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취중진담?!

아들

by 주니퍼진

대학생이 된 아들이 살며시 현관문을 열고, 조심히 중문을 열고 거실을 살핀다.

조심히 열래야 열 수 없는 종소리가 차라라 들리고, 오래된 나무 중문이 나무끼리 밀어내는 소리를 낸다.

그리고 기다리고 있는 내 눈과 딱 마주쳤다.

아무렇지 않은 척 괜찮은 척 술 마시지 않은 척 눈을 부릅뜨더니 "엄마? 안 잤네. " 한다.

"술 마셨냐~ 그러고 버스를 탔냐~토하면 어쩌려고.. 눈에 힘 빼~ 너 취한 거 더 티나~"

"아~우리 엄마.. 너무 잘 알아~ 나 눈에 힘 빼면 진짜 취하는데..."

그러더니 바닥에 앉는다.

입학하고 첫 술자리에서 겁도 없이 집까지 택시를 타고 오더니 택시비가 너무 많이 나온다며 앞으로는 꼭 막차를 타고 집에 오겠다더니 진짜 막차를 타고 왔다.

아들이 눈에 힘을 빼자 정말 점점 취기가 오르는지 "엄마... 엄마..." 부른다.

" 엄마, 내 방에 좀 와봐. 얼른 와봐."

자기 방으로 부르는 아들은 내가 들어서자 "엄마, 침대에 앉아봐." 그런다.

책상 의자에 앉아 침대에 앉은 내 쪽으로 의자를 끌고 온다.

갑자기 "엄마. 나 - , 좀 안아줘. "하고 안긴다. 그런데 아들이 내 등을 토닥여주고 쓸어준다.

그러더니 "엄마. 우리 엄마. 고생 많았어. 우리 엄마 진짜 고생 많았어. 나 때문에 마음 많이 아팠지. 미안해. 엄마."

아들에게 무슨 일이 있냐고 묻기 전에 내 눈에 눈물부터 난다.

아들이 나를 더 꼭 안았다. 그리고 말없이 눈물 흘리는 내 손을 꼭 잡았다.

"엄마, 내가 진짜 열심히 살게. 나 잘할게. 엄마 너무 마음고생 많았어."

다 큰 아들이 펑펑 우는 모습을 보니 나 역시도 지난 시간이 이 녀석에게 얼마나 마음고생이 되었는지 생각하게 되었고 자식에게 알아달라고 할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위로해 주니 그간의 마음고생이 헛고생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안하긴 뭐가 미안해. 너도 너무 고생 많았어. 엄마가 더 빨리 더 깊이 네 편이 되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아들은 그저 내 손을 꼭 잡고 다 괜찮다고 했다. 모자의 눈물바람에 둘째 딸아이가 깨서 나왔다.

"오빠. 왜 그래..."

"어! 내 동생. 오빠가 우리 동생 진짜 아끼는 거 알지? 힘든 일 있으면 오빠한테 다 얘기해. 오빠가 학교로 바로 찾아간다. 알겠지? 오빠가 용돈 줄게. 공부한다고 힘들지? 그래도 해야 해. 오빠는 네가 하고 싶은 거 다 했으면 좋겠어.

오빠가 도와줄게. 자! 일단은 여기 삼만 원! 맛있는 거 먹어가며 해!"


갑자기 웃음이 났다. 딸도 비몽사몽이다가 오빠의 용돈을 받고 정신이 돌아왔다. "오빠, 나 진짜 이거 가진다."

식탁 위에 놓인 삼만 원. 비틀거리면 놓더니 잠깐 화장실 다녀오겠다고 간다.

"엄마. 나 진짜 이거 해도 될까?"

"딸아. 오빠가 나오면 잘 봐봐... 난 오빠가 지금을 기억 못 할 것 같구나..."

아니나 다를까.

화장실에서 나온 아들은 "엄마! 내 동생 사랑해~!" 머리 위로 하트를 그린다. 그리고선 비틀거리며 자기 방으로 가다가

식탁 위에 삼만 원을 본다.

"이거 무슨 돈이야? 이거 누구 거야?"

딸과 나는 눈이 마주쳤다. "어이구~!" 우리는 웃었다.


다음날 비록 기억 못 하고 속이 쓰리다며 "엄마. 나 엄청 힘드네. 해장해야겠어."라고 이야기하는 아들이라도

난 이 녀석의 취중진담! 을 믿는다.

늘 마음속에 있던 이 녀석의 진심이 술을 빌어 엄마, 동생에게 전달하고팠음을 믿는다.


그리고 일주일 뒤 아들은 또 한 번의 취중진담을 했다.

"엄마. 엄마한테는 미안한데 나는 내 동생, 예승이 하고 싶은 거 다 해 줄 만큼 돈 많이 벌 거야. 나는 내 동생이 진짜 좋거든.

엄마가 바빠서 늦은 날이 많았잖아. 그럴 때마다 예승이가 내 친구도 되어줬고 같이 라면도 끓여 먹고 밥도 만들어먹고.

예승이랑 진짜 이야기 많이했거든. 재미있었어.

엄마. 나는 예승이가 지금처럼 이쁘고 밝고 즐겁게 지냈으면 좋겠어."

하나도 섭섭하지 않은 아들의 이 말. 그저 마음이 차 올랐다.


그리고 큰일이다. 어미된 자로 이러면 안 되는데 나는 녀석의 취중진담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