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niverse May 08. 2024

[노벨상의 과학사] 최초의 노벨 물리학상, X-선

1901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 빌헬름 콘라드 뢴트겐

과거 기자로 활동할 무렵 노벨 물리학상 수상 업적과 함께 그에 담긴 역사를 다루는 기획 기사를 작성했었다. 그러나 기사라는 매체의 한계로 인한 부족한 점 때문에 매번 마음 한편에 아쉬움이 자리 잡았었다.


그래서 이러한 아쉬움을 달래고 좀 더 흥미롭고 알찬 글을 쓰기 위해서 브런치 스토리를 시작했다. 


매번 노벨 물리학상에 대한 글을 쓰게 되면 항상 첫 번째는 정해져 있는 것 같다. 첫 글인 만큼 역시나 최초의 노벨 물리학상을 다루게 되는 것 같다.


첫 노벨상 시상이었던 1901년 노벨 물리학상은 빌헬름 콘라드 뢴트겐이 수상했으며 노벨 재단에서는 "그의 이름을 딴 놀라운 광선을 발견한 공로를 인정하여"라는 말과 함께 뢴트겐에게 최초의 노벨 물리학상을 수여했다.


그의 이름을 딴 놀라운 광선, 뢴트겐선은 현대에는 X-선이라는 이름으로 더 우리에게 익숙하다. 즉, 뢴트겐은 X-선의 발견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것이었다.


X-선이라는 이름은 수학에서 자주 사용하는 변수 X에서 따왔다. 이 이름은 자신이 발견했지만 정체를 전혀 알 수 없다는 의미를 담아 뢴트겐이 직접 붙여준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뢴트겐은 어떻게 X-선을 발견하게 되었을까?


뢴트겐이 활동할 무렵 물리학자들은 당시 기술로 가능한 가스를 제거해 거의 진공 상태를 만든 유리관 즉, 진공관에 전극을 통해 전기장을 가했을 경우 생기는 광선에 관심이 많았다.


이 현상에 대한 첫 발견은 1838년 마이클 패러데이가 진행한 실험으로 패러데이는 공기를 뺀 유리관 양쪽 끝에 전극을 달 경우 음극에서부터 나와 양극으로 들어가는 빛을 발견했다. 후에 이 광선은 음극에서 나온다고 하여 음극선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현상은 당대의 저명한 물리학자들을 매료시켰는데 음극선이 진공관에 남아있는 희박한 기체와 충돌할 경우 발광 현상을 일으켜 마치 반짝이는 구름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윌리엄 크룩스, 하인리히 헤르츠, 니콜라 테슬라 등 물리학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학자들이 음극선에 관심이 많았다고 전해진다.




뢴트겐은 이들이 사용한 장비를 이용해 음극선을 연구하는 물리학자 중 한 명으로 특히 뢴트겐은 필리프 폰 레나르트의 실험을 재현하고 있었다.


레나르트는 진공관에 몰타 십자가 모양의 알루미늄 창을 달아 실험을 진행했으며 음극선이 알루미늄을 통과해 공기 중으로 진행할 수 있음을 보인 바 있었다.


뢴트겐은 레나르트의 실험을 재현하고자 했지만 문제는 음극선을 만들 때 필연적으로 들어가는 강력한 전기장이었다. 이러한 전기장이 얇은 알루미늄을 손상시킬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뢴트겐은 마분지로 진공관을 감싸 알루미늄 창을 받치게 만든 뒤 실험을 진행했다.


뢴트겐은 자신의 기대와 달리 음극선의 투과력이 너무 약해 마분지를 통과하지 못한다는 실망스러운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뢴트겐도 예견하지 못했던 세기의 발견이 정말 우연히 이루어졌다.


이는 뜬금없이 알루미늄 창 인근에 있던 바륨-시안화백금산염 형광 종이가 반짝이기 시작한 것이다. 음극선이 마분지를 통과하지 못하는 것은 분명했다. 마분지로 감쌀 경우 레나르트와는 다른 실험 결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극선을 검출하기 위해 설치한 형광 종이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반응하고 있었다.


