때마다 내가 자고 있어 아버지는 그런 나를 물끄러미 보고 가셨다고 했다.

아버지는 엄마에게 그랬단다. '아가 힘도 없이 잠만 잔다. 뭐라도 해서 먹여야겠다.'


그렇게 아버지는 계속 지켜보고 계신가 보다. 딸의 모습을, 마음을 다 지켜보고 계신가 보다.

나는 끝까지 아버지 사랑을 이길 수가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