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2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 피터르 제이만
1902년 노벨 재단에서는 "자기장이 방사 현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로 피터르 제이만과 헨드릭 안톤 로렌츠 두 명에게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노벨상은 총 3명까지 수상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과 같이 여러명이 수상했을 경우 각 수상자에 대해 초점을 맞춰서 글을 진행하려고 한다. 특히 이번에는 제이만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한다.
먼저 이들의 업적을 알기 위해선 빛과 방사 현상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1864년 물리학자 제임스 클라크 맥스웰은 당대에 알려져 있던 전기 현상과 자기 현상의 방정식들을 통합해 다룰 수 있는 4가지 방정식을 제안했으며 이 방정식들은 현대에 맥스웰 방정식이라고 불린다. 맥스웰은 전기장과 자기장이 파동의 형태로 전파된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유도했는데 해당 파동의 속도가 놀랍게도 진공에서의 빛의 속도와 동일했다.
그래서 맥스웰은 빛이란 존재는 사실 전기장과 자기장이 서로를 얽힌 상태로 진행하는 파동이라고 생각했으며 하인리히 헤르츠에 의해 사실임이 밝혀졌다. 그러나 맥스웰 발견 이전에도, 그러니까 빛의 본질이 알려지기 이전부터 빛이 전자기장과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존재했었다.
대표적으로 마이클 패러데이는 맥스웰 이전부터 빛의 전자기 현상의 일종이라고 생각했다. 패러데이는 빛이 유리를 통과할 때 유리에 자기장을 걸면 빛의 편광이 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러한 현상을 패러데이 현상이라고 부르며 패러데이는 빛이 자기화되었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패러데이의 기대와 달리 이후의 실험 결과로 밝혀낸 사실은 빛은 자성을 띠지 않았고 1862년 패러데이는 자기장이 직접적으로 빛에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러한 실험 결과 때문에 맥스웰 또한 빛이 전자기파의 일종이지만 그 어떠한 외부 힘도 빛에 영향을 끼칠 수 없다고 주장했었다.
이런 실망스러운 결과를 뒤로하고 이번엔 방사 현상으로 주제를 바꿔보자. 우리가 집중해야 할 현상은 물체의 불꽃 반응으로 이미 초등학생 때부터 특정 물질들은 태울 경우 특정한 색으로 타오른다고 배웠었다. 대표적으로 스트론튬은 빨간색, 나트륨은 노란색 그리고 바륨은 초록색으로 불타오른다.
이를 이용한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불꽃놀이이다. 불꽃놀이는 하늘에 금속 가루가 든 공을 쏘아 공중에서 화약으로 폭파 시키면 금속 가루가 불꽃 반응을 일으켜 각자 각양각색의 색상으로 타오르는 원리를 이용해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한다.
제이만은 자성이 빛의 반사에 끼치는 영향을 연구하던 물리학자였다. 특히 제이만은 커 현상이라고 부르는 자성을 띤 거울에 의해 빛의 반사가 받는 영향에 대한 현상을 연구했었다. 이 연구를 진행하면서 제이만은 자기장이 빛의 반사에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빛의 에너지란 곧 빛의 색을 의미한다. 인간의 눈은 서로 다른 에너지의 가시광선을 서로 다른 색이라고 인식한다. 따라서 자성이 빛의 에너지에 끼치는 영향을 보기 위해선 여러 가지 에너지가 섞인 빛이 아닌 단 하나의 에너지, 다시 말해 단 하나의 색상을 가진 단색광이 필요하다. 그리고 불꽃 반응에서 나온 빛을 이용하면 제이만의 생각을 실험해 볼 수 있다.
제이만은 패러데이의 실패가 당시의 분광 기술이 자기장의 영향을 발견하기엔 충분히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제이만은 당시 최신 분광기인 로랜드 분광기를 이용해 실험을 진행했으며 나트륨의 불꽃반응에서 방사되는 노란색 빛을 이용했다. 실제 나트륨 불꽃은 두 종류의 아주 날카로운 노란색 스펙트럼으로 나뉜다.