외부에서 형광 종이로 들어간 빛이 반응한 것이라고 생각한 뢴트겐은 방의 모든 불을 끄고 진공관을 전부 마분지로 감싼 상태에서 음극선 실험을 진행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형광 종이는 반응했으며 심지어 반대편 탁자에 놓아도 여전히 반짝였다.


레나르트의 실험에 의하면 음극선은 길어야 2~3센티미터 밖에 가지 못한다. 그러나 뢴트겐의 실험에선 이보다 훨씬 멀리 있는 형광 종이가 반응했다. 이는 형광 종이를 반응시키는 대상이 음극선이 아닌 무언가라는 의미를 가진다.


심지어 형광 종이 앞을 두꺼운 책으로 막아도 여전히 형광 종이는 반응했으며 구리나 알루미늄과 같은 금속판마저 소용이 없었다.


일련의 실험 결과를 통해 뢴트겐은 진공관 바깥으로 무언가 투과력이 강한 새로운 광선이 방출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X-선이다.


뢴트겐은 X-선의 성질을 규명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실험을 진행했었는데 그중에서 납은 X-선이 투과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래서 납으로 형광 종이에 그림자를 만드는 실험을 진행했는데 형광 종이에는 납 조각의 그림자뿐만이 아니라 뢴트겐의 손 뼈로 이루어진 그림자도 나타났다. 다시 말해 X-선은 사람의 피부는 투과할 수 있지만 납과 뼈와 같은 물질은 통과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놀라운 발견은 발견자인 뢴트겐 스스로도 믿기 어려웠다고 한다. 실제로 뢴트겐은 실험을 진행하면서 자신이 미친 것이 아닌가? 끝없이 의심했다고 하며 자신의 발견에 대해 상당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견지했다. 결국 뢴트겐은 두 달간의 엄밀한 검증을 통해 자신의 발견이 더할 나위 없는 사실임을 확인했다.


확신이 생긴 뢴트겐은 아내를 실험실로 초대하여 결혼반지가 명확히 보이는 손 뼈 그림자를 찍었는데 이 사진은 사진의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이미지 중 하나로 남게 됐다. 이 사진을 본 뢴트겐의 아내는 “내 죽음을 보았다”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추가로 진행한 실험에서 뢴트겐은 음극선과 물체가 충돌할 경우 X-선이 생성된다는 것을 알아냈으며 이 방법은 현대에도 X-선을 만들어내는 원리로 사용되고 있다.


뢴트겐이 X-선을 발견한 당시만 하더라도 이 광선의 정체를 알 수 없었기 때문에 X-선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지만 이후 막스 폰 라우에에 의해 X-선은 빛과 마찬가지로 전자기파의 일종이며 그저 가시광선보다 주파수만 높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렇다면 왜 X-선은 그렇게 강한 투과력을 가지고 있을까? 일반적으로 X-선은 100eV에서 0.2MeV의 에너지를 가진다. 빛의 파장으로 환산하면 0.01nm에서 10nm의 파장으로 환산된다. 즉, 엄청나게 짧은 파장을 가지고 있다.


이 정도의 에너지 또는 파장을 가지는 빛은 양자역학적으로 입자와 같은 행동을 보여준다고 알려져 있다. 콤프턴 산란이라고도 알려진 현상은 빛과 입자가 마치 공의 충돌처럼 행동하는 현상을 의미하는데 콤프턴 산란에 대한 이론으로 빛이 입자처럼 행동하는 에너지 영역을 계산하면 X-선의 에너지 영역이 나온다.


콤프턴 파장이라고 알려진 이 계산 결과와 콤프턴 산란 현상은 또 다른 노벨 물리학상 주제이기 때문에 다음으로 아껴두도록 하자.


오늘날 X-선은 두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로 의학, 산업, 과학 등 여러 광범위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X-선이 세상에 끼친 영향력을 생각해 보면 노벨상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말이다. 심지어 뢴트겐은 X-선의 발견에 대한 특허를 거부해 누구나 자유롭게 X-선을 쓸 수 있게 해주었다. 


특히 X-선이 의학에 끼친 영향은 정말로 어마어마하며 오늘날 뢴트겐은 영상을 사용하여 질병을 진단하는 의학 전문 분야인 진단 방사선학의 아버지로 여겨지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