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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피엔스의 글자욱
Sep 01. 2019
진실보다 루머에 집착하는 그대에게...
미드 '루머의 루머의 루머'
그대는 진실을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루머의 루머의 루머.
진실인지 아닌지는 중요치 않다.
좀 더 자극적인 루머일수록
그대의 믿음은 강해진다.
아니, 그대는 쉽게 믿어버린다.
낯선 이들이 서로 모이는 공간.
서로를 알아가는 방법이 기이하다.
친구라고 여겨 가까이 지냈건만,
자신이 불리한 상황에 몰리면
다른 이들의 시선이 두려운 나머지
그릇된 사실을 퍼트려
그대의 친구를 한 순간에 나락으로 빠트린다.
누군가의 입에서 시작된 루머는
그것이 진실이 아니더라도,
마치 상처가 아물어도 흉터가 남듯
지워지지 않는다.
수많은 루머의 루머의 루머로
자살을 택해야만 했던 해나 베이커.
그녀는 화장실 벽을 가득 메운
그녀에 대한 수많은 루머들의 시작과
그 진실이 무엇인지 녹음한 13면짜리 테이프를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간 사람들에게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그대를 믿었다.
그대가 보여준 친절한 미소에 내 편이 생긴 듯
낯선 삶에 희망이 생겼다.
그러던 어느 날, 이상한 루머와 함께
변해버린 그대의 외면과 싸늘함에
가슴이 뻥 뚫린 듯한 외로움과 배신감으로
사지에 힘이 풀리고,
낯선 곳이 더욱 낯설게만 느껴진다.
또 다른 그대를 믿었다.
외로워서였을까?
반복되는 배신감에도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고 기대고 싶다.
이번에는 전과 다를 거라 믿는다.
하지만 사랑하는 그대도,
친구라 믿었던 그대도,
결국 루머를 만들어내고
그 루머로부터 그녀를 믿어주고
지켜주지 않았다.
그대들은 해나의 테이프를 듣고도
그 사실을 숨기기에 급급하다.
해나를 사랑했던 클레이만이
그녀가 자살을 택할 수밖에 없던
진실에 마주하며 괴로워한다.
유약해 보이지만, 진실을 밝히려는
파랗게 빛나는 눈빛의 클레이는
외로운 투쟁을 해나간다.
괴롭히는 사람과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이 있다.
도대체 왜 그렇게 사람을 모함하고
신체적인 가해를 하며 괴롭히는가.
힘 있는 무리에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힘없는 누군가를 괴롭힌다.
양심에 가책을 느껴도 표현할 수 없다.
힘 있는 그대에게 괴롭힘을 당할까 봐
두려워서...
미드 '루머의 루머의 루머'는
한 사람이 자살을 선택하기까지,
삶에 작은 희망의 빛줄기조차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몰고 가
숨 쉬는 것조차 두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진실을 숨기고 죄를 숨긴 자에겐
진실을 숨기는 그 순간부터
죄를 숨긴 그 순간부터
마음은 이미 감옥에 갇혀
정신적 벌을 받게 됨을 여실히 보여준다.
브라이스처럼 자신의 잘못이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는 한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는 인간도 있다지만,
만인의 적이 되어버린 지독한 그도
애정결핍으로 엉망이 되어버린
자신을 되돌아보기까지
참으로 많은 사람들을 괴롭혔다.
우리 주변을 돌아보자.
그대는 어떠한가.
왜 그대는 루머를 만들어내는가.
그것이 진실이 아니라는 걸
정녕 모르는 것인가?
그렇게 믿어버리면 마음이 편한가?
그 사람이 없는 뒤편에서
당신 편을 만들어 험담하면 즐거운가?
가끔은 그러는 그대에게서 지독한 외로움과
관심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느껴진다.
허나 그대가 그러면 그럴수록
그대를 믿어줄 진실한 사람은
그대 곁에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진실보다 루머에 집착하는 그대여.
힘 있는 무리 편에 서서 양심을 버린 채,
연약한 이에게 괴롭힘을 가하는 그대여.
우린 서로에게 적이 아니다.
공생하는 관계다.
왜 굳이 적을 만드는가.
적과 함께해야 하는 일상이 반복된다면
차라리 해나의 선택이 나을지도 모른다.
그런 선택을 진정으로 원하는 것인가?
서로 조금만 더 아껴주고
조금만 더 상냥하게 말하고
서로의 부족함을 배척하려 들지 말고
극복해나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기다려준다면,
이 낯선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이
조금은 살만하지 않을까.
어떤 세상에서 살 것인지
선택은 그대에게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