이제 제이만은 나트륨 불꽃에 강력한 자기장을 가했다. 그리고 제이만의 기대대로 자기장을 가하기 전에는 아주 얇았던 스펙트럼이 자기장을 가할 경우 넓어지는 현상을 발견했다. 스펙트럼이 넓어진다는 것은 기존에 없었던 에너지 영역대의 빛이 생겨났다는 의미가 된다.
이 현상은 이후 제이만 효과라고 명명됐으며 자기장과 나트륨 불꽃이 서로 반응해서 기존에 방출되던 빛의 에너지보다 더 크거나 더 작은 에너지를 가지는 빛이 추가로 방출되는 현상이다. 이는 맥스웰이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현상이다. 맥스웰은 자기장이 방사 현상에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즉, 자기장을 가해도 나트륨의 스펙트럼은 변화가 없다고 믿었다.
금속을 태울 경우 서로 다른 빛을 내기도 하지만 만약 나트륨 가스에 백색광을 주입할 경우에도 노란색 빛만 흡수하고 나머지는 나트륨을 투과한다. 그래서 나트륨 가스를 통과한 빛을 분광할 경우 노란색만 빠진 스펙트럼이 나타나는데 이를 흡수 스펙트럼이라고 부른다. 제이만은 방출 스펙트럼뿐만 아니라 나트륨의 흡수 스펙트럼마저 자기장에 의해 영역이 넓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제이만 효과에 대한 이론적인 설명은 로렌츠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는 다음 글에서 다룰 내용이므로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도록 하고 간단한 소개만 진행하겠다.
로렌츠는 이러한 스펙트럼의 확장 현상을 '전자'를 가정한 상태로 이론을 구성했다. 당시에는 정황상 전자가 존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 전자의 실존 여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었다. 로렌츠는 전자가 마치 스프링에 묶인 공처럼 진동한다고 가정했다.
전자기학에서 진동하는 전하는 빛을 방출하는데 로렌츠의 이론에 따르면 전자가 진동할 때 자기장을 걸면 자기장이 진동에 영향을 끼쳐 원래 진동을 포함해 3가지 진동이 더 가능할 수 있다. 추가된 진동 운동은 원래의 전자 진동보다 더 높거나 낮은 에너지를 가지는 진동으로 표현된다.
제이만은 카드뮴을 이용해서 로렌츠의 이론을 검증하려고 시도했으며 결국 카드뮴의 스펙트럼이 로렌츠의 계산대로 3갈래로 나뉨을 확인했다.
심지어 제이만은 실험 결괏값과 로렌츠의 이론을 역으로 이용해서 전자의 질량을 추정할 수 있었다. 제이만에 의하면 전자의 질량은 수소 원자의 1/1000 정도의 질량을 가지는데 이 수치는 이후 실제로 발견된 전자의 질량과 놀랍도록 일치한다. 또한 전자가 작은 질량을 가진다는 점에서 착안해 러더퍼드의 원자 모형과 유사한 모형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한 제이만은 자기장의 방향을 조절해 가면서 실험을 진행해 전자가 음전하를 띠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으며 원자 내부에서 진동하는 전자와 음극선이 동일한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 주장은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사실로 밝혀진다.
로렌츠의 이론은 정말 눈부신 성공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한계 또한 존재했다. 바로 짝수로 쪼개지는 원자 스펙트럼이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짝수 쪼개짐은 제이만의 발견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토마스 프레스턴에 의해서 발견됐으며 로렌츠의 이론으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의미에서 비정상 제이만 효과라고 불렀다.
비정상 제이만 효과는 오랫동안 설명되지 못했다. 로렌츠가 접근한 고전 전자기학의 이론으로는 도저히 짝수 쪼개지는 진동을 유도해 낼 수 없었다. 제이만의 발견 이후 30년이 지나 양자역학이 만들어지고 나서 제이만 효과에 대한 양자역학적 설명이 이루어졌고 비로소 비정상 제이만 효과도 설명됐다.
전자에는 스핀이라는 자기장과 상호작용하는 성질이 존재한다. 전자의 회전에서 유도된 이 성질은 회전 방향에 따라서 자기장과 상호작용하는 에너지가 다르다. 회전 방향은 시계, 반시계 두 방향밖에 없고 이러한 에너지 차이가 전자의 진동에 추가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짝수개 스펙트럼 분할이 이루어진다.